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숭실OB 남성합창단 연주회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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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오규 | 작성일2000-10-24 | 조회수820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숭실OB 남성합창단" 정기발표회 참관기 : 살맛 나게 하는 합창단
지난 봄에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특별공연을 참관하고 단번에 "숭실OB" 팬이 된 저는 이 정기연주회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이 공연을 참관하기 위해 모처럼 만에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서서 연세대학교 캠퍼스를 방문하니, 곳곳에 가을의 냄새와 빛깔로 가득한 가을의 한복판이었습니다. 기나긴 여름의 땀과 인내가 열매를 맺는 결실의 냄새요 보람의 빛깔 - 이처럼 좋은 계절에 좋은 장소에서 열리는 연주회가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한마디로 말해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 9시50분까지 2시간이 넘는 공연이었지만, 숭실OB단원들이 지휘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뿜어내는 지극히 절제된 화음에 전율하며 숨소리도 죽여가며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들었습니다. 특히, 카운터 테너가 팔세토 창법으로 소프라노 음역을 연주하는 부분은 남성합창의 연주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혀주는 아주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봄의 특별공연 때부터 시도된 것으로 아는데 이번 공연에서 이 시도가 한단계 더 발전된 경지에 이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계속 정진하셔서 이 시도가 더욱 원숙한 경지에 이르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저는 숭실OB의 높고도 깊은 음악성 때문에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음악외적인 면에서도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 감동은 대부분의 청중들이 함께 느낀 감동일 것입니다. 이 감동은 연주회 중에 일어났던 두 가지 해프닝에서 비롯됩니다. 첫째는, 제1부의 둘째 곡 "O Magnum Mysterium"을 연주하다가 중단하고 다시 시작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무반주 다성음악의 연주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나게 한 해프닝이었지만, 잘못된 것을 알고 도중에 연주를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용기에 신선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둘째는, 제3부 둘째 곡 "빛의 영광"이 진행되는 중간에 한 단원이 쓰러질 때 보여준 숭실OB 단원들의 우애와 의연함이었습니다. 둘째 줄에 있던 제2테너 한 단원이 쓰러지려하자 그 옆에 있던 같은 파트의 제2테너와 앞줄에 있었던 제1테너 한 분이 이 단원을 양쪽에서 부축하여 신속히 퇴장시킴으로써 전혀 흔들림 없이 나머지 연주를 마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일어난 일임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너무나 차분하고도 신속하게 처리한 것은 평소에 단원들 사이의 우애와 협동이 얼마나 깊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이었기에 팜플렛을 통해 확인해보니, 쓰러지는 후배를 부축하여 이끌고 나간 제1테너는 안성우 단원이었습니다. 또 한 분은 확인을 못했습니다만, 이 두 분의 희생정신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정기연주회를 참관하면서 깊은 감동 속에서 떠오르는 말은 "살맛 나게 하는 합창단"이었습니다. 말로 다하지 못할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노래와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그 모든 어려움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이겨낸 숭실OB는 우리로 하여금 살맛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왜 사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비록 예기치 못한 어려움들이 우리를 잠시 쓰러뜨릴 수는 있지만 사랑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자신이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일을 해내게 합니다. 숭실OB의 이번 공연은 이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아마추어 이지만 노래가 좋아 모였고 최고를 지향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또 한번 도약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노래가 우리의 화음이 오십년, 백년을 지나 먼먼 후대 후대에까지 울려퍼지기를 소망합니다.
노력할 것입니다. 30년을 앞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합니다. 숭실 OB 남성 합창단은 늘푸른 노래로 영원히 당신의 귓가에 맴돌 것입니다." - 숭실OB 홈페이지 서문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살맛을, 삶의 기쁨을 깊이 느끼게 해준 "숭실OB 남성합창단"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숭실OB 홈페이지 서문에 들어있는 소망이 그대로 실현되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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