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연주회 <영원의문에서> 관람 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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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형진 | 작성일2022-06-09 | 조회수3,145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지난 2022년 6월 8일 수요일 19시30분에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오선주의 지휘로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의 3회
정기 연주회가 있었다. <영원의 문에서> 라는 주제로 위령기도(연도)에 의한 어린이 합창 모음곡이 연주되었는데 참으로 인상 깊은 연주회여서 간단하게라도 후기를 남기고 싶어서 글을 올린다.
코로나 이후 2년 넘게 많은 성가대와 합창단들이 거의 활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이제 겨우 조금씩 활동들이 되살아나고 있는데 이렇게 과감하게 창작곡을 새로 위촉하여 연주회를 준비한 기획력이 일단 놀라웠다. 더군다나 소년 소녀 합창단이 연도를 소재로한 곡을 연주한다고 했을 때, 그
발상만으로도 작지 않은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회는 총2부로, 전반부는 익히 잘 알려진 John Leavitt의 Missa Festiva 그리고 졸업생들의 이태리 가곡이 있었고, 현덕 작곡가의 <꽃>을 박하얀 작곡가가 새롭게 편곡하여 불렀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 <너에게 가겠다>를 역시 박하얀 작곡가가 새롭게
작곡하여 합창으로 연주했다.
일단 어려운 라틴어 미사곡을 소년 소녀 단원들이 외워서 연주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었고, (이후 모든 곡들이 다 암보로 연주되었다) 라틴어 발음도 정확하게 외워서 지휘자를 비롯한 선생님들의 수고를 엿볼 수 있었다. <꽃><너에게 가겠다> 편곡과 작곡도 모두 좋았는데, 편곡과 작곡을 담당한 박하얀 작곡가의 클래식 작곡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화성 위에 팝적인 대중성까지 겸비한 좋은 곡이었고, 단원들 역시 한마음으로 소리 모아 불러 그 모습만으로도 듣는 이들이 미소 짓게 했다.
박하얀 작곡가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음악학과 합창지휘를 공부했으며, 생활성가 싱어송라이터로 곡도 쓰고 노래도
하며, 방송 진행도 하고 CPBC-TV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음악가로,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고 포용력이 남다르다.
간단하게 인터미션을 마치고, 연주의 메인 레파토리였던 <영원의 문에서>
가톨릭에서 죽음이 그 자체로 끝이었으면 신앙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
죽음이 예수의 부활을 따라 부활과 천국으로 이어졌을 때 신앙이 된다.
내가, 너무나 좋아해서, 연주회때
그야말로 대성통곡 하면서 들었던, 말러 교향곡 2번의 피날레
가사는 이렇게 되어있다.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 내 영혼이여. 너는 일순간 다시 부활하리라! 그대가 받은 고통 그것이 그대를 신에게 인도하리라!
부활을 위해 우리는 고통 받고 죽는 것이다. 이 가사가 떠올리게 되는
흐름의 연주였다.
곡은 총 7곡의 모음곡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소식, 연도, 청원, 염원, 작별, 찬미가, 안식의 순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연도와 흐름을 같이 한다. 총 7곡으로 연주된 연곡들은 집단 나레이션, 패닝, 메아리, 더블링, 파노라마 등의 현대 합창 음악에서 널리 쓰이는 기법들을 비롯하여 전통적인 화성의 표현과 친근한 선율로 다채롭게 차근차근 노래 되어진다. 혹여 연주중에 지루함에 졸지나 않을까 걱정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곡마다 흥미를 유발시켜 그럴 틈이 없었다. 그리고, 반주에 쓰인 싱잉볼, 피아노, 오르간이 적절히 배합되어 곡의 반주를 돕고 곡의 분위기를 돋웠다. 특히 마지막 곡에서는 피아노와 오르간 앙상블이 좋았는데, 이렇게 시작된 곡은 풍성하게 절정을 이루고 마지막엔 무반주 아멘으로 곡을 맺었다.
연주도 너무나 감동이었지만 이 연주를 준비한 단원들의 준비 또한 뜻 깊었다. 이 연주를 위해. 모든 단원들이 연도송을 외웠음은 물론,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연도를 바치고, 죽음을 생각하며 본인이 죽었을 때를 생각하며 유서도 써보았다고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음악적인 연주회 준비가 아닌,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끔 단원들을 지도한 지휘자 및 선생님들의 깊은 가르침에. 이것이 다른 일반 합창단과는 다른, 가톨릭 소년 소녀 합창단의 차별성이라
생각 되었다.
최근, 수원교구에서 교구 차원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그 결실로 이런 좋은 연주회를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어 부러웠다.
이런 좋은 연주회를 방송국에서 녹화 중계 하지 않은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번 연주회는 왜 교구청 소속의 합창단이 있어야 하는 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연주회였다.
이런 아카데믹하고 심도 깊은 기획은 누구나 필요성은 인지 하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 단체에서 하기는 너무나 벅차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가톨릭 교회 음악에서 성가대를 위한 창작성가는 거의 전무하다. 기성 출판사들도 미사곡이나 화답송을 제외하면, 적어도 최근 10년간 성가대를 위한 창작 성가 출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곡이 필요한 성가대들은 거의 대부분 개신교의 것을 가져다 쓸 수 밖에 없는 실정이고, 가톨릭에서 새로 나온 곡이 있어도 파일로 구매를 하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도 분명치 않고 엉터리 투성인 저급한 nwc 파일등을 찾을 뿐이다.
그래서 작곡가들도 처음엔 몇곡 창작을 하다가도 출판이 없으니 대부분 몇년 지나면 포기한다.
이런 연주회를 통해서 성가대를 위한 창작이 활성화 되면 좋겠다.
그동안 국내 소년 소녀 합창단은 그저 귀엽게 노래하는 어린이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번 기획 연주는 '소년소녀'라는 수식어들 떼고도 가톨릭 합창 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선도하는 참신하고 좋은 연주였다고 확신한다.
작성 - 이형진 보나벤뚜라
각 본당에서 초청연주회를 기획 해도 정말 좋지 않을까 싶다. 팜플렛을 보니 연락처는 다음과 같다.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단무장 070-887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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