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자유 게시판에서 통째로 퍼왔습니다.
작성자류대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1-04-11 조회수714 추천수8 반대(0) 신고

+찬미 예수님!

자유 게시판에서 라틴어 성가 문제로 며칠째 여러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 것중에서 우리 성가 가족 분들도 한번은 읽어 보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퍼 왔습니다.

 

게시자: 정베드로(jacondo) 네가 음악을 아느냐?

게시일: 2001-04-11 00:42:23

본문크기: 13 K bytes 번호: 19396 조회/추천: 93/11

주제어:  

 

 

제목: 네가 음악을 아느냐?

 

 

 

제 자신에게 한 번 해본 소리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전 음악에 대해 너무 문외한입니다..

 

그저 ’음악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하지만 제가 "난 국악 좋은 것 모르겠더라"라고 말 한다면

 

국악마니아님들께 "무식한 놈" 소리를 들을 소치가 될까요?

 

전 개인적으로 국악미사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국악연주야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상

 

본인의 취향에 따라 들을 사람은 듣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딴 음악 들으면 그만이지만

 

이른바 국악미사 라는 것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미사를 끝까지 드리려면 강제로(?) 듣지않을 수가 없으니

 

저같은 사람에겐 고역이지요..

 

 

 

그렇다고 내 것만 귀하게 생각하고 남의 의사나 취향을 무시해서는 안되겠죠..

 

국악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행복한 미사시간이 되실테니

 

가끔씩 있는 기회라면(저희 본당은 설날이나 추석 명절날 국악풍의 성가를 좀 부릅니다)

 

어쩌다 국악 미사 드리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래에 라틴어성가가 더 좋으냐 아니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논쟁은

 

그냥 국악미사를 드리는 것과는 그 본질이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뭐라고 할까…

 

라틴어 성가라 하면 그레고리안 성가인데

 

’국악미사’나 ’한글성가’를 굳이 주장하시는 분들 중에는

 

라틴어성가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상당 수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톨릭 자체를 ’외세’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교회 내 요즘 일부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이 말 하는데 왜이리 떨리죠?

 

제 눈 앞에 이 말 땜에 성난 얼굴들이 휙휙지나가는 것 같네요.. 그렇담 아직 사순절이고

 

더구나 성주간인데 애덕으로 봐주시기를.. ^^)

 

 

 

전례의 토착화..

 

참으로 어려운 명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민족주의적이며 국수주의 성향의 그릇된 신앙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것 같구요.

 

 

 

지금도 젊지만 지금보다 좀 더 젊었을 땐 저도 한 때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왜 꼭 빵하고 포도주여야만 하느냐고..

 

우리의 주식은 밥이고 우리에겐 막걸리가 있는데.. 라구요.

 

그때는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잘못된 발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요소들이 그렇게 맘에 안들고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한다면

 

내가 왜 여기(가톨릭교회)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차라리 천도교나 계룡산에 들어가면 민족 어쩌구하는 여타 신흥종교들도 많은데,

 

거기가면 소위 ’토착적’이고 ’한국적인 것’ 투성인데..

 

토착적인 것에 젖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물에 잠수해서 살 수도 있는 건데…

 

머, 이런 생각이 드는겁니다.

 

 

 

가톨릭이 ’보편되다’는 뜻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가톨릭 신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을 때는 일정 정도는 서양식으로 살겠다 라는 각오 내지는

 

그것을 수용하는 마음자세가, 적어도 무언의 동의가 있었다 라고 전제해야되지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새삼스레 우리 종교를 외세의 한 형태로 보고(국악 미사 좋아하시는 분들이

 

다 그렇다는 것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분들은 극히 소수이되 많은 분들이 별 생각없이

 

그런 생각에 영향을 받고 별 의식없이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가고있다는거죠)

 

’토착화’를 내세워 무조건 갈아치우고 바꾸려고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외세’하면 ’강대국’  ’제국주의’등과 관련지어서 쓰는 말이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외세’란 한국 바깥 쪽은 모두 외세라고 해야되겠지요.

 

그렇담 예수님도 ’외세인’이신데

 

그렇다고 지금까지 ’아멘’이라고 해오던 것을

 

’옳소’라고 뜯어고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피보다 더 진한 건 신앙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성세 때에 ’보편적이 될 것’을 수락한 가톨릭 신자들이라면

 

몇백년 전 한반도에서 이교도로서 살았던 피의 조상들 보다는

 

비록 눈, 코,  입,  피부색은 다르지만 우리들과 같은 신앙을 나누던

 

수백년 전의 유럽의 가톨릭인들을 더 가까운 조상으로 느끼고 모셔야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성인 공경이 그 좋은 예가 아닐까요?)

 

 

 

가톨릭 교회의 전통 성가들, 특히 우리교회가 공식적인 성가로 채택하고있는 라틴어성가

 

즉 그레고리안 성가는 모두 이 신앙의 선조들이 우리들에게 물려준 귀중한 유산인데

 

이렇게 확실하고 좋은 것을 놔두고서 굳이 왜 ’이교도’들의 음악으로써 미사음악을

 

대체할려는 것인지 저로서는 많이 유감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이세상 만민은 모두가 친구…"라는 성가는

 

앞으로는 설 자리가 없을 것 같군요.

