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테마기행 2]교황청립 성음악대학 방문/연수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3-01-26 조회수3,125 추천수10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방문/ 연수기

(제1차 2003.1.13, 오후, 제2차 2003.1.16. 오전)

 

1. 학교 소개

 

-로마에 있는 바티칸 교황청 직할 성음악대학(우리나라 학제와 달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하는 대학과정이 아니고 음대학사, 석사이상의 실력이 있어야 입학 가능하여 "대학"이라는 번역이 합당한지는 의문이 있음), 즉 이태리어로 Pontificio Istituto di Musica Sacra(PIMS)는 교황청 산하 여러개의 특화된 교육기관중 하나이다. 예를 들면 성 안셀모대학은 전례학, 성 그레고리오대학은 신학 등이다. 이 대학(약칭 무지카 사크라)은 학생 수 약 60 여명에, 교수 20 여명의 작은 규모의 학교이다. 재학생 중 한국학생이 11명(입학대기자 신부1명, 수녀1명은 제외한 숫자)으로 이태리학생 다음으로 많고 신부, 수녀가 많다. 학생의 국적과 인종도 다양하다. 학생들은 약 2-3년간은 공통과목으로 함께 배우는 과목이 많은데 전공은<오르간>, <합창지휘>, <그레고리오 성가>, <작곡>, <음악학>으로 나뉜다.이 대학은 이미 6세기에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재위 590-604년)이 설립한 성가학교(Schola Cantorum)의 후신이지만 현재와 같은 학제(4-7년과정)의 학교는 20세기 초에 들어와 성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성 비오 11세 교황(재위1922-1938년/밀라노 출신)이 설립하였다. 학교 본관 내 회랑에 그 분을 기리는 흉상이 있다.

 

-이 학교는 작은 간판이 없었다면 개인 저택이나 작은 수도원으로 인식될 정도로 나무들로 가리워져서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 학교는 수도원 건물이었으며 그 분위기가 곳곳에  묻어난다. 건물내부에 있는 정원과 크지 않은 성당, 그리고 여러개의 개별 경당(Cappela)은 오르간 연습실로 쓰이며 방 번호 대신 Cappela Ambrotius, Cappela Benedictus 등의 팻말이 붙어있다. 학교 내에 기숙사와 식당이 있는데 여학생은 차츰 내 보내는 방침이라고 한다.이 학교내에서 제일 큰 오르간은 성당에 있는 기계식 2단, 34 스탑의 중형이고 1985년 독일 Klais 제품이다. 이 회사는 기계식(바로크 스타일)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라고 한다. 따라서 스탑을 많이 쓸수록 건반이 뻑뻑하고 무거워 진다. 16’짜리 파이프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목재 틀에는 라틴어로"Magnificat anima mea Dominum"이 크게 새겨져 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송함이여...이리라.

 

이 외에 연습실에 작은 오르간이 4개가 있고 별도로  시내 중심가인 나보나(Navona) 광장 근처에 "Sala Accademica" 홀에는 큰 오르간이 있다. 홀 앞까지만 가고 직접 들어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5단건반, 150스탑에 32’ 파이프를 포함 파이프 수 약 1만개의 아주 큰 오르간이다. 학생 60 여명에 6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학교가 있는데 한국의 음악대학들은 단 한 대도 없는 학교가 많으니 부럽다 못해 민망하다.

 

2. 오르간 연수

 

 -부산 가톨릭 음악교육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어서 공식방문이고 최유정 교수가 이 학교 출신이라 인솔했고 오르간 전공 여학생 3명과 내가 참관자 신분으로 1차 방문했다. 담당 교수는 이태리 수사인 Cerroni Alberto 신부인데 유럽인 치고는 키가 작은 분이었다. 내가 이름을 소개하니 반가와 하며 고 이문근 신부와 동문수학했다고 한다.[아! 이문근신부님! 한국 최초의 교회음악가이고 오르간을 부전공으로 배웠으면서도 오르간 수석을 했다는 천재가 아닌가? 참으로 아쉬운 신부님이다. 지금까지 살아계셨으면 우리나라 전례음악이 오늘의 이 형상은 아닐텐데...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연수장소는 1층 성당이었는데 약 200석 정도의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성당이지만 천장이 높아서 잔향이 매우 길었다.  오르간 위치는 신자석에서 보면 제대 뒤이다.즉 주 파이프들이 보이지만 연주자는 돌아앉아 연주하며 거울을 통하여 지휘자를 보게 되는 구조이다.

 

-알베르토신부는 우리들에게 오르간구조를 설명하였고 각자 연주를 해 보라고 하였다. Expression pedal을 밟아주면 스웰상자가 창문을 열고 닫는 모양이 바로 머리 위에서 보인다. 여학생 3명이 2곡씩 연주했는데 개별 지도도 있었지만 공통적인 지적사항으로 (1) 너무 조급하게 연주한다.(2)꾸밈음 연주가 부정확하다 등 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성질이 급하여 피아노나 오르간을 빨리 연주하면 잘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고쳐야 할 점이라고 공감하였다. 이어서 오르간 구조 교재실로 갔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교재들이다. 기계식 오르간, 전기식 오르간, 전자오르간의 실물 부품이 있어서 어떻게 다른지 이해를 도왔다.

