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정 자매님의 글을 읽으며, 참으로 안스럽기도 하면서도 제 입가엔
웃음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 모두가 느끼셨겠지만, 전형적인 청년 성가대의 모습입니다.
저 자신도 지난 십오륙년간을 성가대 활동을 해오면서, 고민했던 기억이
참 많습니다. (특히 제가 단장이나 임원의 위치에 있었을 때)
왜 성가단원들은 연습시간을 잘 안지킬까? 저따위로 할려면 뭐하러
봉사한답시고 성가대석에 와 앉아있나...기타등등.
왜 그럴까요? 원인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성가대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정도의 신앙과 다양한 성음악에 대한 사랑을
갖고, 공통적으로 아주 조금의 책임감을 느끼며 활동하고 있기때문이죠.
제 경험에 의하면, 두가지 형태의 성가대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보기가
힘듭니다. 첫째는 보다 전문적인 성가대(예를 들자면 명동 가톨릭 합창단이나
무지카사크라..)이고 두번째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로 구성된 어른
성가대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정말 성음악을 좋아하고 어느정도 음악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갖춘 애호가들이 모이는 곳이라 고정된 연습시간에 자신의
스케쥴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죠. 후자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개인이 가진 음악적 능력이 어떻건, 이분들은 정말 성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남편과 자식의 저녁상을 부리나케 보아주고 연습시간에
맞춰 달려나오는 어머니들, 직장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와 잘 말을
안듣는 목소리지만 화음속에 섞어보려 목청을 돋우는 아버지들....
이분들에게는 성가대에 나오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성가가
좋아서....
연습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매 연습에 빠지지 않고 참여 할려면
하느님께 봉사하겠다는 굳은 마음 이외에도, 성가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열의가 있어야 합니다. 청년 성가대의 연습참여도가 저조한
것은 단원들의 성가에 대한 사랑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힘내세요. 임원으로 봉사하며 느끼게 되는 고민들,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때로 받게 되는 상처들은 자신을 무척 성숙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 뿐아니라 앞으로의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잘 안되더라도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고 결국엔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성가대원들의 마음에 성가에 대한 사랑의 불을 놓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음악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김종헌신부님께서 말씀해주셨듯이 전례적 음악적으로 실력을
갖춘 음악감독이 신부님의 자상한 조언을 받아 아름다운 미사와 성가대
성음악 교육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장이 우리 교회에 마련된다면
사오십대에 이르러 성가의 참맛을 알게 되는 우리 한국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이삼십대의 젊은 나이에 이를 느끼게 될 수 있지 않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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