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Stabat Mater 개사 유감 | |||
---|---|---|---|---|
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1-04-09 | 조회수1,036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페르골레지의 Stabat Mater(십자가 길의 성모)는 저도 대단히 열렬하게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작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9월 15일)날에 성가 게시판 1710번 글을 통해 나름대로 소개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명동대성당에서 이 곡의 연주가 있었다니 참 반가웠고, 항상 좋은 글 올려 주시는 김건정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올해 9월 15일에는 인천교구 주교좌 답동성당에서 소명여중 합창단(이호중 지휘), 이보나 자매님 등이 기념일 미사에 이어 이 곡을 연주하기로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티없이 맑은 소리로 좋은 기도를 바치리라 크게 기대가 됩니다.
아래 참관기(2439번) 중에 이 곡의 구성이 나와 있었는데, 잠시 거기서 인용된 번역본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1710번 글에서 "한글 가사로 된 악보라면 번역이 잘 되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악보에서 매우 심각한 오역을 본 적이 있습니다." 라고 간단히 말씀드린 부분입니다. 참관기에서 인용하신 각 소제목들은 바로 이 악보의 번역을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마지막 절이 "예수 비록 죽으시나... 아멘"이라 되어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이상함을 느끼기 어렵습니다만, 원래의 마지막 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Quando corpus morietur, fac, ut animae donetur paradisi gloria." (라틴어 원문) "육신 죽어 없어져도 내영혼이 천국 영복 누리게 하옵소서." (가톨릭성가 263) "제가 죽어 세상 뜰 때, 천국영광 주 예수님, 만나뵙게 하소서." (매일미사, 2000. 9. 15.)
저는 라틴어를 잘 모르지만 가톨릭성가집의 번역이 직역에 가까운 듯 합니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우리말 악보에서는 마지막 절을 다음과 같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예수 비록 죽으시나 그 영혼은 영원토록 하늘나라 영복을 누리게 하소서."
즉, 죽는 주체가 ’나 자신’ 인데 ’예수님’인 것으로 잘못 파악한 번역 실수입니다. 발단은 번역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조그만 실수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교리와 어울리지 않는 기도문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영혼과 육신이 함께 부활하셔서 하늘나라에 계시는데, 이 가사는 우리가 성모님을 향해서 예수님의 영혼이 영복을 누리기를 기도하는 내용이니 말입니다.
이 악보가 직접 서점에서 대중에게 판매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무심결에 이 부분이 그냥 연주되거나 번역문으로 배포되는 일이 있을까 싶어서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복된 성주간과 부활을 맞이하시기 빕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