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꽁트] 아내와 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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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1-09-30 | 조회수703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꽁트] 아내와 딸
김 꼰지시오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음치의 3대 요건을 모조리 갖추고 있다.
첫째;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시간과 장소를 안 가린다. 다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허밍으로 한다. 둘째; 긴 노래를 좋아한다. 그것도 대중가요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성가, 특히 라틴어 성가를 즐겨 부른다. 셋째; 본인이 음치라는 사실을 모르고 산다.
김 꼰지시오는 오늘도 아파트 거실 중앙에 서서 독창을 한다. 제법 폼을 잡고 "아베마리-아....그라씨아 쁠레에나....도미누스 떼에꿈...아아베에 마아리이아...."
안방에서 화장을 하던 아내는 방 문을 활짝 연다. 노래를 더 잘 들어주기 위해서이리라... 그런데...건너방에 있던 다 큰 딸아이는 반쯤 열려있던 문을 슬며시 닫는다.
똑같은 남성 독창? 인데 이렇게 듣는이의 반응이 다르다. 노래가 끝나니 아내는 짝짝짝 ! 혼자 박수를 친다. 그래...성서에도 여자는 부모 품을 떠나 한 남자와 가정을 이루리라......했던가? 이 다음에 자기 신랑이 노래를 부르면(나보다 노래를 못 불러도) 지금 아내처럼 박수를 치겠지.....
김 꼰지시오는 오늘도, 단 한사람의 청중을 위하여 노래를 부르리라! 하고 다짐하며 목청을 다듬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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