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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주보 음악칼럼: 김대건 신부님과 동갑내기 음악가 프란츠 도플러(Albert Franz Doppler)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1-11 조회수5,042 추천수0

[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김대건 신부님과 동갑내기 음악가 프란츠 도플러(Albert Franz Doppler)

 

 

2021년 올해는 聖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로서는 가장 크게 기념할만한 희년입니다.

 

200년 전 김 신부님 탄생 연도를 기억하다가 같은 해에 클래식 음악계엔 어떤 음악가가 태어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금방 이름을 떠올릴만한 유명 작곡가 중엔 없는 것 같고, 찾아보다 눈에 띈 사람은 프란츠 도플러(Albert Franz Doppler, 1821~1883)라는 음악가입니다.

 

헝가리의 작곡가이자 플루티스트로서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활동했던 사람이죠. 대표작으로는 <헝가리 전원 환상곡>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그는 유명한 작곡가 리스트의 제자이기도 했는데, 그가 처음으로 음악을 배운 것은 아버지 요제프 도플러(Joseph Doppler)에게서였습니다. 아버지는 당시에 작곡가, 오보이스트로 활동했었고, 프란츠의 네 살 아래 동생인 카를 도플러(Karl Doppler) 또한 당대 유명한 플루티스트여서 두 형제가 같이 유럽 전역에서 플루트 연주회를 많이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카를 도플러의 아들(Arpad Doppler)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했다고 하니 도플러 집안은 3대에 걸친 음악가 집안인 셈이죠.

 

서양 음악사를 보면 대대로 음악가 집안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일 유명한 집안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바흐 집안입니다. 우리가 ‘음악의 아버지’라고 칭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가문은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음악가 집안이었습니다. 큰아버지들과 아버지 삼형제가 모두 음악가였을 뿐만 아니라 바흐 자신은 물론, 그의 아들 중엔 음악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성공한 음악가가 세 명(빌헬름 프리데만, 카를 임마누엘, 요한 크리스티안)이나 있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바흐 집안엔 발에 차이는 사람이 음악가’라고 할 정도였죠.

 

또, 우리가 하이든이라고 알고 있는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은 같은 성씨 ‘하이든’ 아래 미하엘(Michael)이라는 이름의 동생 음악가를 두고 있으며,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아버지도 음악가였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져 있습니다.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Johann Strauss) 2세도 그 아버지 1세가 음악가였고, 동생 요제프(Josef Strauss)와 에두아르트(Eduard Strauss) 역시 음악가였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그게 가풍이든 유전자이든, 집안 내력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

 

다시 김대건 신부님에게로 돌아가 보면 이 가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예술가 집안의 경우엔 가풍이라기보다는 재능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면, 김대건 신부님 집안 경우엔 증조할아버지(김진후), 작은할아버지(김종한), 아버지(김제준)에 이어 김대건 신부님까지 4대에 걸친 순교자 집안이라는 점, 그것은 그 댁에 흐르던 가풍, 집안 환경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신앙적으로, 음악적으로 훌륭한 가문들을 살펴보다가 내 가정을 돌아봅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나는 올해 어떤 행동으로 집안 환경을 만들어 가족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요? 마음먹기와 달리 번번이 실패하는 웃음 띤 얼굴, 부드럽고 품위 있는 말투를 다짐해봅니다, 또 기부와 봉사를 통해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삶을 실천해보렵니다. 거기에 매일 기도하는 모습, 성경을 읽는 모습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지요?

 

 

프란츠 도플러 <헝가리 전원 환상곡> 감상

 

이 곡은 플루트와 피아노 2중주로 연주되기도 하고, 플루트와 오케스트라의 협주곡 형태로 연주되기도 하는 10분 내외의 소품입니다. ‘환상곡(Fantasy)’답게 몽환적, 명상적인 플루트 음색으로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전원’이라는 곡 타이틀에서 짐작하듯 플루트 특유의 맑고 청아한 소리로 경쾌하게 연주되죠. 이곡을 듣다 보면 작곡가인 도플러 자신이 플루티스트였기에 플루트라는 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기교를 한껏 담아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21년 1월 10일 주님 세례 축일 서울주보 6-7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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