 

 

 

’보편적’이어야 할 우리 교회의 분위기가 너무 외골수, 폐쇄적인 분위기로

 

흘러가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됩니다.

 

우리 것도 좋지만 이런 식이라면 우리 애들 학교에도 보내지 말아야겠지요.

 

거기도 죄다 서양 것 투성이니까요.

 

 

 

토착화가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으로 된 유리들은

 

모두 ’창호지’로 갈아끼우거나

 

유리의 무늬만큼이라도 묵화풍의 동양화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 명동성당의 종을 서양에서 수입해서 들여온다고 난리를 치던 분들이 있던데

 

라틴어 성가를 싫어하시는 분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담 기존의 명동성당은 철거하고 한옥으로 다시 짓자고들 왜 주장하시지는 않는지..?

 

(그레고리안 성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약간 흥분하고있음. . ^-^ )

 

 

 

제가 보기에 아래 제임스님은 라틴어(언어) 그 자체보다는 라틴어성가가 가지고 있는

 

전례 음악적인 면을 더 강조하신 것 같은데

 

반박하시는 분들은 "내가 라틴어를 알아듣네 알아듣지 못하네"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악이란

 

농악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네 농악은 원래 논, 밭에서나 연주(?)하던 음악으로서 야외용입니다.

 

그런데 이 시끄러운 음악으로 미사를 드린다?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임스님이나 제임스님의 의견에 반대하시는 분들이 말씀하시는 국악미사곡이란

 

우리 민요풍의 가락으로 작곡한 성가들을 제외하고는

 

농악보다는 중국에서 전래된 전통국악이 아닌가하는데요..?

 

소위 전통국악 이라는 것은 그 가락이 좀 슬프면서

 

전체분위기가 처량한 느낌을 주는 음악인 것 같습니다만..

 

요즘같은 사순시기에는 몰라도

 

글쎄요.. 과연

 

기뻐서 동네가 떠나갈 듯이 외쳐야하는 부활미사나 성탄미사등에 적합할지…

 

 

 

제가 보기엔 이것이 ’제임스’님이 글을 쓰신 요지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만..

 

 

 

경북 왜관에 가시면 한국 베네딕도회 남자 수도원이 있습니다.

 

거기는 모든 전례를 특히 미사를 언제나 그레고리안 성가로 드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나지요. (물론 독서와 강론은 빼고요..

 

그것까지 노래로 할 수는 없으니깐요^^)

 

그런데 라틴어로 할 때도 있지만

 

곡조는 그레고리안 성가 그대로인채 한국말로 하는 경우도 있지요.

 

굳이 라틴어를 못알아 듣는 것이 문제라면 한국말로 된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는 것은

 

어떻습니까. (기존의 가톨릭 성가책에도 ’Tantum Ergo’(지존하신 성체)등

 

한국말로 번역된 라틴 성가들이 좀 있지요)

 

우리 교회의 공식성가가 그레고리안 성가이므로 특히 부활 대미사등에는

 

이런 곡들은 적어도 몇 곡은 꼭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진정한 의미의 토착화란 이런 그레고리안성가를 우리네 말과 조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말이 좀 길어졌는데요..

 

아래 공의회 문헌을 인용하며 오늘은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임스님 힘내시고요, 파이팅!!!!!!!!

 

 

 

"성교회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로마식 전례의 고유한 성가로 인정한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면 이 성가가 전례 행위(의식)에서 첫 자리를 차지한다."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제 6장 ’성음악’ 편)

 

 

 

** 추신:

 

   어느 분께서 공의회 때에 전례의 토착화 작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셨는데 이말은

 

   온 지역교회가 전례를 모두 바꾸어야한다는 일반적인 적용을 전제로했다기 보다는

 

   문맥상 서양과 언어, 문화의 차이가 심한 선교지역에서의 특수상황을 고려해서

 

   사목적 배려의 지침으로 삼기를 권고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우리교회(로마 가톨릭)의 공식적인 전례음악은 여전히 그레고리안 성가로서

 

   공의회 이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다는 얘기지요.

 

 

 

   한국말로 하는 것이 알아듣기에 더 좋다 안좋다의 문제를 떠나서, 이보다는

 

   "같은 조건이라면 이 성가가 전례 행위(의식)에서 첫 자리를 차지한다" 라는

 

   공의회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잠시 언급한 "전례헌장" 제 3항에 보시면 또 이런 말들이 있습니다.

 

   너무 길어서 중요한 몇 문구만 인용하겠습니다.

 

 

 

   제 III항 거룩한 전례의 개혁

 

   A) 일반 규정

 

     - 거룩한 전례를 조절할 권한은 오직 교회의 권위 즉 교황청과

 

       또한 법의 규정에 따라 주교에게만 있다.  

 

       ........................

 

            ............................

 

       또한 할 수만 있다면 인접한 여러 지역의 의식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없도록  

 

       주의해야한다.

 

 

 

    그리고 제 III항

 

    D) 민족의 특성과 전통에 적응시킴에 관한 규정’ 부분에는

 

 

 

    "로마식 전례의 본질적 통일성을 보존하는 조건하에,"

 

 

 

    라는 조건이 명시가 되어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전례음악의 ’토착화’ 를 시도하더라도

 

    항상 잊지말아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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