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즈베키스탄]국립합창단 연주회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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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1-09-22 | 조회수795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하늘 빛이 바이칼 호수같이 파랗게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오늘은 진귀한 합창단의 연주회에 참관한 기쁨을 나누고자 합니다.
2001년 9월21일 금요일 저녁 7시 50분, 서울 서초구 구민회관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 챔버합창단"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약 7년째 이런 예술문화 활동을 무료 지원하는 구청장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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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생소하지만 옛 소련에서 독립된 실크로드 길목에 위치한 나라이다. 인류 사상 최악의 테러를 자행한 빈 라덴을 비호한다고 하여 곧 미국의 공격을 받을것이라는 아프가니스탄과 북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구 약 2천 3백만의 초원국가이다. 문화와 종교는 동-서양 모두 흡수하여 이슬람교와 정교회, 유대교가 공존하며 음악도 다양하게 융화시킨 듯 하다. [요즘 뉴스를 타고 있는 이슬람교 전례와 관련하여 게시판 #2366(2001.3.16)에 서울 이태원 이슬람 예배당 참관기가 있음]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이상하리 만치 "스탄" 이라는 접미어가 붙은 나라 이름은 무슨 의미일까? ~스탄은 땅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말로 하면 우즈베키의 땅, 파키의 땅, 아프간의 땅... 그런 뜻이리라.
합창단 이름도 실크로드 챔버 합창단인데 실크로드는 옛날 동서양의 무역 요지로서 비단길을 이른다. 합창단 앞에 챔버(실내) 라는 뜻은 보통 규모가 작은 합창단을 말 하는데 중창단(10명 내외) 보다는 크고 합창단 (약 20명 이상) 보다는 작은 규모에 붙인다. 우리나라에도 성녀 세실 실내 합창단(여성)이 있다.
합창단은 지휘자, 반주자와 14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소프라노-4명, 앨토- 3명, 테너- 3명, 베이스- 4명, 남녀 비율 7:7로 잘 짜여진 구성이다. 즉 외성은 4명 씩으로 감싸고 내성은 3명씩으로 받쳐주는 모양새이다. 단원은 30대-50대 이고 지휘자(드미트리)는 40세 정도의 훤칠한 미남! 반주자(니나)는 체격이 큰 흰머리 소녀 (15세 +50세) 였다. 피아노 칠 때 보니 힘이넘친다.
신나는 것은 , 한국인 베이스 최병호씨가 단장이다. [그의 부인 황혜경도 합창단원이고 소프라노 독창자이다. 정말 부창부수 부부이다. 참으로 대견하다. 그 먼데까지 진출하여 단장이 되다니.....한국은 정치인들만 좀 잘하면 좋은나라 가 될 텐데...]
이 합창단은 우즈베키스탄의 정예, 국립합창단이다. 옛 소련 시절에도 예술 수준이 높았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모스크바, 성 페테르부르크, 키에프와 더불어 4대 음악 도시로 이름이 났다고 한다.
프로그람을 보니 국제 무대에서 활동이 많은 합창단이다. 존 루터의"For the beautiful of the Earth" 에서 시작하여 헨델의 할렐루야 로 맺는데 세계 유명 명곡과 민요를 골고루 안배했다. 한국 민요와 가곡도 있다. 15개 곡을 연주했는데 노래말이 영어, 한국어, 이태리어, 히브리어, 러시아어, 아베르자이잔어, 라틴어, 우즈벡어,타지크어 등 9개국 언어이다.
우리 노래는 뱃노래(민요-어기여차로 시작!)와 기다리는 마음(장일남 곡), 그리고 앙콜로 아리랑을 불렀는데 눈을 감고 들으니 한국 합창단이나 진배 없을 정도로 잘한다.
특히 연속극 "모래시계" 의 주제곡으로 귀에 익은 쥬라블리(백학)을 들려주었는데 그 중후하고 호소력 있는 베이스 독창에 매료되었다. 체격도 좋은 단원이다. 원래 러시아권 합창음악은 베이스가 유명하다. 다른 민족에 비해 저음이 많이 내려간다. 이 곡은 프로그람에 없었는데 관객의 선호도를 감안하여 즉흥 연주를 한 셈이다.
노래는 반 이상이 아까펠라인데 이런 곡들은 매우 절제된 소리를 낸다. 마치 다성음악 초기 조스갱 데프레의 곡 같은 느낌이 든다. 깨끗하고 청아하다.
그러나 피아노 반주가 붙은 곡은 피아노/ 포르테가 분명하여 현대 조성음악의 화려함을 잘 표현한다. 지휘폼도 깔끔하여 군두더기가 없다. 악보를 다 외웠는지 지휘 집중이 잘되고 표정이 밝고 좋다. 노래하면서 단원끼리 마주보며 소리를 조절(튜닝)하는 모습도 본 받을만 한 것 같다.또한 미소를 지으며 부르기도 한다. [한국 합창단은 대개 표정이 없다. 환희의 노래와 비탄의 노래에도 음색 변화가 적은데 이 합창단은 창법을 바꾼다. 즉 한국 합창단이 입으로 부른다면 이들은 온 몸으로 부른다].
성가는 Panis Angelicus(C. Franck 곡 성가책 503번)을 라틴어로 불렀다. 1절 테너 독창부분을 테너와 소프라노(황혜경)이 나누어 부르고 2절에서는 합창이 한마디씩 뒤로 따라가며 부르는 곡이다. 테너소리도 좋았지만 소프라노가 더 듣기 좋았던 것은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마지막 곡으로 헨델의 할렐루야를 연주했는데 사회자의 해설과 안내로 관객이 일어서서 청취했다. 그것도 괜찮아 보인다. 보통 연주 보다 매우 빠를 템포이다.(내가 좋아하는 템포..) 그리고 흔히 포르테를 강조하기 쉬운데 역시 강약 조절이 탁월하다. 흠 잡을 데 없는 높은 수준인것은 틀림없다.
다만 라틴어 발음이 우즈베키스탄 식인지 좀 다르다. 예컨데 빠니스 안젤리꾸스에서 "Pauper, Pauper..." 하는 부분에서 빠우뻬르 로 발음하는 것이 맞는데 이들은 빠우 삐루 라고 발음한다. 그리고 곡이 끝날 때 즉 테너와 베이스가 시간차이가 나는 곡이 두 곡 정도 있었다. 주최측의 협조 부족 사례도 있었는데. 배부된 프로그람과 연주 곡 순서가 안 맞아서 불편했다. 위에 소개한 곡 이외에는 보통 시민들이 모르는 곡 들이었다.
약 1시간 동안 몸이 구름 위에 두둥실 뜨듯 기분 좋은 연주를 감상했다. 부모 손에 이끌려온 아이들이 많았지만 떠들지 않고 잘 참아주어 고맙다.
무엇보다 오늘 같은 연주회는 참관기를 소신껏 써도 뒷 말이 없어서 좋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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