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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과 경제8: 용산 참사,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09 조회수2,064 추천수0

[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8) 용산 참사,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도시 재개발로 사회 발전 이룬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난에 대한 성서적 이해와 교회 문헌들에서 가르치는 가난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난이 한 시대의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교회가 이러한 빈곤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에게 남겨진 몫은 우리 주위에 놓인, 가난 때문에 발생하는 현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마음가짐과 선택, 실천에 따라 주님이 가신 길에 동참할 수도 있고, 외면하게도 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 부치실 만큼 간절히 원하셨던 세상의 평화와 안녕, 정의가 바로 우리의 희생, 절제, 행위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신앙인이 솔선수범하여 주님 나라 건설을 위한 도구와 방편이 되지 않는다면 주님의 구원사업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서 쉬 지워지지 않는 가슴 아픈 일 하나가 떠오릅니다. 문명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고 싶은 않은 일입니다. 이른바‘용산 참사’입니다. 2009년, 막 시작된 새해의 설렘에 들떠 있던 1월 20일 우리는 도심 한복판인 서울 용산 4구역 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사건 개요는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경찰, 용역 직원들 간 충돌이 벌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은 가난으로 빚어진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갈등이 낳은 참담한 사건입니다. 이 일을 두고 숱한 말들이 오갔지만, 그리스도적인 눈으로 볼 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이 사건에서 우리는 인간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일들의 이면에는 늘 비인간적인 모습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도시 재개발과 정비를 통해 사회가 발전하고 생활이 더욱 편리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개발 이면에는 신음하는 소외계층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는 막대한 개발 이익을 챙기는 계층도 있습니다. 개발로 인한 비인간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다보니 관련 당사자들은 극도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젖어들어 서로를 짓밟게 됩니다. 관련이 없는 이들은 남의 집 불난 것 구경하듯 무관심하게 바라봅니다. 이런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가난’이라는 난제는 더욱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부자는 더욱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게 되고, 가난한 이는 더욱 가난해지는 이른바‘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현상은 가난한 이들이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게 해 인간이라는 존재감마저 상실하고 있습니다. 경제개발이 서서히 진행되더라도 서민과 대중의 인권이 보장되고, 도덕의식을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인정과 도리를 외면하며 무자비한 폭력이 질주하는 현실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신앙인과 동떨어진 정치 사회적인 주제 내지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 역시 세상을 그리스도께 인도해야 하는 주체인 만큼 세상의 문제를 외면하며 지성소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용산 참사가 터진 후 가톨릭교회는 몸소 현장을 찾아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처지와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며 십자가상 죽음의 길을 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온전한 몸짓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 재개발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새롭게 점검할 수 있었고, 결국 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시 재개발 모델을 고민하여 내놓는 성과와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교회가‘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의 여정을 펼치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1년 7월 3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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