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E:5552] 부족하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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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태형 | 작성일2004-04-16 | 조회수1,419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올려주신 개신교측 자료는 CBS PD인 양동북의 ’새로운 대중음악 CCM’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그 책을 5년 쯤 전에 다 읽어보았습니다. 올려주신 자료는 개정판의 내용입니다.
질문1 :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떠한 목적으로, "생활성가"라는 "생활" + "성가" 라는 우리의 마음을 아주 복잡하게 만드는 복합어를 만들어 퍼뜨렸가?.. 하는 질문입니다.
답변1 :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성가에 ’성가’라는 말이 붙었다고 해서 마음이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성가와 영가, 찬미가를 엄격하게 구분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를까요. 어쨌든, 생활성가라는 단어는 제가 생각할 때 개신교에서 먼저 들여온 ’복음성가’에 대한 가톨릭적인 표현으로 여겨집니다. 저는 생활성가라는 단어를 ’현대 대중음악 장르로 만들어진 가톨릭적인 노래’라고 정의합니다. 생활성가라는 단어를 최초에 쓰기 시작한 분 중 하나인 김정식(로제리오)씨는 저와의 대화에서 "’생활성가’라는 단어보다는 ’가톨릭 가요’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밝혀주신 적이 있습니다. 왜 ’성가’라는 표현을 사용했느냐 것에 대해서는 가톨릭성가집에도 찬미가들이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포콜라레(국제 마리아의 사업회)의 ’젠 노래’를 들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젠 성가’로 알고 있지만, 젠 모임 안에서도 ’젠 노래’라고 하고 있습니다. ’성가’라는 단어에 신학적(?)인 의미를 두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질문2 : 여러 분들 중에 "생활성가"의 영어표현을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 분은 계신지요?
답변2 : 정확한 영어표현은 ’없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CCM에 포함되는 장르로 보고 있습니다. CCM이란 단어는 외국에서 Gospel song이란 단어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장르구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죠. 복음성가가 처음 들어온 시점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어떠한 상업적 의도를 가지고 ’성’이라는 글자를 붙이기에는 들어온 시기에 그 음악이 상업적인 이익이 있었던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찾아본 자료를 보면, 74년 경에 ’팝성가’ 또는 ’팝송성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때 ’성가’라는 표현을 특별한 의도에서 사용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무지의 소치였다고 이해하시는 것이 편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질문 3 : 그런데.. 혹시 한국의 가톨릭 신자 중애 누군가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CCM"으로 불려야 하는 곡들을 두고서, "생활성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요? 답변 3 :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드네요. CCM이란 단어가 가톨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97년 이후입니다. 제가 ’가톨릭CCM’이란 단어를 처음 공식적으로 쓴 사람 중 하나인데요. 생활성가라는 단어는 80년 대 초반 부터 쓰였습니다. 사실 CCM이란 단어가 생긴 것은 1978년 미국에서 Comtemporart Christian Music이라는 잡지가 창간되면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사람들은 이 단어를 음악의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인식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CCM으로 분류되어야 할 곡들에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성가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복음성가와 생활성가 대동소이하다.. 그렇게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생활성가와 복음성가, CCM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성가의 요건’을 만족하는 ’성가’들도 있고, 도저히 그렇지 못한 곡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구분하려면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할 수 있겠지만, 아직 제대로 정리가 안된 상황이라 관련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과 논의하에 정리되는 대로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영가나 찬미가에 해당할 수 있는 곡들을 ’복음성가’라고 부른 것은 누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개신교에서 먼저 그렇게 되었겠지요. 그리고 그에 맞게 ’생활성가’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을 테구요.
사람의 언어란 것은 그 의미에 맞건 다르건, 처음 사용된 단어로 고착되기 쉽습니다. 차량의 가속기를 악세레이터라고 하지 앨셀러레이터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기독교가 그리스도교 전체를 가리키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 종교를 물을 때 ’기독교’라고 하지 않습니다. ’천주교’ 또는 ’가톨릭’이라고 하죠. ...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교회공식용어인 ’가톨릭’을 사용하지 않고 ’카톨릭’, 또는 ’캐톨릭’이라고 하는 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가톨릭신문’도 ’카도릭시보’라고 하시는 분들 정말 많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질문’을 하셨다기 보다는 ’생활성가 탄핵’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활성가 활동하는 이들 중에 자신들의 노래를 전례에 쓰겠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몇명 있습니다만, 가사 선정에 심각한 고민을 합니다. 전례문과 성서에서 가사를 취하고, 곡 역시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갖 교회 문헌(전례헌장, 성음악 훈령 등등)을 찾아보며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생활성가 전례곡을 쓴 사람들이 그러고 있지는 않을 수 있겠습니다..) CCM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좀 더 보편적인 포함관계를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현대 대중음악 장르의 성가나 전례음악’이 불가능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개신교에서도 이미 예배음악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예배를 위한 CCM 장르는 Praise and Worship이라고 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가톨릭 CCM에서 전례를 위한 특별한 장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음악의 장르가 새로워 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하지만, 결코 전통의 것을 없애자고 하는 것도 아니며, 전통을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문화가 있으며, 교회 안에서 교회정신에 맞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습니까? 음악의 파급효과는 놀라운 것입니다. 전통정신과 맞는 새로운 음악은 항상 시도되어야 하며, 어떤 면에서는 ’의무’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것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십시오. 고치겠습니다. 제가 생활성가계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부터라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다고 내치지는 마십시오. 세대와 민족이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교회의 정신, 그리스도 사랑이지, 음악은 아닙니다. 전통과 원칙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변화도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결코, 모든 전례에서 생활성가가 쓰일 수 있다고, 또는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제가 속한 밴드는 미사반주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결코 매주 밴드가 반주하는 미사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편성이죠. 보편성은 분명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본당에서 라틴어로 된 그레고리안미사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주 다성음악 미사를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문화적 다양성은 그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리 생각을 정리하고 쓴 것이 아니라서 두서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잘 정리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충고말씀 부탁드립니다.
최태형 안셀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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