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엉뚱한 상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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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준영 | 작성일2006-12-06 | 조회수771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엉뚱한 상상 하나- 2006 독일 월드컵이 끝난 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TV에 연결을 해서 축구경기를 할 수 있는 게임 기계를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 전에는 친구 집에서 가끔 했는데 집에서도 놀고싶었나 봅니다. 친구들이 오면 같이 놀거나 아니면 컴퓨터와 경기를 하는데 혼자 노는 것도 질렸는지 게임을 할 줄도 모르는 아빠를 붙들고 경기를 하지고 합니다. 이것 저것 조이스틱 사용 법을 알려주고 하기는 하지만 이기기는커녕 한 골 넣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아빠를 이겼다는 생각에 잘난 체가 하늘을 찌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아들은 게임 전에 선수 교체도 하고 작전도 미리 입력을 하고 시작을 합니다. 선수는 포지션 별로 그 선수의 키나 몸무게 등 기본 정보들이 있고 심지어 아들 이름의 선수도 기용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본적으로 되어있는 세팅만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는 저랑은 완전히 틀리더라구요. 그러니 이기기는커녕 한 골 넣기도 너무나 힘들지요. 그런데 게임을 하다가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구경기 같은 시스템으로 성가대 게임이 있으면 어떨까 하고요. 조이스틱을 잡은 게임 하는 사람이 지휘자가 되어서 성가대를 구성하는 겁니다. 자기 생각대로 남성2부,남성3부, 혹은 여성 2부 여성3부 의 성가대를 구성하거나 혼성 4부의 성가대를 구성하는 겁니다. 단원은 음색을 고려해서 파트별로 뽑아놓고 가톨릭 성가책에서 1번부터 부르고 싶거나 듣고 싶은 성가를 골라 음악적인 부분을 입력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부분은 좀 빠르게 어느 부분은 좀 느리게 부르도록 하고, 또 어느 부분은 여리게 아니면 크게 포르테로 부를 수 있게 해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혼자 게임을 할 때면 주로 감상을 위한 게임이겠고, 혹시라도 옆집에 사는 성가대 단원이 놀러 와서 함께 게임을 즐긴다면 두 사람 만의 성가대가 겨루는 콩쿨이 되겠네요. 생각만 해도 참 재밌습니다. 아무리 성가대를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긴다 해도 컴퓨터 게임까지 성가대 게임을 할 생각을 하다니요. 정말 엉뚱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게임이 만들어 져서 할 수 있다고 해도 잘 팔리지는 않겠지요? 아무래도 성가는 성당에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끼리 주님 앞에 모여 앉아 노래해야 제 맛 이니까요…….*^^*
-엉뚱한 상상 둘- 지휘자로 활동 하다 보니 다른 본당의 성가대는 어떻게 노래하는지 들을 기회가 잘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평화방송을 통해 듣거나 가끔 개최되는 성가대회에서 다른 본당의 성가대가 성가를 잘 부르는 것을 들으면 참 부럽습니다. 저 성가대의 지휘자 선생님은 어떻게 성가 지도를 하길래 이렇게 노래를 잘하지?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또 실력 없는 지휘자인 제 자신을 탓해보기도 하지요. 저는 평소에 남에게 불편한 소리를 잘 못하는 편입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그냥 그런 상황에서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상하겠다 싶어서 다른 사람에게도 싫은 말은 잘 안 하는 편입니다. 이상하게도 대학에서 합창수업을 할 때는 잘 할 때까지 힘들게 연습도 시키고 학생들에게 싫은 소리도 자주하는데 성가대에서는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성가 연습을 할 때, 정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느날인가 다른 본당 성가대의 훌륭한 성가를 들으며 나도 방법을 바꿔서 성가대 지휘를 하면 어떨까 하고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상상해본 성가대와 성가 연습 장면입니다. 우선은 단원을 모집해야 겠지요. 본당에서 목소리가 좋고 노래 잘하는 형제 자매님들을 추천 받거나 설득해서 성가대에 들어 오시게 하는 겁니다. 성가대도 지휘자의 실력도 중요 하겠지만 이왕이면 단원들의 목소리가 좋고 음악성이 뛰어나면 성가를 더 잘 부를 수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우선은 노래를 잘 하는 단원들을 성가대로 모셔놓고 그 다음에는 연습시간을 2배 3배로 늘리는 겁니다. 뭐든지 연습하고 열심히 하는데 이길 수는 없는 법 이니까요. 뭐 여기까지는 엉뚱한 상상 이라고 할 수도 없겠네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하는데 혹시라도 노래가 잘 안되면 파트 연습을 열심히 합니다. 그 파트의 음정이나 박자,음색이 같아 질 때까지 열심히 노래하지요. 그런데도 음정이 불안하면 한 사람씩 일어나서 해보도록 하는 겁니다.( 이제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파트별로 한 사람씩 연습을해서 음정 박자 등이 완벽할 때 까지 연습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한 파트에 한명씩 일어서서 네 명이서 4부 노래를 불러 보는 겁니다. 이제는 완벽한 합창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한달 정도 연습을 진행하면 평소에 음정, 박자에 자신이 없는 단원이나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단원, 노래는 잘하지만 이런 연습과정에 불만이 쌓인 단원들은 안 나오게 되겠지요. 이제 약 40명인 성가대 단원들은 20명이 좀 넘게 남았네요. 솔직하게 말하면 40명이 노래할 때 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성가 경연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고, 매 미사 시간마다 성가를 잘 부른다고 신부님과 많은 교우들에게 칭찬을 받습니다. 그런데 성가대가 성가를 이렇게 잘 부르는데 제 마음속 한 곳이 허전하고 불편한건 무슨 일일까요? 그렇습니다. 성가를 잘 불러 보려고 제가 상상해본 성가대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제 아무리 성가를 잘 부른 다해도 주님이 기뻐하실 것 같지않습니다.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 분이 기뻐하지 않으시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냥 성가를 부르는 노래실력은 뛰어나지 못해도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행복과 웃음이 넘쳐 나는 그런 성가대의 모습을 주님은 바라고 계시겠지요. 저 또한 이런 성가대의 모습이 성가를 잘 부르기 위해서 다른 단원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거나, 노래만을 잘 부르려고 욕심을 내는 성가대 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성가대라고 생각합니다. 어이쿠…… 오늘도 쓸데없이 엉뚱한 상상을 한번 해 보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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