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불광동성당 성음악 미사를 마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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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신용호 | 작성일2001-01-31 | 조회수89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이 글은 12월 불광동 성당 성음악 미사후 아마뚜스 합창단 베이스 솔리스트인 신문교바오로형제가 저희 합창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
오후 다섯시 십오분,불광역 도착.. 엄동의 짧은 해는 기울어 거리엔 어스름이 깔린다. 어두워 가는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언덕위에 실루엣을 드리우는 불광동 성당의 근엄한 자태.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고 김수근 선생의 유작이다. 그는 일찌기 잠실 올림픽 경기장을 설계한 후 세계 건축가들로부터 "장대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고려청자의 빼어난 곡선미와 동양의 따사로운 아늑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라고 극찬을 받았다.
오르막길을 천천히..십분 동안 사색하며 걸었다. 지난번 연주의 개운치 않은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이번에는 잘 돼야 할텐데..잘 할 수 있겠지..’ 성당 앞마당에 도착하니 반주자 상숙씨가 막 차에서 내린다. 묵직한 악보 꾸러미를 들고서..세상에! 그 가냘픈 체구에 이렇게 무거운 악보를 들고 다니다니..*^.^* 강당으로 들어서니 박선생님을 비롯한 몇몇분이 벌써 오셔서 준비하고 계셨다. 말씀들은 없었지만 다들 ’이번만큼은 훌륭한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결의라도 한 양,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비침은 나의 과민한 관찰일런지..
이윽고 연습 시작.. 느낌이 좋다. 언제 어디서건 훌륭한 연주의 성사 여부는 충분한 연습과 그에 따른 여유로움일진대, 대다수의 단원들이 시간에 맞춰 도착한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저녁 삼종기도 후 드디어 미사시작, 성가411번..’무궁세 우리 주를..’ 소리가 곱다. 조짐이 좋다. 이어서 카니시우스 미사곡 ’Kyrie eleison..’ 여성 파트의 도입부가 오늘따라 더욱 짙은 단조의 호소력으로 가슴을 파고 든다. 연이은 Gloria..주임 신부님의 선창 시작부분이 다소 엇갈려 일순 긴장했지만 ’정확히’한 옥타브 낮게 잘 해 주셔서 힘차게 받아 나갈 수 있었다. Qui tollis peccata..소프라노 오영숙 안젤라 자매님의 곡중 솔로..밝고 청아하다. 곡의 분위기와 음색이 정확히 일치한다. 이윽고 화답송..수도 없이 노래해 왔건만 왜 이리 긴장되고 힘든지..성가대석 앞으로 나서는 짧은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모름지기 전례는요ㅡ,너무 숙달되면 안된답니다" 십여년전 들려주신 어느 노 수녀님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이 순간의 두렵고 떨림은 오히려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 아닐까. 선창에 이은 합창단의 교창이 선명하게 울린다. 숨 한번 제대로 들이 쉰 기억도 없이 4절까지 무사히 끝냈다. 이제 절반은 성공이다. 이어서 이한충 형님의 알렐루야ㅡ, 언제 들어도 감탄스러운 소리ㅡ 스테파노 형님의 노래는 연륜이 더함에 따라 타고난 목소리에 더하여 깊은 호소력이 느껴진다. 짧지만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봉헌성가, 메시아 코랄 ’평화의 복음 온 땅에 퍼져..’ 힘차고 장중한 선율이 큰 성당에 가득히 울려 퍼진다. Sanctusㅡ, 아름답다..카니시우스 미사곡중 가장 아름다운 곡이다. 거룩하신 주님의 모습이 떠오르는듯 하다. 쉼 없이 이어지는 Benedictusㅡ,조바뀜으로 인하여 도입부의 알토가 늘 불안했던 곡인데 최경자 우슬라 자매님께서 노련하고 중량감있는 독창으로 훌륭하게 노래하셨다. Agnus Deiㅡ, 지난번 미사때 허둥대다 실수했던 곡인지라 긴장 하였으나 무난하게 시작되었다. 바리톤 솔로와 합창에 이은 테너 솔로ㅡ,Agnus Dei,qui tollis.. 박헌정 도밍고 총무님의 감미로운 목소리..비음이 약간 가미된 매력있는 음성이다. 언젠가 부인이신 다리아 자매님이 "나중에 우리 딸 결혼할때는 아빠가 축가를 해 준대요"라며 행복한 얼굴 표정을 지었던 일이 떠오른다. 이어서 온 합창단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래한 dona nobis pacemㅡ, 미사곡의 대미를 장중한 여운을 남기며 끝마친다. 영성체성가 Tollite Hostias 역시 아카펠라 임에도 흔들림 없이 깔끔하게 노래했고, 영성체 후 묵상 시간에 은은히 울려퍼진 오상숙 자매의 오르간 연주는 더 없이 아름다웠다. 신심깊은 자매님들은 성체를 모시지 못한 아쉬움도 크셨겠지만 ’훌륭한 연주를 위하여 영성체 마저 포기한 일’또한 주님께 칭찬 받을만한 ’희생’이 아닐런지.. 합창의 진정한 기쁨이란 이런것이 아닐까 한다. ’평소의 도타운 인화를 바탕으로 함께 노래하며, 정다운 단원들의 화음을 가슴으로 느끼는 것’ 바로 이 점 때문에 길고도 힘든 연습의 피로조차도 성공적인 연주 한번에 봄눈 녹듯 사라지는 것이리라. 미사가 끝난 후 초대되어 간 현경옥 율리안나 자매님댁의 ’집들이’는 정말로 성대하였다. 화재 후 신축된 가옥의 훌륭함도 훌륭함 이려니와 자매님의 가족과 함께 한 만찬 석상은 우리 합창단의 화목을 한결 더 공고히 하는 계기였다. 화재 이후 지금에 이르는 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으셨음에도 늘 밝은 얼굴로 단원들을 맞이한 현경옥 자매님께 찬사를 보낸다.
. . 그런데? 한가지 아쉬움.. 홈페이지 만들고 관리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며 고생하는 우리의 홈지기 신바오로 형제가 안보인다. 미사때는 분명히 있었는데.. 얼마나 바쁜일이 있었으면 저런 산해진미를 마다하고 먼저 갔을까.. 가슴이 아프다. 먼저번 되게 추웠던 날 ’통도야지집’에서 처럼 먹는다면 쐬주 80병은 먹을 만한 안주 였는데..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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