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떤 지휘자의 고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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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용복 | 작성일2001-02-03 | 조회수1,124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244 3844 4444 1 244 4444 4444 1……’
마치 ’첩보영화’나 ’정보요원’들이나 사용하는 ’난수표’와도 같은 이 숫자는 무엇일까?
이 숫자의 뜻은 약 30년 전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6학년 음악 책에 첫 번째로 실려있는 ’대한의 노래’ 악보의 음표를 숫자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2 : 2분음표, 4 : 4분음표, 3 : 점4분음표, 8 : 8분음표, 1 : 상상하시면 알수 있음)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삼천 리, 무궁화 이강산에 역사반만 년……’ (자! 이 가사에 위에 숫자를 그대로 겹쳐보시기 바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때 국민학교 6학년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공부(암기)하여야 좋은 중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음악 책에 실린 모든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요령에 따라 모조리 숫자로 바꾸어 암송하여야만 했으며 그무렵에 만들어진 ’국민교육헌장’까지 줄줄 외워야 하는 한심한 시절이었다.
학교에 오고 갈 때나 심지어 여자아이들은 골목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면서까지 ’244 3844’를 목청껏 외쳤으니 얼마나 머리에 박혔으면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않고 흥얼거릴 수 있을까 신기하지만 참 한심스러운 음악교육이었다.
그러나 더욱 한심하고 부끄러운 사실은 그나마 국민학교 졸업 이후 음악에 대하여 눈과 귀를 막고 살았던 내가, 감히 어떤 조그만 성당의 지휘자로 떠억 버티고 있으니 더욱 한심한 일이 아닌가?
그래도 명색이 지휘자랍시고 ’김건정 파트리티오 님’께서 펴내신 ’교회전례음악’ 책을 구하여 혼자 공부해 보았지만 워낙 음악에 대한 바탕이 없는 나로서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찌 어찌하여 하나를 알아들으면 모르는 두 개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참으로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도 주저앉을 수 없어 인터넷 ’굿뉴스 성가이야기’방에 들어가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 여기 저기 음악관련 인터넷 홈페이지를 기웃거려 보지만 볼 때 뿐, 그 놈의 쇠 힘줄 같은 ’244 3844…’가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까하며 가슴만 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 받아 본 평화신문 16쪽 ’문화초대석’ 란에는 김건정 파트리치오 님의 사진과 함께 전례성가의 중요성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우리 교회 전례음악의 황폐화를 걱정하시는 김건정 파트리치오 님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으나 그보다 더 급한 것은 그 놈의 ’244 3844’를 내 머리 속에서 깨끗이 지우는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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