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라우다떼 복음묵상(연중 제 32주일)
작성자이봉섭 쪽지 캡슐 작성일1999-11-07 조회수1,156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32주일 잠원본당 라우다떼성가단 복음묵상시간에 나눌 이야기입니다.



99. 11. 7. 연중 제 32주일
제1독서 지혜 6,12-16(지혜를 찾는 사람들은 그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제2독서 데살1 4,13-18(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믿다가 죽은 사람들을 그분과 함께 살리실 것입니다.)
복   음 마태 25,1-13(저기 신랑이 온다. 어서들 마중 나가라!)

<준비 및 진행 : 이봉섭 바오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제 우리가 11월을 맞았습니다. 위령 성월입니다. 또한 2주 후면 교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인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이와 함께 오늘부터 그 날까지의 주일 복음은 예수님의 다시 오심, 세상의 종말에 대해 말하면서 우리에게 ’깨어 준비할 것’을 촉구합니다. 다 같이 마태오복음 25장을 펴 주십시오. 오늘 복음은 25장 1절에서 13절까지의 말씀입니다.

"하늘 나라는 열 처녀가 저마다 등불을 가지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것에 비길 수 있다. 그 가운데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미련한 처녀들은 등잔은 가지고 있었으나 기름은 준비하지 않았다. 한편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잔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도록 오지 않아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저기 신랑이 온다. 어서들 마중나가라!’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 소리에 처녀들은 모두 일어나 제각기 등불을 챙기었다. 미련한 처녀들은 그제야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불이 꺼져 가니 기름을 좀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우리 것을 나누어 주면 우리에게도, 너희에게도 다 모자랄 터이니 너희 쓸 것
은 차라리 가게에 가서 사다 쓰는 것이 좋겠다’ 고 하였다. 미련한 처녀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 갔고 문은 잠겨졌다. 그 뒤에 미련한 처녀들이 와서 ’주님, 주님, 문 좀 열어 주세요’ 하고 간청하였으나 신랑은 ’분명히 들으시오. 나는 당신들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하며 외면하였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깨어 있어라."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여기에서도 결혼 잔치는 아주 큰 행사였습니다. 이들도 가난했기에, 이런 잔칫집에 초대받아 간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혼인 잔치는 심한 더위 때문에 해가 진 다음에야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신랑이 도착한다고 전해지면, 신부 쪽에서 들러리 처녀들이 신랑을 마중나가서 신부 집으로 안내하였고, 풍성한 혼인 잔치에 함께 들어가서 먹고 마시며 즐겼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 열 명의 처녀들이 나옵니다. 제가 처음 이 말씀을 보았을 때는 웬 신부가 열 명이나 되나 했었는데, 이들은 이런 신부 들러리였습니다. 신랑을 맞기 위해 등잔은 가지고 있었는데, 언제 신랑이 올 지를 몰라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신랑이 왔을 때 이들 중 다섯은 기름까지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신랑을 맞이하고 혼인 잔치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다섯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오늘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말씀이 하늘 나라에 대한 비유라고 하셨으니까, 혼인 잔치에 참여하는 것은 곧 하늘 나라에서 영광을 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랑이 오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것을 뜻합니다. 이 세상이 끝나고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랑, 즉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처녀들은 누구입니까? 말할 것도 없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받고 교회의 일원이 되어서, 그분을 기다리는 대열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등잔뿐 아니라 기름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에 외적으로 속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앙, 복음을 생활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때 처녀들이 신랑이 오는 것은 알았어도 언제 올 지는 몰랐듯이, 우리도 우리의 죽음이나 세상의 종말이 언젠가 올 것임은 알아도 그것이 언제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젊은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듯 그것이 먼 훗날의 일이 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다음 순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처녀들에게 문이 열리지 않았듯이, 주님께서는 ’판결하심 공정하고 심판에 휘지 않으실(시 51)’ 것입니다. 또한 처녀들이 기름을 나누어 가지지 못했듯이, 우리가 가지
고 나아가야 할 믿음과 사랑의 열매는 남이 대신해서 맺어 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주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성가대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 생활 중에 수없이 유혹에 빠지고 나태해져서 제 멋대로 살려고 하는 제 모습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주님께 자비와 도움을 청하며 마음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그와 함께, 우리가 서로의 기름을 대신 준비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서로가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고 도와 준다면 정말 복된 일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성가대로서 미사 전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발표회, 예수님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분의 구원 신비를 묵상하는 발표회를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냥 놀러 나오거나 뜻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가지는 기도와 봉사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한다면, 우리의 이 노력은 매우 뜻깊을 것입니다. 그 묵상과 기도와 찬미 안에서 우리는 주님을 맞을 준비를 다져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가 바치는 성가 중에, 예컨대 작년의 Faure [Requiem]이나 얼마 전의 Allegri [Miserere] 중에, 많은 분들이 깊이 감동하셨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습니다. 그 감동은 밖에서 얻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을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 부족했더라도 그 중에 주님의 도구가 되어서; 그분들의 마음이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도록, 그분들에게 필요한 기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린 것입니다. 여러분은 참 복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인도하심 안에 기도하고 노력하면서, 앞으로 바칠 전례와 발표회에서도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이 더욱 주님께 나아가고 그분을 맞을 준비를 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다시 한번 복음을 읽으면서 스스로 묵상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예컨대 나는 지금 깨어 있는지, 나의 등잔과 기름은 무엇인지 등을 묵상하실 수 있겠습니다.

<복음읽기 및 묵상>

  주님, 저희 성가와 전례, 그리고 생활 안에 이 묵상들이 녹아 나도록 보살펴 주소서. 그리고 저희 마음 들어올려 정성된 찬미를 바치며 또한 그 안에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도 주님 향해 올려지도록 인도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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