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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전 가톨릭합창단]창단 연주회참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1-10-21 조회수1,282 추천수14 반대(0) 신고

대전 가톨릭 합창단 창단연주회 참관기

 

서울에서 대전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며 가을 들렼 아직 추수하지 않은 황금빛 벼를 보니 옛 생각이 납니다. 쌀에 대한 소중함 이지요.

 

가난했던 시절, 우리 어머니는 초겨울에 쌀 한가마니(80kg, 대두 닷말), 연탄 200장, 김장 배추 100포기..... 이렇게 마련하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매우 행복해 했습니다. 요즘 신세대 주부들이야 쌀 가마니 보기나 했을까요?  요즘은 밥을 안먹고 라면과 빵을 먹는 통에 쌀아 남아돈다니 참 세상 많이 변했음을 실감합니다.

[북녁 땅 동포는 아직도 이밥에 고깃국 타령하는데도, 인민군은 군비 증강에, 화생방 무기 생산에 열을 올린다는데.......]

 

2001년 10월 20일(토) 저녁 7시30분. 대전직할시 서구 갈마동 성당에서는 대전교구 사상 처음으로 가톨릭 합창단 창단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에 현지에 가 본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며 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갈마동 성당에 들어서니 현관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눈에 띤다.

<경축! 대전시 건축상 수상>

 

새로 지은 성전이 설계와 시공을 잘한 모양이다. 들어가 보니 구조가 통상적인 세로형이 아니고 가로형이다. 즉 입구에서 제대까지 길이보다 좌측에서 우측 끝단 길이가 길다.(서울 자양동 성당과 비슷). 십자가는 공중에 매다려있고 제대 벽, 전면은 주님부활을 상징하는 벽화이다. 내 습관대로 연주장으로서 갖추어야할 사항을 점검해 보니 오늘 연주회 장소로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주 재료는 벽돌인데 적벽돌이 아니고 밝은 미색 이라 좋다. 천장은 원목과 하드보드라서 안정감이 있고 바닥은 윤기있는 대리석이다. 이런 공간은 울림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탈이라고 할 정도인데 신자들이 꽉 차서 이상적이 되었다. 울림은

위치에 따라 다르다. 성당 입구, 즉 2층 성가대석 밑이 좋지 않은 곳이다.

1층 약 600석에 2층 약 200석( 성가대석이 아니고 신자석)이 부족하여 뒤에 서있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젊은 층이 많아서 고무적이다.

 

오늘 연주의 주최자는 대전 가톨릭 전례음악연구소(소장 김한승 신부)이다.

로마 교황청 성음악대학교(무지카 사끄라)에서 공부하신 사제이며 그 산하단체인 가톨릭 합창단의 데뷔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지휘자는 이영종

특별출연 테너 이영화

합창단은 24명 규모이다.

협연에 대전 가톨릭 챔버 오케스트라 이다. 이 챔버는 15명의 현악기로만 구성되어있는 여성 오케스트라에, 고맙게도 청일점( 더불 베이스) 이 있다.

 

저녁 7시 45분에 연주시작!

단원 입장 때 보니 순백의 수도복 같은 단복에 나무 십자가 목걸이를 걸어서 매우 깨끗하고 전례적인 모습을 보인다.

단원구성은 소프라노 9명, 앨토 8명, 테너 4명, 베이스 3명 계24명이다.

이 중 현재 지휘자로 활동하는 사람이 7명이나 된다.

남성이 열세라서 어떻게 성부간 균형을 맞추는가....관심을 갖게된다.

 

제1부 다성음악

 

완전한 아까펠라 연주이다. 지휘자가 각 파트에 차례대로 음을 주고 노래를 시작한다(소리굽쇠 이용). 이 방법은 High risk, High score 즉 위험하지만 점수는 많이 딸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콩쿨, 경연대회에서의 얘기이다. 지휘자의 절대음감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화성이 엉클어지기 때문에 한 두 마디 해 보다가 다시 하거나 엉망이 되기도 하는 고난도 방법이다. 유명 합창단에서 이런 시행착오를 하는 것을 여러번 보아 왔는데 오늘 연주는 이런 면에서 깔끔하게 잘 되었다. 지휘자의 자신감이 돋 보인다.

 

연주곡은 짧은 모테트와 미사곡이다.

O Jesu Christe                                 J.Van Berchem

O Sacrum Convivium                             D. Bartolucci

Adoramus te, Christe                           F. Rosselli

O Languens Jesu                                Lajos Bardos

Exsultate Justi                                Thomas lud. Grossi a Viadana

In nomine Jesu                                 J. Gallus

Kyrie(kv 90)                                   Mozart

Ave Maria                                      T.L. de Victoria

Regina Coeli                                   Antonio Lotti

Alleluia                                       Andrea Gabrieli

Alla Messa                                     Bartolucci

  Kyrie/ Sanctus/ Benedictus/ Agnus Dei     

 

제1부는 30분간 연주하였다. 창법은 철저한 메자보체(성량을 반 이하로 줄임)이다.

