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성가대 홈페이지'에 대한 생각
작성자이봉섭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08 조회수979 추천수9 반대(0) 신고

  아래 글에 이어서 오늘은 시간을 좀더 내어서(어제 또 시험 하나가 끝났습니다~ ^^;), 현재 많이 생기고 있는 "성가대 홈페이지"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몸담고 있던 라우다떼성가단의 홈페이지가 생긴 이후,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단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의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성당에 못 가더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홈페이지를 통해서 그렇게 서로 친해지는 것은 성가대를 잘 유지하는 데 매우 크게 밑거름이 될 것으로,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성가대원들은 다른 것에는 신경을 끄고 자유게시판에 올라갈 가벼운 얘기, 인생의 얘기에만 집중하였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가 내부인들끼리의 인트라넷 이상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방명록을 만들 필요도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기도 했고, 단원이 아닌 사람은 출입 자체가 안되게 홈페이지를 만드려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성가대 홈페이지는 단원들에게 성가단원의 본분을 다시금 생각하고 계속 배우게 하는 일, 그리고 성가대 밖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관심있는 사람을 인도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큰 필요가 없을만큼 실제 공간에서의 활동이 좋으면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라우다떼에 홈페이지가 만들어지자 이런 방면에 대해서 신경도 많이 쓰고, ’잔소리’도 무척이나 많이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단원들이 편한 얘기를 하다가 가끔이라도 이런 것을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보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근처에 ’보이게’ 만들어서...

 

  라우다떼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라우다떼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날로 대중화되고 성가대원들도 나름대로의 홈페이지 또는 기타 가상공간에 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더 많은 성가대원들은 가상공간에서도 자기들의 홈페이지에서 잠시 놀다가 갈 뿐입니다. 실제 성가대 생활에서 ’전례에 맞는’ 노래가 아니라 ’자신들한테 즐거운’ 노래를 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n-세대들이 쓰는 청년성가대 홈페이지들에서는 더욱 그런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성가홈페이지 등 좋은 곳이 있더라도, 많은 성가대원들은 이런 곳을 아예 모르거나 또는 알려 줘도 들어와 보질 않습니다. 성가대를 이끄는 사람들까지도 그런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개인으로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단체로서도 자신들 편한 위치에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성가 가족 여러분께서 이곳에서만 좋은 말씀을 나누지 마시고, 일선의 성가대 홈페이지들을 방문하셔서 간단하게라도 말씀을 남기신다면 또 다른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직접 성가대를 방문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한 길입니다. 오기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가서 인도하자는 것입니다. 이 성가홈페이지에 링크란이 있고 특히 추천홈페이지 선정 사업도 하는 데에는 이미 이런 의미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 제가 있던 라우다떼를 생각하면서도, 성가 가족 여러분께서 가끔 오셔서 방명록에 좋은 말씀을 해 주시면 저희 단원들도 밖에서 저희를 지켜보고 있는 분들이 계신 것을 보면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해 왔습니다.

 

  이렇게 성가대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전례성가의 선곡 문제에 대한 조언을 할 수도 있겠고, 성가홈페이지 등 좋은 곳을 소개해 주실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별로 반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너무나 많은 성가대들이 그런 말을 해 줄 사람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성가대 후배들이 잔뜩 의존하는 선배들이라 해도 이런 말은 안하는 (또는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외로워서’ 쉽사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성가대가 잘못된 대로 굴러가서 단체의 습관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그렇다면 밖에서라도 성가 가족들이 필요한 말을 해 주고 외롭게 울리는 바른 소리를 북돋우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실제의 성가대의 모습, 그 모습과 깊이 연관되는 가상공간에서의 모습을 모두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 소속 본당이나 가까운 곳에 있는 성가대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홈페이지를 (때로는 실제로) 방문해서 관심을 가진다면 보다 큰 범위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스스로 만든 공간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여러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바른 길 찾도록 인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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