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 손자 가브리엘이 까르륵 ... 넘어가며 웁니다.
어디가 아픈건지?
잠투정 같지는 않은데...
진땀까지 흘리면서 울어댑니다.
제가 받아 안고 달래 보지만,
잠시 멈추는 듯 하다가 또 다시 몹시도 울어댑니다.
식구들 모두가 그저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기를 바라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을 맞추고 방긋거렸는데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를 먹이는데 울기를 시작합니다.
유아산통이라고 하네요.
걱정하지 않아도 3개월이 지나면 된다고는 하지만,
보기에 너무 힘이 드는 것입니다.
진땀을 흘리며 쩔쩔매는 아기 엄마(며느리)를 보면서
성모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아기예수님도 가끔은 저렇게
이유 없이(?) 울어대셨을 테지요.
그러면 성모님은 또 저렇게 진땀을 흘리시며 아기를 안고
어르셨을 것이지요.
우리 가브리엘처럼...
아기 예수님도 성모님과 눈을 맞추고
방긋방긋 함박웃음으로 성모님을 행복하게도 하셨을 것이구요.
옹알이를 하는 아기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요...
지금 제 며느리처럼,
성모님도 아기 예수님의 모든 것에 울고 웃으셨겠지요.
그렇게 아기 예수님과 울고 웃으시며 사셨을 성모님,
그저 알 수 없는 모든 것들은
마음에 담아 두시기만 하셨다는 성모님,
사춘기의 예수님은,
왜 내가 아버지의 집에 있을 것을 몰랐느냐...? 하며
성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성전에 계시겠다고 한 마디만 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역시 사춘기 예수님이었지요.
제가 아들을 며느리에게 내어 주었듯이,
성모님도 아드님을 세상에 내어 주시었고
마음의 귀로
천리안의 눈으로
아드님의 소식을 듣고 보시고 계셨을 것입니다.
영화 ‘Passion of Christ’ 의 한 장면이
제 머리와 가슴 속에 아주 감명 깊게 남아있습니다.
미남 청년 예수님이 손을 씻으시다가
옆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성모님께 물을 뿌리시며 장난을 거시던 모습...
분명히 그렇게 사셨을 모자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향해 일을 시작하신 아드님,
죽은 아드님을 품에 받아 안으신 후에서야
비로써 당신의 진정한 아드님이심을 깨달으셨을 것입니다.
자식을 위한 우리의 마음과 조금도 다르실 바 없으셨을 성모님,
겸손하심으로 평생을 사신 분,
그분은 절대로 예수님의 길에 걸림돌이 되시지는 않을 터!
성모님이 예수님의 제자들과
다락방에 숨어 계시면서 어떻게 사셨을까요?
예수님처럼
제자들을 가르치셨을까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 그러시지는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제자들이 배고프랴...
먹을 것을 챙겨주셨을 것이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제자들의 손을 잡아 주시진 않았을까요?
그렇게 어미 닭처럼,
제자들을 가슴에 품어 안고 기다리셨겠지요.
이제 우리
존경심이라는 미명하에 그 겸손하신 성모님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는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인터넷 김혜경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