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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성야 대미사 성가를 마치고....
작성자조남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7 조회수1,037 추천수0 반대(0) 신고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너희의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마태13장16절)


부활절 대미사를 마치고나니 어깨에 졌던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하다.

 

성가대의 부활절 준비는 사순절 이전부터 시작된다.

 2월 초순 지휘자는 올해 부활 미사에 쓸 곡을 선정하여 신부님께 의논 드리고  2월 중순부터 본격 연습에 들어갔다. 그런데 올해는 걱정이 크다. 지난해 성탄이후 오래 활동한 ‘키’잡이 형님 단원들이 떠난 터라 불안하다.

단원들의 심리를 모르는지 지휘자 선생님은 대곡을 택했다.

 

 ‘글로리아’는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에서, ‘상투스’와 ‘아뉴스 데이’는 구노의 세실미사곡 중에서 골랐다.

 

‘대관식미사’는 베를린 필의 지휘자 카라얀이 세상을 떠나기 4년전,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집전하신 베드로대성당 미사에서 연주를 해서 유명하다. 구노의 상투스나 아뉴스데이는 너무도 아름답고 화려해 과연 아마추어인 우리가 제대로 할지... 모두들  큰일 났다~ 망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게다가 지휘자는 부활절에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해서 연주 한다며 모두 외워 암보로 할것을 주문한다.


평생 부른 성가도 기도문이 바뀌며 가사가 달라져 때로는 예전 버전으로 틀리게 부르나하면, 더러 음도 놓치는데 암보라니...걱정이다.

 

한편으로는 성가대를 격려하시기 위해서 신부님께서 특별 용단을 내리셨나 보다하는 생각도 든다.

 가정에서도 특별한 날이나 어른 생신에는 스페셜 메뉴를 장만하지 않는가?


교회의 가장 큰 축제인 부활절과 성탄 때는 전례를 좀 더 아름다운 음악으로 꾸밈으로써 우리 마음을 주님께로 들어 올릴 수 있다면, 또 음악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신앙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가대에 젊은 소리의 보강이 필요함을 느끼신 신부님은 지난 성탄 밑에  소프라노와 테너 솔리스트로  음악 전공 학생을 한명씩 보강해 주신바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음악인 중엔 가톨릭신자가 드물다. 음악 대학 1학년 때는 한 클라스에 10명쯤 신자들이 있다한다 . 그러나 개신교 나가는 지도교수에게 끌려서, 또는 아르바이트삼아 교회 출입을 하다가 그쪽으로 가버려 4학년쯤 되면  한 두명 남는 수준이란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성당으로 와 주는 학생들이 예쁘기 그지없다.

 

 개신교 찬양대와 성가대는 비교 할 수 없다.

 개신교는 전례가 없다.

예배는 기도와 성경봉독, 설교, 찬송 정도이니 단조롭다.

 따라서 찬양대는 예배를 화려하게 꾸미고, 목사님의 설교를  음악으로 마무리 또는 뒷받침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헌금 때라 한다. 헌금이 많아지도록 신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그날의 가장 중요한 특송이 준비된다고 한다. 거의 예배의 주역급이다. 이렇다 보니  성가대와는 역할이 비교 되지 않는다. 

 

 

부활절곡 연습이 시작되며 지휘자, 반주자님은 너무도 열심히 하신다.

성악가들이 목소리를 아껴  큰 소리를 내지 않는데 지휘자 선생님은 자기 스스로 망가져가며 소리 내어 발성을 시킨다. 집도 인천이라서 먼데 쉽게 가려는 분이 아니어서  감탄 한다. 

어렵던 곡도 하루 하루가 다르게  소리가  만들어져 간다.


부활곡을 연습을 하던 중 나는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손자들과 씨름하고 지방을 다녀오고 쉴 수 없던 어느 날 전화도 받을 수 없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연습과 미사 때에는 입만 벌리며 지휘자 눈길을 피했다.


사순절에 깊은 묵상을 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어쩌면 부활 대미사 때까지도 소리가 나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앞으로 몇 번이나 부활 대미사 성가를 노래 할 수 있을지,  언제 성가대를 떠날 것인지, 혼자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2주간의 병원 치료로 부활 1주일 전부터 다시 소리가 났다.

나의 목은 소리를 내고,  내 귀는 남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나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다.

나는 부활했다.

나는 암보로 노래를 했다.

알렐루야! 를 힘껏 외쳤다.


영화 ‘카핑 베토벤’ 에서 음악이란 공기를 통해서 전해지는  하느님의 숨소리라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공기 중에 남기는 소리의 흔적이 누군가의 영혼에 뜨거운 하느님 사랑의 불꽃을 일으키게 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어거스틴 성인은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하신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합창이란 귀로 소리를 듣는 훈련일 뿐 아니라 내면의 듣기요, 마음으로 쌓아가는 생활과 평화의 수련이라고 하신다.

 

 어려운 곡을 함께 연습하며 성가대는 서로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하였다.

 그리고 서로의 간격을 훨씬 좁히고 성숙해진 우리가  되었다고 느낀다.

 이번 부활절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챔버 앙상블과 솔리스트를 모셔 주시고 성가가 어울어지도록 배려해주신 신부님과 수녀님, 본당 공동체 신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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