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감사침묵 기도"를 노래하는 법
작성자김종헌 쪽지 캡슐 작성일1999-05-04 조회수2,727 추천수8 반대(0) 신고

감사 침묵 기도 (영성체 후 성가)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니 대신학교 때 생각이 난다.  우리가 신학생일 때 나와 또 한 명의 신학생이 매일 미사 때에도 전체 신학생들의 성가를 지휘하여야 했다.  어느 해인가 부제품을 제외한 직수여식이 학교 교정에서 거행되었으며 많은 수직자들의 부모, 형제, 친지들이 참석을 하였다.  영성체가 끝나고 나는 성가대를 데리고 특송으로 준비한 '사랑의 찬가'를 지휘하기 시작하였다.  노래가 중간쯤 진행되었을 때 학장신부님이 공지사항을 하시려고 마이크 앞으로 나오시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공군 군악대 출신(?) 답게 음악 소리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조용히 연주를 계속하였다. 성가를 중간에 끊기도 곤란하였고, 그 정도의 작은 소리라면 충분히 공지사항도 전달되리라고 생각되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학장 신부님이 "성가대 노래 그만!!!!"이라고 역정을 내셨다.  그야말로 기분 꽝이었다. 정말 꽝이었다.  그 자리는 공지사항을 할 자리도 아니며  성가가 끝날 때까지 조금 기다리시면 안 되는가?   아직도 이런 일들이 본당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을 듣노라면 꽤나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성체 후의 개인 기도는 상당히 오래 동안 권장되어온 관습이다.  성 알퐁소 리고리는 성체를 영한 후 적어도 30분 동안은 개인적으로 기도할 것을 권장하였다.  비오 12세 교황은 "거룩한 전례에 관한 회칙"에서 "사제와 신자들은... 영성체가 끝난 후 짧은 시간이나마 거룩한 구세주에게로 마음을 집중하여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하였으며, 교회법은 미사 후의 적당한 감사를 잊지 말도록 경고하였다.  그래서 당시 사용하던 로마 미사 경본은 이 신심을 육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도들을 포함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자들은 여러 가지의 이유로 미사가 끝나자마자 교회를 빠져나갔으며 오직 소수의 신자들만이 이 개인적인 기도를 위해 교회에 남아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미사 경본에서는 영성체 분배가 끝나자 마자 즉시 침묵의 기도를 위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로마 미사경본의 총지침 56항). 이것은 로마 전례로서는 처음으로 도입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에서는 해설자가 영성체 후 묵상이라고 하여 묵상기도를 읽거나 아니면 성가대가 특송을 하게 된다. 영성체 후에 해설자가 묵상을 인도하는 것은 한국 교회만이 실시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미사의 구성으로 보아 침묵 역시 한 부분으로 지정되어 있느니 만큼 꼭 지켜져야 한다(위 총지침, 23항).  본인 생각에는 특송이 없을 경우 개인이 침묵 중에 찬미의 기도를 바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이런 침묵은 미사 전체의 리듬을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침묵 기도의 또 다른 선택으로 찬미가, 시편 혹은 찬미의 노래를 회중이 부를 수 있다(위 총지침 56항).

 

 아마 이 부분은 181번 박정희님의 뽀다구있는 질문의 답이 될 것도 같다.  음악을 통해서, 음악의 도움으로 신자들은 마음이 더 쉽게 묵상에로 움직여야 되는데 오히려 성가가 분심이 된다면? 분심이 된다는 것이 혹시 몇분의 별난 생각인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죄송하지만 분심이 안 될 정도의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 쉽기도 하고...  신자들은 노래부르기 위해 세례를 받은 사람이 아닌 만큼 전례 때의 성가의 사용은 "가능하면 적은 곡을, 잘 부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조용한 침묵 시간을 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잘 준비된 곡으로 찬미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다.

 

잠깐 요약해 본다면 침묵 시간은 개인의 감사 기도를 바치기에 적합하며, 전체 신자가 노래하는 것은 (성가대도 신자들을 대신해서 노래한다) 집단적인 감사의 표현이 될 것이기에 이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  

 

이 기도와 관련된 것으로 한국 교회의 아주 그릇된 관습은 사제들이 이 시간에 공지사항을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그렇게 권장하고 있는 침묵이나 찬미의 노래를 바칠 시간은 주지 않고, 영성체가 끝나기가 무섭게 공지사항을 해야만 미사를 일찍 마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미사가 오래 걸리는 것은 사제의 강론이 너무 길고 봉헌시간과 영성체 분배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준비된 강론을 적당한 시간 안에 끝내고 어떤 식으로 하면 봉헌과 영성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지사항은 영성체 후 기도를 마친 다음 하는 것이 옳다. 주보에 있는 공지사항을 사제가 다시 읽어 전달하고, 그래서 신자들은 주보의 공지사항은 건성으로 읽는 지금의 관행은 개선할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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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번 김종우님의 질문은 그 질문을 영성체가 아닌 영성체 후 감사 침묵기도로 바꾸면 더 적당할 것 같다.  영성체 노래로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지체인 우리들의 일치를 나타내는 성가 (예: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그 가지라) 의 사용이 좋다고 생각할 때 성모 노래는 영성체 때에는 하지 않는 것이 옳다.  대신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영성체 후 침묵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대답을 문헌에서 찾기는 힘들고 본인 기억으로는 전례 시기나 축일에 맞는 곡을 추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마침 어제 주일 (5월 2일) 이곳 본당 미사 때에 영성체 후 특송으로 "Regina coeli Laetare Alleluia" (천상의 모후여 기뻐하소서, 알렐루야)를 부르는 것을 들었는데  추측컨데 요즈음이 부활시기이고 성모 성월이라서 이 곡을 택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곳 본당신부님은 신자들의 적극적인 전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라틴말로 된 미사곡은 큰 축일에도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하시지만 봉헌 때와 영성체 후 만은 라틴말 모텟을 허용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이 두 곳에서 설령 신자들이 전체 가사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서 찬미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대답하셨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한가지. 교회에서는 이곳에서 사용하는 노래의 가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침을 주지 않았기에 창의력을 발휘할 여유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미국 주교회의 문헌, Music in Catholic Worship 72항).  답변이 시원찮지만 제가 더 합당한 이유를 찾을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주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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