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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어느 날 그녀가 혼자 왔다.(나눔글)
작성자생활음악연구소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1 조회수605 추천수0 반대(0)
어느 날 그녀가 혼자 왔다. - 최성은(클래식음반점 ''풍월당'' 실장)
 
중년 부인은 등산복 차림이었다.

늘 남편과 함께 매장에 오셨고,
남편은 꼼꼼하게 새 음반을 확인한 뒤
1~2장의 신보를 구입해서 돌아가곤 하셨다.
내가 부산을 떠나오기 전까지
부인은 항상 그렇게 남편과 함께 음반 매장을 찾았다.

남편의 일방적인 클래식 음악 사랑으로
티격태격하는 여느 부부의 모습과 별 다름이 없었다.

부인이 보기에 남편의 음악 사랑은 병적인 수준이었다.
그런 남편에 대한 불만은 그녀의 표정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남편이 음반을 고르는 동안 그녀는 매장 소파에 앉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편이 계산할 때면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만에 부인이 매장을 찾으셨다.
중간에 남편과 사별했다는 소문을 전해들었다.

부인은 겉보기에 변함이 없었지만,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는지
혼자서 매장을 찾아와 음반을 구입했다.
어쩌면 부인에게는 남편이 좋아했던 음반과
좋아하는 작곡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허전한 마음으로 남편이 좋아했던 음반 가게에서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매장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그토록 좋아했던 선율과 리듬에 감탄하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남편의 음악 사랑을
다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너무나 사랑했고
새로운 음반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모았던 음악은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슬픈 성모)’였다.
부인도 그 사실을 알고 계셨을까,
혹시 알려 드렸어야 하지 않을까.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한국가톨릭문화원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kcdance)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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