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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악칼럼: 헨델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스러운 나무 그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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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7-11 조회수534 추천수0

[음악칼럼] 헨델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스러운 나무 그늘이여

 

 

나무는 제자리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사시사철 모습을 바꿔가며 다채로움을 줍니다. 해마다 새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죠. 또 가지만 앙상한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움직이지 않으면서 그 어떤 것보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훌쩍 커버린 키로 우리를 놀라게 하죠. 이렇게 믿음직스러운 나무 아래서 여름날 뜨거운 햇빛을 피하고 영혼마저 쉴 수 있다면 어찌 그 나무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바로 그런 심정으로 나무에 한껏 애정 표현을 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Serse) 또는 크세르크세스(Xerxes)>에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아리아 ‘어디에도 없던 나무 그늘이여(Ombra mai fu)’입니다.

 

바흐와 더불어 바로크 음악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작곡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 독일-영국)은 바흐와 같은 해,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행보로 종종 비교되는 음악가입니다. 바흐가 평생 독일을 벗어나지 않고 주로 교회음악과 교육용 음악을 작곡하며 스무 명의 자식을 둔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했다면, 헨델은 결혼도 하지 않고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각지를 다니며 오페라를 비롯, 다양한 음악을 작곡한 음악가이자 흥행사였습니다.

 

<세르세>는 1738년 런던 초연 당시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이유는 이전 오페라와 달리 짧은 아리아들, 진지한 내용과 희극적 내용이 섞인 어색한 분위기 때문이었죠. 다행히 20세기 초 재조명되면서 오늘날 헨델의 가장 사랑받는 아리아로 살아났으니, 사람이 그렇듯, 작품의 운명 또한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이 오페라의 주인공은 기원전 470년경 고대 페르시아의 왕 세르세(크세르크세스의 이탈리아어 표현)입니다. 실존 인물이지만 오페라의 내용은 다분히 허구입니다. 이미 약혼녀가 있으면서 동생의 연인을 사랑하는 세르세 왕과 또 다른 엇갈린 사랑들이 일대 혼란과 질투, 복수를 일으키다가 마지막에 용서와 화해로 끝맺죠.

 

이 오페라에서, 아니 헨델의 모든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어디에도 없던 나무 그늘이여(Ombra mai fu)’는 헨델 시대에는 거세 남성 가수인 카스트라토(castrato)가 불렀으나 카스트라토가 없어진 이후엔 여성 메조소프라노나 고음역의 남성 성악가 카운터테너(countertenor)가 부릅니다. 남성 역할이지만 고운 음성으로 부르죠. 오페라가 시작되면 1막에서 바로 세르세 왕이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드리운 플라타너스 나무를 칭송하다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어디에도 없던, 사랑스럽고 다정한, 감미로운 나무 그늘이여(Ombra mai fu di vegetabile, cara ed amabile soave piu)” 최고의 신분이지만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세르세 왕의 외로움이 배어 있는 이 고아한 멜로디는 듣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그렇기에 기악곡으로도 편곡되어 ‘라르고(Largo)’라는 제목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죠.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무 그늘, 여러분만의 그 나무 그늘을 하나씩은 가지고 계시겠지요?

 

[2022년 7월 10일(다해) 연중 제15주일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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