중세 다성음악 연주에 기본이다. 단순히 성량만 줄이는 것이 아니고 공명발성(콧구멍-->머리 긑)도 함께 줄여야 한다. 이렇게 하므로써 비브라토가 없고 충분한 여유로움으로 프레이즈를 끌고나가며 고음에서도 갈라지지 않고 지속음을 내기 쉬워지는 것으로 이해한다.특히 음색을 고를 수 있어서 좋다. 이 발성에 오페라 같은 발성이나 독창자 체질은 적응이  어렵게 된다.

 

무엇보다 합창단은 연령이 젊고 목소리는 더 젊다.  pp 표현도 무리가 없고 경쾌할 때는  템포와 표정이 바뀐다.

앨토음색도 좋고 걱정했던 남성 성량 부족 우려는 좀 씻었다.

테너는 테너대로, 베이스는 베이스대로 필요한 색깔과 성량을 만들어 낸다.

한 마디로 지휘자와 단원의 일체감이 이뤄지고 자신감이 충만하다. 지휘자의 역량도 작용하였겠으나 단원들의 노력이 따르지 않고는 이룰수 없는 수준이었다.

<청아한 음악 소리, 신비롭게 들리네....> 였다..

 

[연주 시작 전, 김신부님이 청중에게 안내 멘트를 하며 매 곡이 끝나면 박수로 격려를 해 달라고 당부하기에 나는 속으로 , 어?... 그게 아닌데.... 하고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30분간 14개 곡이 연주 되므로  평균 2분에 한 번씩 박수가 나오니 맥이 끊겼다. 2부에서는 다행히 당부사항을 수정하여 해소되었다. -원래 미사곡은 전체를 한 곡으로 보고 중간에 박수를 치지 않으며 모테트는 매 곡 마다 치지만 이렇게 짧은 곡을 많이 연주할 때는 단위를 끊어서 지휘자가 돌아설 때 박수치면 좋다-필자 주 ]   

 

제2부 이영화 독창

 

테너 이영화의 독창으로 구노와 루치의 아베마리아를 피아노 반주로 불렀다.

두 곡 모두 많이 알려진 곡이고 감미롭다. 유명 성악가의 노래를 지방 성당에서 들어보는 여학생들은 매우 감격해 하는 모습이었다.

 

제3부 독창과 합창-챔버와 함께    

 

Ave Verum                                      D. Bartolucci

O salutaris hostia                             C. Cremer

Jesu dulcis memoria                            T.L. Victoria

 

독창+합창

Panis Angelicus                               C. Franck

Tantum ergo                                   G. Faure

Sanctus                                       C. Gounod

 

3부에서도 합창단의 소리는 흐트러짐이 거의 없다. 독창을 확실하게 받쳐준다.

이렇게 연주하는 합창단은 서울에서도 손 꼽을 정도이다.

(사족: 지휘자 이영종과 테너 이영화는....형과 아우관계이다)

 

오늘 대전 교구 가톨릭 합창단은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무엇이든 첫 작업이 어렵다. 첫 사랑, 첫 출산, 첫 출근, 첫 연주회.......

 

30분간의 2부, 3부 시간이 훌적 가버려서 열화같은 박수에 앵콜 곡으로 아베 베룸/모짜르트

와 알렐루야/가브리엘리 안드레아 를 선사하고 저녁 9시 10분에 연주회가 끝났다.

 

잔치상에 무슨 쓴소리가 있으랴?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전례음악으로 라틴어 모테트가 전부일까? 하는 소박한 의문이다.

전례음악의 토착화라는 거창한 주제는 아니더라도 한 곡 쯤 우리 성가나 번역된 곡을 연주한다면 품격에 손상이 갔을까?...

언젠가는 우리 곡이 연주되어야하고 또 번역된 곡을 청중이 들어보므로써 원곡과 번역곡의 음악적 차이를 느낄 수도 있겠고...

필자가 2년간 여러 연주회에 부지런히 뛰어 다녀 보았지만 아직 생소한 곡이 많거늘, 일반 신자들은 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전례음악의 한 부분으로 오르간 음악이 있다. 신자들에겐 오르간이 합창 반주 악기로만 인식되어 있다. 특히 지방에는 ...... 한 곡 쯤 합창단 반주자의 오르간 곡, 소품이라도 넣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테너 이영화의 독창곡 두 곡도 간이 프로그람과 정식 프로그람에 곡명이 다른것도 해명 내지는 안내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내 옆에 앉은 여학생은 아베마리아 곡을 삐에따 씨뇨르 곡인 줄 알고  열심히 들으며 메모하고 있기에 고쳐주었다. 대부분의 청중은 라틴어와 이태리어 노랫말을  구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대전 가톨릭 합창단의 창단 연주회의 성공적 무대를 감축하며 더욱 발전있기 기원합니다.

 

아직 가톨릭 합창단이 없는 교구의 창단과 첫 연주회를 또한 기대하며.....

 

추기: 지휘자가 음을 잡을 때 소리굽쇠를 쓴것을 안 적었고 앵콜 곡 중 알렐루야의 작곡자는 안드레아인것을 확인하고 수정, 추가 하였습니다(10월22일 10시).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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