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라틴어 미사곡 사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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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임승환 | 작성일2000-01-29 | 조회수1,323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먼저 저희 본당의 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 12월 26일 저희 신림4동 본당의 청년성가대가 저녁에 있는 청년미사때에 라틴어로된 미사곡을 사용하였습니다. 작년 가을에 했었던 연주회때 연주했던 요셉 하이든의 작은 오르간 미사였습니다. 아마 그것이 신림4동 본당에서는 미사시간에 라틴어미사곡을 쓴 것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그 후에 그날 미사에 참석했던 청년들의 반응이 저희귀에 들려왔는데, 물론 저희한테 말하느라 아부를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비록 가사 하나하나의 내용은 모르겠지만 미사 각부분을 우리말로 다 알고 있으므로 적당히 짐작해서 들었다는 말도 있고, 평소에 자주 듣지 못했던 좋은 노래를 성당에와서 듣게되니 기분이 좋았다거나, 여타 다른 주일과는 색다른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고들 합니다. 미사에서 소외되었다거나 그런 유사한 느낌이었다는 의견은 별로 없는듯 싶습니다. 적어도 어떤 공식적인 항의나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날 미사끝나고 어떤 신자분이 ’우리 성가대 최고야.’하고 가시긴 했었습니다.
제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저희는 청년미사때에 청년성가집만을 이용하였었습니다. 한 3년정도 청년성가집만을 이용하였었고, 청년성가집을 처음사용하던 해에는 신상옥님의 복음성가풍의 미사곡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것이 작년 중반쯤 부터 가톨릭성가집을 병행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작년가을까지도 청년성가집과 가톨릭성가집을 병행하여 사용하였고, 요근래들어서 은근슬쩍 눈치를 봐가면서 가톨릭성가집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한다면 하이든의 작은오르간 미사는 매우 쇼킹한 사건이었던 셈이죠. 저희 본당 청년들의 반응이 비록 한가지 예에 불과하겠지만 시사하는 바는 클 것 같습니다.
신자들이 따라할 수 없는 미사곡의 사용은 미사를 음악회로 전락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라틴어로된 어려운 미사곡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않다고 하는 의견은 제 생각엔 한국 가톨릭계의 많은 성가대의 현실을 미루어 보건데 적합하지 않은 의견인 것 같습니다.
많은 성가대들이 풍금비스무레한 오르간 반주만을 이용하고 있고, 출석인원도 10~20명 내외가 많고, 성악을 전공한 사람 혹은 그런 비슷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성가대 내에 각 파트에 한두명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며, 밑에도 여러 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악보구입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인데, ’음악회같은 미사’가 왠말입니까? 우리의 성가대들 중 음악회 분위기라도 낼 수 있는 형편을 갖춘 곳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여가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에 대하여서도 한마디 해보겠습니다. 참여라는 것이 미사때 신자들이 말을 얼마나 하느냐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마음이 얼마나 움직이느냐의 문제일까요? 몸은 성당에있고, 입은 기도문을 읊고있으되 단지 습관적이고 의례적인 행사로만 하고있고, 마음은 직장에, 학교에, 집에, 텔레비전속에, 대중가요속에 파묻혀있는 것을 참여라고 부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라틴어 미사곡이 신자들의 입을 다물게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연주만 된다면 마음까지 닫게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매 미사때에 라틴어 성가와 라틴어 미사만을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은 때가 바뀌어서 대부분은 우리말 미사이고, 대축일때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때만 라틴어미사를 사용하는 수준인데, 그것마저 ’참여’라는 명분으로 죽이려 드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은 신자들이 미사통상문의 내용을 우리말로 다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미사통상문의 의미를 알기가 어려웠던 과거에 나왔던 의견을 지금 쓰는 것은 약간은 시대착오적인 생각같기도 합니다.
교회의 재보로 전해오는 좋은 유산이 있는데 그것이 ’좋은 유산’임을 강조하는 것을 ’토론’까지 해야하는 상황에 이른 것은 뭔가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라틴어 미사곡을 타파해야할 악습혹은 버려야할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아깝다고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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