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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음악 이야기: 샤르팡티에의 성모승천 미사곡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28 조회수892 추천수0

교회음악 이야기 (9) 샤르팡티에 <성모승천 미사곡>

 

 

해마다 8월이 되면 2014년 8월 15일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의 뜨거운 함성이 떠오른다. 경기장을 빈틈없이 메운 신자들이 ‘비바 파파’(Viva Papa)를 외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했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이다. 이 벅찬 감동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더불어 무더위도 잠시 쉬어가게 할 음악이 있다. 바로 샤르팡티에(MarcAntoine Charpentier, 1643-1704)의 《성모승천 미사곡》(Missa Assumpta est Maria, H.11). 성모 승천 대축일은 조금 지났지만 바로크 음악의 걸작인 이 곡은 충분히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샤르팡티에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곡은 《테 데움》(Te Deum)인데 각국 방송의 시그널 음악, 영화음악에도 사용되고 우리에게는 혼배미사에서 ‘신랑 입장’ 곡으로 친숙한 곡이다. 옛 음악 양식과 새로운 시대의 음악을 조화롭게 공존시키고 서로를 풍요롭게 만드는 샤르팡티에의 음악은 프랑스 음악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으로 거의 묻혀 있다가 20세기 후반에 비로소 부활하게 되었다. 이에 샤르팡티에는 바로크 시대의 위대한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그가 작곡한 성악 음악의 절반 이상이 교회음악일만큼 교회 음악 작곡에 공을 기울였다. 샤르팡티에는 1698년 프랑스 전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직책 중 하나인 파리 생트 샤펠(Sainte-Chapelle)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어 1704년 사망할 때까지 왕실 직책을 맡았는데 이 기간 중 작곡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성모승천 미사곡》이다.

 

1699년에서 1702년 사이에 작곡된 《성모승천 미사곡》은 샤르팡티에의 12개 미사곡 중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큰 미사곡이다. 이 곡을 작곡한 정확한 계기는 알 수 없지만 5명 이상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조합으로 연주할 수 있는 독창적 가능성을 열어 두었고 이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중요한 축일이나 행사를 위해 작곡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성모마리아 하늘에 오르시어’(Assumpta est Maria)라는 제목을 보면 성모 승천 대축일인 8월 15일을 위해 작곡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성모 승천’과 관련된 많은 작품들은 대체로 밝고 화려하게 연주되지만 샤르팡티에의 《성모승천 미사곡》은 주로 단조의 우수 어린 애잔한 선율로 연주된다. 마치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시도록 하늘 높이 승천하시는 것이 마땅한 기쁨이지만 그간 지상에서 어머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 뭉클한 벅참을 감출 수 없다. 이 작품은 아름답고 섬세하며 견고한 구조로 얽혀 있는데, 엄격한 대위법적 요소라기보다는 물방울 위에 수채물감 한 방울을 톡 떨어뜨려 퍼져 나가며 각 색이 자연스럽게 블렌딩 되는 느낌의 곡이다.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에는 기쁨, 환호, 벅참과 함께 더 머물러주셨으면 하는 인간적인 바람과 하늘에서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어주시기를 소망하는 바람이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

 

[2022년 8월 28일(다해) 연중 제22주일 대전주보 4면, 오주현 헬레나(음악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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