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감사음악제를 마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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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헌 | 작성일2000-11-26 | 조회수1,225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여러가지로 마음을 써주신 성가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먼 길을 오셔서 음악제에 참석해 주시고 참관기를 써 주신 김건정형제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경황이 없었던 연주회 뒤라 제대로 말씀도 못 나누고 또 누구를 만날 약속이 있다시며 가셔야 하신다는 말씀때문에 식사대접도 못 했습니다. 언제 조용한 때에 한번 다녀가십시오. 저도 하루 밤 재워드릴 곳이 있답니다.
종교행사라는 이유 때문에 대구 문화예술회관의 대관심사에서 거부 당했습니다. 올해는 유달리 연주회가 많아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회를 우선적으로 배려했다는 겁니다. 여러 곳을 물색하였지만 대관이 불가능했고, 이 작은 공간을 얻기 위해서도 긋발있는 분을 내세워야 했습니다. 저희 음악원 고정 팬이 1,000명이라고 계산하고 있는 저희들이지만 640석의 좌석과 복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고 많은 분들이 입장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이제 음악원 이름이 아닌 신문이나 방송사의 명의로 연주장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그랬답니다. 김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시작했다고요... 사제 합창단의 운영을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16명이 연주했지만 조금 더 운이 좋았다면 적어도 20명 이상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연주당일이 인사이동일이었기에 또 몇 명이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된 멤버들은 제가 대신학교에 재직중일 때 합창단에서 같이 노래부르던 신학생들 (지금은 주로 본당신부님들) 이었으며 그들은 열성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연습에 임해 주었습니다. 합창의 묘미를 아는 신부님들이죠. 어떤 주간에는 일주일에 두번, 적어도 한번씩은 꼭 연습했습니다. 멀리서 포항에서도 연습을 오신 신부님도 계셨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좋은 결실을 맺을 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말 남성이 그리웠습니다. 지방의 경제사정이 서울보다 형편없듯이 지방 성가대의 남성들도 수적으로 많이 딸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베이스가 없어 아주 큰 애를 먹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적어도 부족한 파트에는 돈을 좀 들여서라도 단원을 확보해야 할 것 같습디다.
정말 합창음악이란 첫번째나 그 다음으로나 오랜 시간을 요하는 연습,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자기 절제가 가장 필요한 음악임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제가 연습 도중에 대구 젊은이 생활성가 창작 경연대회에 심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연습량을 필요로 하는 면에서 생활성가는 도저히 제대로된 합창단의 연습량을 따를 수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첫째로는 구성원의 수가 현저히 차이가 나니 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사람 수만큼 노력이 따를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음 하나 하나의 발성을 통일시키고 아름답고 울림있는 소리를 위해 연습해야하는 즉, 세공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합창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손쉽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이 세대의 특징이 우리 교회 안에서도, 특별히 음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앞으로 교회 안에서 정통 성가대를 운영하기란 더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교회음악은 무너지고 있는가? 라는 화두를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있던 미국 어느 본당은 80%가 흑인이었기 때문에 자주 우리가 말하는 Gospel song을 부르는 미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40년이 넘도록 드럼 (Drum) 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분이 계셨는데 전 그 분이 스틱 (stick)으로 연주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brush를 사용하여 미사 때 성가를 반주하였습니다. 드럼을 치는 재주가 가히 달인의 경지에 이른 분이셨지만 가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자신을 절제하는 것입니다. 어, 왜 이런 말이 나온 겁니까? 음악은 절제의 미덕을 구체적으로 실현한다는 것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거군요.
본당 성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던 시기였습니다. 본당에서의 재정적인 후원도 열악하지만 우리 자신들도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가대 연습일이 어떤 다른 일보다도 우선이 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러분들의 분발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화이팅을 외쳐 봅니다.
김건정님께서 올려주신 참관기 중에 수녀연합 합창단의 반주는 구명림 수녀가 아닌 김현화수녀님께서 수고해 주셨기에 바로 잡습니다. 구수녀님은 같은 수녀회의 훨씬 선배이시지만 김수녀님의 보조자로서 반주자 옆에 있었습니다.
요번에 제가 기획한 것 중 특별한 것은 전례음악의 발전 기금을 위한 모금을 했다는 점입니다. 화환을 사양한다고 말했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연주회가 끝나고 기부해 달라고 봉투를 만들어 입장 때 돌렸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하던 수법(?)이고 한국에서는 아직 생활화되지 않은 것이라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오늘 모금액을 계산해 보니 300만원이 조금 넘게 들어 왔습니다. 음악을 듣고 마음에 느끼는 것이 있는 분들께서는 조금씩이라도 낼 것 같습니다. "밑져야 봉투 값"이라는 생각으로 시도해 보시면 의외의 기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곳에 구걸하고 도와주지 않는다고 욕(?)하실 것이 아니라 본당 성가대의 발전을 위해 성의를 보여주십사고 하면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우선 간략하게 올립니다. 또 시간나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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