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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라핌합창단] 연주에 즈음하여
작성자최경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10 조회수87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세라핌합창단의 연주에 즈음하여

(2월 14일 저녁 8시 당산동 성당)

 

우선, 이 글을 쓰기 전에 많은 주저함이 있었음을 밝힙니다.

 

그것은 이미 "감동을 주는 성가", "기도하는 성가"로 잘 알려진 세라핌합창단에 대하여, 작년 세계합창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한 세라핌합창단에 대하여, 부연의 글을 쓰는 것이 혹시나 오해 등 부작용을 촉발시키지나 않을까 걱정했음이 첫째 이유이며, 잘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기보다 칭찬을 하는 것이 행여나 더 큰 발전에 지장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되었음이 둘째 이유입니다.

 

어제 주일날 하루 종일 주저하다가 밤늦게, 그래도 ’아직 세라핌합창단의 성가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시지나 않을까’, 잘 아시는 분들에게는 이 번 기회에 세라핌합창단의 성가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 ’어떻게 하면 우리도 감동을 주는 성가를 할 수 있을까’ 같이 생각해 보자는 차원에서 부족하나마 감히 글을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1. 세라핌합창단의 제2집 앨범을 듣고

 

 

나이를 제법 먹도록 잘하지도 못하는 음악 특히 합창에, 그것도 마음을 파고드는 성가에 관심을 많이 갖게된 것은 사실 어린 시절 합창을 할 때마다 화음이 만들어지는 짜릿함이 늘 저의 마음을 울렸던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 CD를 듣고, 화음은 물론 단선음에서도 신비스러운 짜릿함을 만끽합니다(성가게시판 No.4514를 열면 CD를 들을 수 있음).

 

매일 이어지는 세상 근심에 저의 마음은 굳어질 대로 굳어졌고, 여간한 것에는 옛 사춘기 시절의 부푼 마음이 도저히 되살아나지 않아 왔습니다. 이러한 마음상태로 무슨 성가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나? 이제 나에게 낭만은 정녕 다시 올 수 없는 것인가? 등의 회의가 저를 가끔 괴롭히곤 했습니다.

 

그러나, 금번 CD를 통해 설레는 마음이 생겨나고, 무언가 옛 사춘기 시절의 머언 꿈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의 노래에는 어떠한 욕심도 없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깊고도 깊은 감정이 흠뻑 젖어 있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나의 마음을 평화롭게 합니다.

     

    깊은 슬픔과 고뇌가 있는 분들 모두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깊은 영혼의 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깊은 마음속에 억눌려 왔던 말못할 내 부끄러운 모습을 들추어내어, 빛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요즈음 현대화 속에 신앙을 잃어 가는 많은 분들에게 권해보고 싶습니다.

    요즈음 보이고자만 하려는 음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내면의 세계를 일깨워줍니다.

    요즈음 갈등 속에 있는 가톨릭 성가세계에 진실을 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나의 삶도 이 학생들처럼 순수해 보고 싶습니다.

    이제 어디에선가 누구에 의해 이러한 성음악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당산동 연주회에서 새로운 감동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 세라핌합창단의 성가방법은 무엇이 다른가.

 

 

가. 부서진 마음을 낫게 하도록 주님을 찬양한다.

 

- 어제 독서 및 복음 말씀의 핵심은 ’하느님은 우리의 부서진 마음과 고통을 치유해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욥이라는 의인의 한탄스러운 고통이나, 시몬 장모의 병은 하느님에 의해 치유될 수 있습니다. 화답송에서와 같이 부서진 마음들을 낫게 하십니다. 다만, 주님을 찬양한다면. 세라핌합창단의 성가는 우리의 마음을 평화로 이끕니다.

 

나. 빈말이 아닌 실천하는 성가를 한다.

 

- 성가가 기도라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갖고 계신 분은 없을 줄 압니다. 성가를 정말로 기도로서 한다면 반드시 무언가 변화가 생기는 것이 마땅할 줄 압니다. 세라핌합창단원들 중 많은 학생들이 영세를 받고 있으며 적어도 가톨릭 신앙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아라(마태오 6.7) 하고 가르치십니다. 과연, 내가 있는 성가대에서도 성가를 통해 단원들의 신앙심이 돈독해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 성가를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노래한다.

 

- 예수님은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르코 10.15)라고 말씀하십니다. 학생들은 모든 신앙 고백적인 성가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노래합니다. 물론 나이 먹은 어른들은 세속 일에 찌들려 마음이 굳어져 있음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라. 지휘자와 단원들이 성가묵상을 통해 일치를 이룬다.

 

- 전례헌장 제6장 112항c에서 "전례음악은 일치를 초래"한다고 하였습니다. 세라핌합창단은 노래하기 전에 성가 가사에 관해 지휘자가 어린 학생들에게 뜻을 설명하고, 학생들과 그 의미를 공감하며, 노래할 때 그 뜻을 되새기면서 일치를 이루어갑니다. 과연 우리 성가대에서도 성가의 뜻을 되새기면서 일치를 이루어가는지요.

 

 

3.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봅니다.

 

 

첫째, 닫힌 마음을 열 필요가 있겠습니다. 잘 하는 것은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설사 많은 부족함이 발견된다해도 티끌 만한 장점이 있으면 서로를 칭찬해주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세라핌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 이번 기회에 꼭 참석하셔서 확인합시다. 그리고 칭찬을 아끼지 맙시다.

 

둘째, 이제 기교 위주, 자신의 목소리를 자랑하는 성가에서 ’기도하는 성가’, 자신을 낮추는 성가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훌륭한 지휘자님들, 훌륭한 성가대들 많은 줄 압니다. 그러나, 성가는 분명 비(非)그리스도인들의 합창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기도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이제부터는 성가연습시간에 지휘자와 단원들의 성가 가사에 관한 신앙적·성서적 묵상, 각 부분마다 나타나는 작곡자의 신앙적 작곡심리 탐구 등을 통하여 지휘자·단원 모두 신앙적으로 일치하는 성가를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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