 

오르간 구조는 이튼날 아씨시에 있는 "천사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에서 파이프 수 4,800개가 천장과 벽에 숨어있는 오르간에서 보충 교육이 이어졌다. 이 성당의 연주대는 피치조절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마침 분해하여 수리중이었다.

 

3. 성가연주

 

 여학생 3명이 레슨을 받고 끝나자 필자가 한 번 쳐 보겠다고 하고 오르간 의자에 앉았다.

악보도 없고 뭘 치나?...하다가 성가 329번 (슈베르트 미사곡, 미사시작)을 외워서 치기 시작했다. 평생 처음 쳐 보는 진짜 오르간을, 그것도 우리 교회음악의 본산인 로마 무지카 사크라 성당에 와서 쳐 보다니 ...손과 발이 떨린다. 이런일을 예상 못하고 오르간 신발도 안 가져간 터였다. 1절은 긴장하여 좀 더듬었고 2절은 제대로 친 것 같다. 일행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아무려나 개인적으로는 "가문의 영광"이리라 ! 시계를 보니 현지시간 2003년 1월 13일(월) 오후 6시이다.

 

4. 합창 실습.

 

-그레고리오 성가 합창

 

사흘 전 월요일 오르간 연수는 4명이 참여했고 오늘(1월16일)은 연수자 모두(21명) 참가했다. 무지카사크라의 합창연습이 있는 시간이다.  첫시간 그레고리오 성가는 Antonio Albarosa 교수가 담당했다. 평신도인데 곱슬머리에 도수 높은 안경을 썼다. 오늘 곡명은 연중 제 2주일 입당송이다. 가사는 Redime Domine.....non firmabor  이다. 합창은 통상 전교생이 참석하는데 인원 수를 대충 세어보니 약 40 명(남자 22명, 여자 18명)이고 한국 수녀 2명을 포함하여 여학생의 반이 한국인이다. 그러니 한국 학생들이 파업(?)을 하면 합창단이 붕괴될 구조이다.

 

게다가 깐또르도 한국 여학생(조은영/인천교구)이고 합창 파트중 깐또리 5명중 3명이 한국 여학생이다. 우리도 함께 배웠는데 교재( 트리플렉스)에 인쇄된 악보에 3 개소가 수정되었다. 즉 여러 문헌(수사본)들을 고증 결과 네우마가 틀린 곳이라는 것이다. 역시 무지카사크라는 연주하는 학교라기 보다 연구하는 학교임을 느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수정 작업이 이루어질 것인가? 우리는 트리플렉스(Triplex/바티칸본, 라웅본, 생갈본을 합친 그레고리오 성가책)을 명심보감처럼 권위있게 보고 있는데.... 지휘 교수는 무반주로 지휘하며 작은 소리굽쇠를 들고 지휘한다. 음이 떨어지는 것을 정확히 듣기 위해서인 듯 하다. 이분은 그레고리오 성가 이태리 대표팀 지휘자라는데 지휘 폼은 흑인이 째즈를 추는 듯한 열정적 동작이다. 특이한 것은 노래를 한 후, 한 음을 높여서 다시 불러보기도 한다. 노래하며 밝아지는 부분을 강조하고 우리들에게도 설명을 해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악보를 읽으려하지 말고 노래의 흐름을 타라"는 말씀이다.

 

-다성음악 합창

 

 지휘교수는 학장인 Valentino Miserachs 신부인데 키가 작지만 다부진 인상이고, 스페인 사람이라 그런지 좀 다혈질인 분이었다. 두 곡을 선 보였는데 16세기 로마학파 J.P.Praenetinus 의 "Super Flumina"(다성음악중 모테트) 와 17세기 T.L.Grossi a Viadina 의 "Exsultate justi"(다성음악중 레스폰소리움) 였다. 우리가 즉석에서 따라 할 수 있는 곡이 아니어서 연습과정을 참관하고 합창감상만 했는데 남성이 든든한 4성부라 듣기에 좋았다. 지휘자는 더 특이한 분이다. 지휘하며 손벽을 치기도 하고 오른손 넷째 손가락을 퉁겨서 딱, 딱 소리를 내며 지휘한다.  쉬던 파트가  진입시 오른쪽 발로 교실바닥을 또 딱! 딱! 찬다.[손뼉이나 발을 구르는것은 단순히 박자를 세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성음악의 특성상  Tactus, 즉 파도가 밀려오는 듯 한 힘의 리듬감으로 노래를 엮어나아가는 것을 강조하는 연습시의 지휘법으로 이해 함/ 필자 주]. 물론 실제 연주때는 그러지 않으리라고 본다. 리듬을 중요시하며 감정을 넣어 즐겁게 노래하라고 강조한다. 지휘자 두 분이 모두 가사 해설을 충분히 하는 것도 유념할 만 하다.

 

 

5. 후기

 

 성음악에 관한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로마소재 "교황청립 성음악대학"의 연수는 길지 않았으나 무척 교육적이고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시간이 더 길었으면...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인 졸업생 명단과 재학생 명단(개신교 신자 포함)을 확인한 것도 내겐 큰 소득이었다. 한국 교회음악사 자료로 누군가가 관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한 부산교구 가톨릭대학 음악교육원에 감사할 일이다.

 

천주께 감사!

 

김건정

 

추기: 부산 가톨릭음악교육원 홈에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수업장면과 아름다운 오르간 등...

 

이동---> 부산가톨릭음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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