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꽁트] 그레샴의 법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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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1-05-08 | 조회수629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그레샴의 법칙이란게 있다.
경제학 용어로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좀 어려운 말이지만 뜻은 쉽다. 가령, 1만원 짜리 금화와 지폐를 발행하여 유통시키면 얼마 안가서 금화는 자취를 감추고 지폐만 돌아다닌다는 이론이다. 그레샴이란 이 이론을 세운 경제학자의 이름이다.
교회음악에도 그레샴의 법칙이 작용되는 것이 아닌가...하여 걱정할 때가 있다.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남성이 주축이던 성가대에 여성이 주인이 되어있고 남자는 날로 희귀해 간다. 남성이 지휘하는 성가대는 자꾸 여성으로 대치되어간다. 개신교에 이어 성공회에도 여성사제(신모)가 한국에 생겼다. 그렇다고 남성이 금화이고 여성이 지폐라는 억지 성차별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집 남녀 구성은 반 반이다. 다만 무엇이든지 한 켠으로 치우치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어제 성소주일을 맞이하여 신학교 미사에 갔었다. 그림같은 정원에서 아주 환상적인 미사였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집전하시고 수 백 명의 주일학교, 중 고등부 학생과 학부모가 참례했다. 신학교 성가대 (약 40명)과 양재동 보엠 관현악단(약 20명) 그리고 두 명의 독창자가 특송을 불러 축제의 미사여서 참 ! 좋았다.
추기경님이 강론 중 장래 희망을 묻는 대목에서 대통령 되겠다는 아이보다, 국회의원 되겠다는 아이 보다. 장관 되겠다는 아이 보다, 사제, 수도자가 되겠다고 손을 든 아이들이 더 많아서 흐믓했다.
그런데...내 귀는 미사시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성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들었다. 야외 미사이니 복음성가가 많은 것은 이해를 한다. 어린이와 학생이 많으니 청소년 성가를 많이 부르는 것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온 공동체(사제,아이, 학생, 청년, 어른, 할아버지)가 함께 부르는 "주님의 기도"에서 복음성가를 합창하고 끝 무렵(악에서 구하소서...) 라-라-라- 라-라 랄라...가 나오고 아-멘이 나올 때는 입을 다물 수 밖에.....성서에도 기도서에도 없는 첨가문이다. 여기는 신학교이다. 미사 때 "아멘" 은 안 한다고 공식 가톨릭 성가책(#성가 번호 387,388 등)에 씌여 있다.
관현악에 팀파니가 가세하니 신나기는 한데 성/속이 경계가 없어진 듯하다. 영성체 중에 특송으로 아베 마리아를 열창하기도 한다. 성가대와 반주단이 리허설도 충분치 않았던 듯 하다.
오리가 부화될 때 암닭이 옆에 있으면 오리는 제 어미인 줄 알고 따라 다닌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가톨릭 고유 음악이 뭔지, 성음악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복음성가가 정통 성가인줄 알고 자랄까 걱정이 된다. 주님의 기도 후, 라-라-라-라--- 유다 어린이 들은 낱말을 익히면 바로 토라(모세 오경) 암기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레샴의 법칙 현상은 교회음악에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맑은 하늘 올려다 보고 성모님께 기구한다.
오-라, 오-라, 뿌로 노-비스!
"이사람아! 누구더러 오라, 가라 하나?" 누군가 나보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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