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윤신부님께서 그레고리오 성가가 맞는가 아니면 그레고리안
성가사 맞는가의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레고리안 성가'라는
것은 어정쩡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형용사형 어미 '-ian'은 영어
에서나 사용되는 것이지 그것이 한국어로 왔을때는 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계학에서 '가우스 분포'라는 것이 있는데 영어에서 '가
우시안 디스트리뷰션'이라고 한다고 해서 우리도 '가우시안 분포'라
고 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영국의 역사중에 빅토리아 왕조가 있었는
데 이것을 영국식으로 '빅토리안 왕조'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더군
다나 그레고리오 성가는 이태리와 상관이 있으면 있겠지, 영국이나
미국과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원명인 '깐뚜스 그레고리아누스'에
서 출처를 밝혀 '그레고리아누스 성가'라고 하면 모를까 그냥 영어
식으로 '그레고리안'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우리가 미국식의 연구자
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외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
니다.
말이 나온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영어권에서는 이러한 성가를 '플레
인(plain)'성가라고도 이 의미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저 단순한
하나의 장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르에 깊이 연루되
어 있어보았던 분이라면 과연 그렇게 단순하고 고졸한 장르만은 아니
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신부님께서는 '그레고리안'과 '그레고리오'의 차이를 전자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후자는 저작자의 의미로 보셨는데, 다시 '가우시안
디스트리뷰션'의 예에서 볼때 그가 이러한 종모양의 통계분포를 창
시한 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용사어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꼭 그러한 구분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명칭 문제와 관련되어,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에 대한 평소의 생
각을 적어봅니다. 제목인 'ein deutches Requiem'은 여러가지 뜻을
담을 수 있겠으나 제가 보기에는 기존의 라틴어 텍스트 대신 독일어
텍스트를 사용했다는 것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레퀴엠'이라는 두리뭉실한 제목보다는 '독일어
레퀴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재 대세는 전자이지요.
또한 '바하'냐 '바흐'의 문제를 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본래
움라우트가 있는 '바흐'가 맞는데 단지 일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카
다가나의 한계에 의해 그동안 '바하'를 써 온 것입니다.
이외에도 찾아보면 새로이 집고 넘어갈 음악 단어들이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수백년에 걸친 대 성전을 짓는 노력으로 여
러 권위자들의 합의를 통해 하나둘씩 가장 좋은 이름을 지어나가는 정
지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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