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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숭실 OB남성합창단] 연주회 참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1-10-26 조회수1,210 추천수12 반대(0) 신고

숭실 OB남성합창단 연주회

 

산이 좋아 산에서 사는 산 사나이 처럼

합창음악이 좋아 연주회를 부지런히 찾아다니기 2년,

오늘 그 절정에 다달은 느낌입니다.

 

2001년 10월 25일(목) 저녁 7시 30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봉급을 받은 날이라 약간 들뜬 듯한 날인데...

서울 여의도 KBS 홀에서는 숭실 OB 남성 합창단의 제22회 연주회가 있었다.

 

37명의, 올해 숭실고를 졸업한 막내로부터 그 아버지 뻘의 단원이 함께하는

멋진 무대였다. 아니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의 3대가 오손 도손 모여 음악을 즐기고

나누는 축제였다.   

 

약 1천명의 숭실 동문의 대 축제, 바로 그것이었다. 전통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내년에 창단 30주년 기념 대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탄탄한 인적 인프라에서 피어나는 당연한 귀결,

게다가 전례음악가인 이호중이라는 젊은 지휘자의 소신과  노력의 열매이다.

[필자는 남성합창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가지  훌륭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첫째; 무대에서 악보가 없었다. 단지 반주자용 악보 한 부 만이 그랜드 피아노에 놓았을 뿐, 지휘자도 단원도 악보가 없다.

마치 맨손 도수체조하러 나온 사람들같이....그러니 보면대도 없다. 앵콜까지 21개 곡, 그것도 그레고리오 성가로부터 다성음악, 현대음악을 모조리 외워서 잘 불렀다면 얼마만한 노력을 했을까? 하는 경탄을 하게 된다. 이정도 분량의 악보라면

정말 바빠서 악보를 못 외운 탓으로 무대에 못 선 사람도 있음즉 하다.

 

둘째: 일반 합창단에서 소화하기가 극히 어려운 카운터 테너(김세진)의 고음이 청중들에게

신선한 분야를 선사했다. 특히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는 백미였다. 다른 독창자(베이스 김성우, 테너 김수, 테너 정재훈)도 차별화된 음색과 창법으로 곡을 소화해 냈다는 점이다.

 

셋째;원로 작곡가 김동진 교수(숭실 출신, 경희대 음대학장역임)의 곡을 직접 연주하므로써

음악을 통하여 영원한 청춘을 누린다는 사실을 재 확인 하게 된 것이다.

 

이 합창단은 원래 개신교 계열의 합창단이다.

그런데 이호중 지휘자의 데뷔(1999년) 이후 가톨릭 전례음악을 조심스럽게 도입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완전히 정착했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가톨릭 합창단 보다 더 전례적이다.

 

엊그제 대전 가톨릭 합창단 발표회 때 메자보체(성량을 반 이하로 줄인) 발성이라고

했거니와 숭실 합창단은 더 줄인 발성이었다. 그냥, 대 수도원에서 엄숙한 미사 전례 곡을

연주하는 듯 했다. 젊은 단원들이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저렇게 억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허밍도 그냥 내는 것이 아니였음에.......

대부분의 곡을 피아노 첫 음을 듣고 각자 짧은 허밍을 내 보고 연주에 들어가는 자신감이었다.

 

제1무대 아베마리아  4곡

Arcadelt, Caccini, Bach-Gounod, Biebl 의 곡들이다.

이 곡들은 최근 여러무대에서 선 보인 곡들이다. 다만 더 성숙된 차이가 있다. 오래된 포도주같이...

 

제2무대 다성음악 /모테트 4곡

오 우리 구세주-- 죤 고스 ,유명한 영국 곡, 이봉섭(재미 유학생) 역

주님의 기도----- 말로테, 개신교에서 특히 애창하는 곡, 영어 원곡  합창

삐에 예수-------소프라노 독창과 앨토 독창은 부천 소명 여중 학생(이기쁨, 최현)이

                맡아  노래했다. 지난 9월15일 당산동 성당에서 호평을 받은 요정들이다.

거룩한 성-------성지주일에 부르면 적합한, 좋은 곡이다.

                털보(베이스 독창)과 미녀(반주자 양고운)의 활약이 돋 보인 무대.

 

제3무대  숭실 솔리스트 앙상불 (지휘 조성규) 찬송가 무대 3곡/29 명 출연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You will never walk alone, 병사들의 합창.

OB 팀과 전혀 색깔이 다른 Full Voice 로 또 다른 솜씨를 보여 주었다.

전례음악에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더 쉽고 신나는 음악이었다. 숭실 OB 팀도 전에는 저러한 창법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제4무대 자장가 4곡

작곡자는 김대현, 슈벨트, 브람스, 코자크 민요 곡이다.

다시 조용~ 한 무대. 그러나 자는 사람은 못 보았다.

 

제5무대 김동진 지휘--곡에대한 해설이 먼저 있었다.

목련화---이른 봄, 처음 피는 꽃나무. 이름이다.  선생이 25년 전, 경희대 재직중 작곡

가고파---숭실학교 학생 때 작곡, 노랫말은 이은상 님의 신시조인데 이 노래가 1부, 2부,

 3부 까지 있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남쪽 바다는 꼭 마산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실향민의 고향, 통일을 기원하는 지상 천국을 의미한다는 것도 ......

뱃노래-- 어부들의 노래가 아니고 오페라 심청 중 임당수에 빠지는 대목 이다. 6. 25 전쟁 때 부산에서 해군 정훈 군악대와 연주 했었다고 한다. 파도를 연상케하는 피아노 반주가 소름 끼치도록? 거센 파도를 묘사한다.

 

김동진 교수는 보청기를 끼었지만 지휘 열정과 폼은 40대 였다. 힘이 펄펄 넘쳐...

우리는 이런  원로 음악가를 국민 음악가로 마땅히 존경해야 할 것이라 믿는다.

 

제6무대 즐거운 합창

울려라 벤조, 라 밤바, 하바네라를 가볍게 연주.    돌부처 같던 지휘자도 몸이 풀린 듯,율동을 탄다. 청중도 신이나서 박수로 호응. 영화 "Brother Act"를 연상하다.(이런 영화가 있었는지?) 이정선씨의 기타 협주도 있었다.

 

오늘 밤...약 두 시간......참으로 기분 좋은 연주회였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면병과 포도주를 먹고 마신 후, 궁중요리, 양식, 모두를 골고루 맛 본 기분이다. 앵콜곡 도 3곡을 선사했는데 마지막 "평화의 기도" 는 단원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번 연주에 참여치 못한 모든 단원, 약 100 여명이 함께 무대로 뛰어 올라와 노래하는 데 보기에도 좋았고 그 분위기와 노래가 감동적이었다. 감동이라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어울린다.

 

어느 합창단이 이런 소리를 보여 줄 수 있을까?

 

숭실 OB 남성 합창단!

참으로 훌륭한 연주를 했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상당 기간 이런 합창단이 또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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