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MUSICA SACRA 합창단 연주회 참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10 조회수1,263 추천수12 반대(0) 신고

대희년 11월 9일(목) 저녁 7시 30분, 서울 덕수궁 옆 대한 성공회 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 가톨릭음악원 주최로 무지카 사크라 합창단 제13회 정기 연주회가 개최되었다.

 

이 합창단은 원장인 차인현 신부님이 종교음악 연구소 시절인 1984년에 창단하여 제 1회 창단 발표회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이래 오늘 까지 교회 전통음악, 특히 다성음악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연주를 하는 합창단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팔레스트리나 국제 합창 콩쿨에 참가하여 두 번이나(1993년 로마, 1996년 예루살렘) 3위 입상하는 등 해외공연 실적도 많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톨릭 전문 합창단이다.

며칠 전에는 (서울)가톨릭 신학대학교에서 공연을 한 바 있고..

 

지휘자를 특별히 소개할 필요가 있는데 남영철 세바스티아노 형제이다.

서울 논현동 성가대와 명동 로고스 합창단을 맡고 있는 프로이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독일과 영국에서 다성음악과 지휘를 공부한 사람이다. 또한 한국 세실리아 성음악 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중림동에 있는 가톨릭 음악원(최양업 기념관)이나 서울 명동대성당이 아닌 성공회 대성당에서 공연하는

이유를 혼자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무반주 다성음악 연주 환경에 적합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겠는가...하는 생각이 미친다.

 

성공회 대성당은 필자가 지난 6월 11일 이 게시판(#1435)에서 소개 했듯이 명동 성당 보다 조금 작으면서 높은 천정과 돌, 나무, 석회로 지은 성당 특색 때문에 아주 좋은 공명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음악인들은 믿고 있다.

 

오늘 공연에 장소를 흔쾌히 허락한 성공회는 가톨릭 뿌리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개신교단에

속하기 때문에 종교 일치 운동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이해되고 있어서 가능했겠지만

오늘 레파토리가 주로 영국 곡 인것도 한 몫 하지 않았겠는가....하는 느낌도 있다.

 

오늘 공연은 다른 음악 연주회와 좀 달라서 공연 시간 전에 이미 약 6백석의 좌석이

찼고 관객도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라 정말로 다성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관객이 유료 관객이고 프로그람도 판매했다.

자연히 노인과 아이들 관객이 거의 없고 이상적인 연령 분포로 관찰하였다.

무료 입장에도 객석이 텅 비는 연주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드디어 7시 30분 단원 입장!!  안내 멘트 없이 여성 단원 들이 바로 입장한다.

[까만 옷에 붉은 복대를 매고 나오는데 처음엔 무슨 무술 도복인줄 알았다.]

 

단원 수는 40명이고 이 중 남성은 13명이다. 여성4부+남성4부 합창(8성부)로 구성 되었고

연령층은 남성 30대-50대, 여성은 20대-40대 이다.

[남성합창 경험으로는 제1테너가 몹시 힘든다. 혼성4부 에서의 테너와 남성 4부 합창의 제1테너는 음역 수준이 차이가 있다].

 

프로그람은 16세기 영국곡과 20세기 영국곡을 혼합해서 짰다. 못 본 사람들을 위하여 곡을 소개하면,

 

16 세기 곡 토마스 탈리스 곡                  If ye love me

                                            Salvator mundi

          죤 태베너 곡 미사곡               Gloria tibi trinitas 중 Credo

                                             The western wind 미사곡           

 

20 세기 곡 촬스 빌리어스 스탠포드 곡        Beati quorum via

           죤 태브너 곡                     Song for Athene

           사무엘 바아버 곡                 Agnus Dei

 

특히 아테네를 위한 곡 은 1997년 다이아나 왕세자비의  장례식때 폐회 음악으로 연주되어 더욱 유명하게 된 곡이다.

[주: 아테네는 그리스의 수도 이름이 아니고 작곡자 친구의 죽은  딸 이름이다]

.

그리고 오르간 독주(고승희 세실리아)로 헨델 곡, 시바 여왕의 도착이 분위기를 경쾌하게 바꾸어 주는데 일조 했다.

 

합창 연주 시간 약 65분간 많은 관객들은 한 마디로 행복했을 것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청 성가대의 합창을 듣는

착각에 빠지고 눈을 뜨면 한국 무지카 사크라 합창단이 보이고.....

 

아까펠라이므로 매 곡 마다 허밍으로 음을 확인하고 연주에 들어가는데 틀림이 없다.

첫 음이 포근-하게 나오다가 2성부, 4성부, 6성부, 8성부로 합쳐지며 수직화음, 수평화음을,

엮어 나가는데 신비로운 소리이다. 때론 외성부 합창으로 나가다가 내성부 끼리 뭉치고

어떤 곡(아테네를 위한 곡..)은 남성들이 우----하고 끝없는 지속음을 관악기 처럼 깔아주고....

지휘자와 단원들의 혼연일치를 여기서 본 것 같다.

 

내가 연주 중에 프로그람에 메모 해둔 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참관기를 맺어야 하겠다.

[영국 다성음악을 잘 몰라서 해설도 못 하겠고...]

 

-노래에 취했다.

-아! 수정같이 맑은 소리여!

 

-호흡이 엄청 기네?

-여운(잔향)이 참 좋다...

 

-템포 변화와 강약이 확실하네..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한 사람이 틀려도 금방 엉망이 되겠구나...

-베이스 음이 엄청 내려가네?

 

-군 두더기 없는 청아한 화음이구나...

-지휘가 확실히 잡아 주는구나....

 

-이 정도면 한국 최고의 수준인데....

-음이 안 쳐지는 비결이 뭘까?

 

-나도 이런 합창단 지휘 한 번 해 봤으면.....

 

맺으며..

 

깊어가는 가을 밤이 엊그제 입동을 지나고 초겨울로 진입했습니다.

서민들 살기는 자꾸 어려워 지는데 연이은 연주회가 그나마 위안을 주는 듯 합니다.

오늘 이 연주 못 보신 분들 ...내년에는 입장료가 두 배로 올라도 볼 만 합니다.

무지카 사크라 합창단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고요, 남 지휘자님 , 훌륭하십니다.

더욱 건투를 빕니다.

 

김빠뜨리시오 올림.

추기:무지카 사끄라(및 가톨릭음악원)찾아가기--->www.musicasac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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