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개신교 문화에 잠식된 가톨릭 성가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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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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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8-03 | 조회수65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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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성가게시판에 글이 없어지고 알림들만 남겨져서 소소한 생각들을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저부터 올려봅니다. -------------------------------------------------------------------------------
개신교 문화에 잠식된 가톨릭 성가대
저는 주로 점심 식사를 식당에서 사먹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습관처럼 원산지 표시를 보곤 하는데, 요즘 식당의 대부분 식자재가 수입산입니다. 농산물은 주로 중국산이 많고 고기나 어류는 해외에서 수입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국산 식자재만 사용한 식당은 소문난 고급 식당 정도로 손에 꼽습니다.
요즘 우리 가톨릭 성가대들의 선곡을 보면 대부분 개신교 곡들입니다. 가톨릭 성가대에서 한번쯤은 불러봤을 다음 곡들은 모두 개신교 곡들입니다.
사명 - 이권희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 김기영 참 좋으신 주님 – 김기영 원해 – 박지훈 세상을 사는 지혜 – 이율구 이 시간 너의 맘 속에 – 김수지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 정성실 축복하노라 – 신상우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 설경욱 나를 받으옵소서 - 최덕신 사랑 - 김은국
여기에 의외로 성가대 분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레고리안 성가나 폴리포니, 그리고 200년 전 즈음의 곡들을 제외하면 우리가 선곡하는 거의 모든 외국곡들이 개신교 곡입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구매 문의를 많이 받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우리는 전통 성가’를 주로 해서 새로운 창작곡을 잘 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에 업로드한 목록들을 살펴보면 전통 성가라고 말씀하신 곡들이 대부분 외국 개신교 곡들입니다. 잠깐 검색을 해봐도 이렇습니다.
내가 천사의 말을 한다 해도 – Joseph M. Martin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 Lanny Wolfe 주님은 나의 목자 – Pepper Choplin Via Dolorosa – Billy Sprague & Niles Borop 그가 날 인도하네 – Mary Mcdonald 승천 – Doug Holck 주 너를 지키시고 – John Rutter 평화의 기도 – Allen pote 기억하라 – Deborah Govenor 제가 여기 있사오니 – Daniel L.Schutte
가톨릭 외국곡 악보는 왜 없을까요? 분명 우리 가톨릭에도 좋은 외국곡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 가톨릭에서 그런 외국곡을 국내에 들여와 번역하고 출판하는 출판사가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개신교 출판사들이 출판한 외국 개신교 곡들 밖에 접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왜 그런 출판사가 없는지는 나중에 기회 되면 언급하겠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개신교에서만 쓰던 표현을 써도 아무렇지도 않고, 심지어 찬송가 편곡의 합창곡을 미사 때 스스럼 없이 부릅니다.
예를 들자면, '~하기를 원해' 이런 표현은 가톨릭에서 쓰지 않는 표현입니다. 외국의 'I want~' 를 그대로 번역해서 개신교에서 쓰기 시작했고, 그것을 또 아무런 필터링 없이 들여와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바오로 축일 때는 ‘바울의 노래’라는 김기영 선생님 곡을 제목 그대로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고,(바오로의 개신교식 표현이 바울 입니다) 유명한 개신교 찬송가인 ‘이 믿음 더욱 굳세라’ 이런 곡들도 스스럼 없이 부릅니다. (가톨릭에서 쓰지 않는 표현 입니다.)
가톨릭 성가의 합창 편곡이 없는 이유도 있는데, 이것도 기회 되면 나중에 언급하겠습니다.
‘아, 저거 또 개신교 곡 부르지 말자는 소리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미 우리는 식당에서 중국산 식재료 없이 밥을 먹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개신교 곡 없이는 성가대를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히려 가톨릭 문화의 명맥을 유지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듯 합니다.
저희 출판사 곡들로 선곡표를 올려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매달 선곡표를 올리는데, 끝에 항상 ‘ 매달 적어도 한 곡은 한국 가톨릭 곡으로 선곡해주십시오’라고 읍소하는 지경입니다. 예전에 국산영화를 많이 봐달라고 스크린 쿼터 제도를 시행하던 때의 마인드 입니다.
성가대에서 그동안 불렀던 곡들의 악보를 살펴주십시오. 그 중 우리 가톨릭 곡이 얼마나 있는지.
가톨릭 성가대는 전례에서의 역할과 더불어 후대에 전해줄 ‘가톨릭 문화 유산 전달자’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 됩니다. 우리는 후대에게 어떤 가톨릭 문화를 전달해줄 수 있을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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