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목요일의 기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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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남진 | 작성일2004-04-17 | 조회수571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성목요일 대영광송을 바친후 일체의 쇠소리를 내지않고 오르간마저 연주를 끊은채 전례는 진행된다. 성가대는 이때부터 바짝 긴장하게 된다. 이제는 믿을 곳이 없어. 빵빵하게 소리를 이끌어주는 오르간이 없이 육성만으로, 우리끼리, 저 침묵의 공간을 헤져나가야 한다.
그런데 부활때 부를 미사곡 연습하느라 성삼일 예절에 쓰이는곡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없었지 않은가. 전날 겨우 한번 훑어본 정도인데...올해의 미사곡은 생존한 현대 작곡가의 곡이다.고전파의 곡들과는 달라 리듬을 타야 하는데, 50대 이상이 주축인 성가대라서 영 감각이 닿지않아 연습기간 내내 애를 먹고,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게다가 몇명 안되는 남성단원들 중에서 두명이나 발씻김 예식에 뽑혀 내려 갔으니 성가대의 전력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랴. "축복의 잔을 마실때... " 화답송부터 조심스럽게 소리를 모아간다. 발씻김 예식에서는 조금 자신감이 살아난다. "주님께서 저녁상에서 일어나시어 대야에 물을 담아 ..." 정적이 넘치는 성당에 소리가 울려퍼진다. 다가오는 수난을 아시며 초조히 자신의 장례를 준비하는 예수님을 생각하며 우리는 서로 서로를 격려해 가며 성가로 한 고개씩을 넘어가고 있다. "그래, 사람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것이지. 우리가 이렇게 한마음으로 소리를 잘 낼줄 몰랐네. 저 이웃의 아름다운 소리에 내소리를 얹어서 예수님의 수난의 고통을 위로해 드려야지.허긴 사람의 목소리 이상 가는 악기가 없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되찾는 기쁜 날이다. 사람의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날이다.
그래, 그러니 오르간엔 창조주가 주신 인간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다고 그토록 오랫동안 전례에서 사용을 금했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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