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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악칼럼: 차이콥스키 피아노 삼중주곡 가단조, 한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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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12 조회수308 추천수0

[음악칼럼] 차이콥스키 피아노 삼중주곡 가단조, ‘한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

 

 

가톨릭 신앙에서 ‘삼위일체’가, ‘성부’, ‘성자’, ‘성령’이 각각의 위격(Persona)을 갖고 있으나 실체(Natura, 본성)로는 한 분이심을 말한다면, 음악에서 ‘삼중주(trio)’는 세 악기가 자기의 역할과 색깔을 가진 채 한 곡을 이루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삼중주의 가장 대표적인 악기 편성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이뤄지는 ‘피아노 삼중주’로, 고전주의 시대 하이든을 필두로 수많은 작곡가가 명곡을 남겼습니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평생 딱 한 곡의 피아노 삼중주곡을 썼는데, 피아노 삼중주의 명곡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입니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울법한 피아노 삼중주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슬픔에 가득 찬 무거운 분위기의 대곡(大曲)입니다.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후원자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피아노 삼중주의 악기 조합은 참기 어렵다고 한 바 있었고, 이제 처음 피아노 삼중주곡을 작곡했지만 행여 교향적 작품을 피아노 삼중주로 편곡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죠.

 

이런 모험적 시도의 배경에는 한 작곡가의 죽음이 있습니다. 곡의 악보에 ‘한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라는 글이 쓰여 있었는데, 그 ‘위대한 예술가’는 바로 모스크바 음악원 초대 원장이었으며 피아니스트였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Nikolay Rubinstein, 1835~1881, 러시아)을 말합니다. 당시 음악계에 영향력 있는 주요 인사였던 루빈스타인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 가혹한 평가를 내려 감수성 예민한 차이콥스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던 사람이죠. 하지만 뒤늦게 그 작품의 진가를 인정하고 파리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이 곡을 연주해서 호평을 얻어낸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루빈스타인이 1881년 3월 세상을 떠나자, 차이콥스키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피아노의 활약이 두드러진 삼중주곡 가단조를 작곡, 이듬해 1월에 완성합니다.

 

곡이 시작되면 곧 애절한 선율이 가슴을 후벼 팝니다. 몰입해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두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두 악장 중 1악장은 슬픔 가득한 비가(悲歌, 엘레지), 2악장의 1부는 주제와 11개의 변주, 2부는 마지막 변주와 코다(coda)로 이루어졌습니다. 1악장이 감상자의 눈물을 뺄 정도로 슬픈 분위기라면, 2악장의 1부는 루빈스타인과 함께 보낸 행복한 시절을 연상하며 쓴 부분인지라, 서정적인 주제에 이은 11개의 변주가 때때로 노래하고 춤추는 등 부드럽고 가벼운 편입니다. 그러다 2부의 마지막 변주는 슬픔을 이겨내고 재도약하듯이 거침없고 힘차게 연주되죠. 마지막 코다(coda)에 이르러서는 1악장의 주제가 다시 나오면서 애도의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마음을 정리하고 영원한 안식을 빌듯 조용히 끝맺습니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북동부 폭격으로 차이콥스키의 트로스탸네츠(Trostyanets) 별장이 파괴됐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부계(父系)는 우크라이나 혈통, 여동생은 우크라이나에 거주했고, 종종 우크라이나에서 휴가를 보내며 이 지역의 민요 선율을 작품에 사용했던 차이콥스키는 분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가장 슬퍼할 사람 중 하나일 것입니다.

 

[2022년 6월 12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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