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 가족 여러분께 (배워서 남 줍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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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헌 | 작성일1999-08-01 | 조회수2,476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그 동안 안녕하십니까?
요사이 성가 게시판을 들어오면 꽤나 우울해 집니다. 제가 청년성가집 출판의 문제점을 게재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분들이 게시판에 발을 끊었듯이 느껴지고, 들어와도 관심 있는 글만 읽어보고 나가시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근 한달 간에 걸쳐 성가집에 대한 찬반의 의견이 오고 가고 하여, 기분이 상쾌하지 못한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는 그 글들 안에서도 배울 것이 꼭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문제의 발단은 청년 성가집의 출판이었지만, 성가 아닌 가사를 가진 노래들을 전례에 함부로 사용하도록 그동안 방치한 교회 당국의 탓이 더욱 크다고 저는 봅니다. 아무튼 이런 현상은 남의 일도 아니고 바로 우리 본당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혹은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이런 문제에 대해 회피하기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이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시도록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어 제가 비록 청년성가집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용하였지만 교회음악의 전례적 판단 (문제점 2) 역시 매 주일의 성가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나 무엇이 전례음악인지 아시는 데에는 아주 중요한 사항들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사항들에 소홀하여 아무런 곡이나 노래부르게 된다면, 한국 교회음악은 바로 여러 성가 가족들의 손에 의해서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께 이곳에 유학하고 있는 몇 분 신부님들과 함께 강우일 주교님 댁을 방문하여 오래 만에 맛있는 한식도 먹으면서 지금 성가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주교님께서는 전례위원회를 담당하고 계셨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고, 여러 나라의 성가 실태에 대해서 들려주시면서 저를 포함한 여러분에게 들려주시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결국 좋은 성가를 많이 준비하고 좋은 성가를 제대로 잘 부르라는 요지였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좋은 곡이라고 했습니다. 즉 신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앙심을 제대로 잘 표현하게 하고 자신들의 신앙심을 길러줄 수 있는 성가를 많이 만들고 그것들을 노래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곡이 있어도 우리가 제대로 본당에서 노래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 성가대들이 한국 교회음악의 보루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본당 신자들의 성가 부르는 열정과 실력은 바로 여러분이 속한 성가대의 열정과 실력과 똑 같다고 생각하시면 아마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교회음악에 대한 공부도 힘들고 연습도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가능한대로 여러분을 돕고자 합니다.
한국 교회의 사정상 여러분들 특별히 성가대 지휘자들조차도 전례와 전례음악에 대한 공부를 체계적으로 할 길이 없습니다. 일반 음악을 전공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겨우 미사 순서만 알아서는 음악지도자로서 교회에 제대로 봉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우리 교회에는 고집만 있고 전례 음악적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지휘자들이 많습니다. 더욱 안된 것은 배우려는 마음도 없다는 것입니다. 2,000년을 통해서 교회가 어떻게 전례음악을 이해해 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전례헌장 6장의 112조 한 조항만 읽어보고 해설서를 살펴본다면 우리는 전례음악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다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냥 기타 코드 몇 개 알고 목소리 좋아 노래를 부르는 것으론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전례음악 봉사자의 역할입니다. 전례와 전례음악의 역사적이고도 신학적인 공부를 전혀 도외시한 체 지휘를 하고, 작곡을 하고 성가대 활동을 해서는 신자들의 기도를 도울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소리만 낼뿐입니다. 아는 것도 없으면서 노래를 불러대는 것은 '소리나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혼자서 독학을 하겠지만 (???) 한국에는 제대로 된 전례음악 관련 서적도 거의 없으며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굿 뉴스를 이용하여 이론적으로는 잘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게시판은 여러 굿 뉴스의 게시판 중 가장 학구적인 게시판 중의 하나입니다. 저도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글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여러분의 글을 통해서 무엇이 한국 교회 음악의 문제점인가 하는 것을 파악하게 되고 해결 방안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본당에서 성가와 관계되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글들이 제게는 가장 반갑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제 생활을 하는 동안 성가대와 전례위원들을 위한 피정 만을 주로 지도했습니다. 이제껏 제가 이곳에 올린 "미사와 음악"이라는 내용과 "성가대원의 영성"을 강의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피정 끝마다 제가 꼭 언급해야 되는 말이 있습니다. "본당에 돌아 가셔서 제발 오늘 배운 것 아는 체 마시라"는 것입니다. 이게 한국 교회의 실정입니다. '환호송'은 평일에도 노래해야 한다고 제가 평신도들에게 아무리 가르치니 뭐 합니까? 실상 배워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맙시다. 우리도 열심히 배우고 또 성가를 뽑는 분이나 성가대원들에게 좋은 기사도 복사해 드리면서 올바른 찬미가 한국 교회에서도 울려 퍼질 때까지 우리가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성가대원들이 전례음악에 대해 제대로 알게되고 깨우치셔야만 한국 교회도 제대로 된 전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써 주시는 분들에게 우리의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 봉섭 형제 같은 분은 '성음악 훈령' 전문을 타이핑해서 올려 주셨는데도 추천은 제가 한 것 하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인심이 야박한 것 같지 않나요? 서로 격려하고 키워주셔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바쁘시겠지만 다시 한번 열심히 글들을 읽어주시고 이 성가 게시판이 정말 성가 가족들 여러분에게 필요한 장(場)이 될 수 있도록 같이 꾸며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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