[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3) 빈 포위의 고통을 위로하는 미사 - 빈 전투_1694_프란스 게펠스(Frans Geffels). 자료 필자 제공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쁜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세상은 아주 어지럽습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이미 2년을 넘겼지만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 작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계속 수렁 속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 1963년에 반포한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서 ‘원자력을 자랑하는 현대에서는 전쟁이, 침해당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불합리하다’라고 한 말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번 주 소개할 교회 음악은 전쟁의 고통과 아픔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바로크 시대 독일 작곡가 요한 카스파르 케를(Johann Caspar Kerll, 1627-1693)이 쓴 ‘빈 포위의 고통을 위로하는 미사’(Missa in fletu solatium obsidionis Viennensis)이지요. 빈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지만 국경에서 가깝기 때문에 헝가리나 오스만 제국에게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빈에 가보면 중심부의 구시가지를 둘러싼 둥근 원 형태의 거리가 있습니다. ‘링슈트라세’(Ringstraße)라 부르는 이 거리는 19세기 중반에 기존의 성벽을 허물고 조성한 것으로, 지금은 이 도로를 따라 국립 오페라 극장과 시청 등 아름다운 건물이 즐비하지만, 본래는 빈이 성곽 도시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 요한 카스파르 케를 초상화. 자료 필자 제공 1683년 7월 오스만 제국 군대가 빈을 포위했습니다. 1529년에 이어 두 번째 공격이었습니다. 20만 명이 넘는 군대가 대치한 이 전투는 쇠퇴하기 시작한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몸부림이며, 서양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불에 타기 쉬운 목조 건물을 대거 철거(이때 빈 최초의 오페라 극장도 철거됐습니다)하는 등 결사 항전 태세를 취했고, 오스만 군대는 장기전을 노리며 빈을 포위했습니다. 두 달에 걸친 공방전 끝에 빈 성벽이 무너지며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9월 초,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 온 구원군이 당도하면서 빈은 극적으로 함락을 면했습니다. 이 기간 빈 사람들은 굶주림과 공포에 시달렸는데, 지금도 빈에서는 아이가 말썽을 피우거나 떼를 쓰면 ‘문밖에 튀르크 군대가 왔다’면서 겁을 준다고 하네요. 당시 황실 오르간 연주자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한 케를은 오스만 군대가 물러간 후 이를 회고하는 미사곡을 썼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표현하려는 듯 미사곡의 분위기는 어둡고 울적하며, ‘대영광송’(Gloria)과 ‘신앙 고백’(Credo) 끝에 있는 ‘아멘’은 당대 음악에서 보기 힘든 극단적인 반음계로 비통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바흐나 헨델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던 위대한 작곡가가 주님께 직접 겪은 전쟁의 아픔을 고하는 듯한 이 미사곡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빈 포위의 고통을 위로하는 미사 https://youtu.be/fHbu9Zcn06U [가톨릭신문, 2024년 4월 28일,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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