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1) 한국교회가 당면한 ‘세계화의 부작용’
실업과 빈부격차 문제가 사회적 악영향 끼쳐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갈수록 끝 간 데 없는 넓디넓은 모습으로 질주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해 그리스도적 감수성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자세를 갖추어야 할까요. 세계화가 던져주고 있는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다운 것일까요. 그리스도인들이 찾아 나설 수 있는 대안은 한마디로 연대성과 유대감으로부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연대성의 구체적인 지침은 교회가 강조해오고 있는 사회교리로부터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권고 「아메리카 교회(Ecclesia in America, 1999. 1. 23)」 제55항에서 비그리스도적인 모습의 세계화에 맞서는 ‘연대의 세계화’에 대한 그리스도적인 시각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 문헌에서 “세계화된 경제는 사회 정의의 원리들에 비추어 분석되어야 하며, 그러한 경제 안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국제적인 공동선의 요구들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역설하고 “아메리카교회는 국가간 화합을 더욱 증진하여 참으로 세계화된 연대의 문화를 조성하도록 도와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세계화의 부정적인 결과들을 줄이는 데에 협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톨릭 사회교리가 교회의 세계화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핵심적인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가톨릭 사회교리는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는 빈부 격차와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사회 교리에 대한 재성찰과 재구성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교황 레오 13세가 19세기 산업혁명과 노동자의 권리 문제 등과 관련된 시대적 도전들에 대해서 충실한 사회교리적 사목 대안을 제시하였듯이,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산업혁명 당시에 버금가는, 오히려 더 큰 변화의 소용돌이와 기로에 서있습니다. 따라서 교회가 가르치는 사회교리에 대한 전면적인 재성찰과 그에 따른 시대적 환경에 대한 재적응과 재해석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교리를 새로운 시대적 환경, 변화하는 시대와 끝없이 노정되고 있는 세계화의 부작용들을 비추어보는 방편과 성찰의 수단으로 삼아야 할 뿐만 아니라, 좀 더 충실하게 그것을 현실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세계화의 영향과 결과가 한국교회에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국제 질서와 사회 현실을 낳고 있는 세계화의 부작용들은 이미 한국교회의 중요한 사목적 과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더 가난한 이들로 불릴 수 있는 이주민들에 대한 사목입니다. 세계화로 인해 가난의 문제가 더욱 확산되면서 실업과 빈부격차 문제는 가장 광범위하게 사회적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양극화의 결과는 그대로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교회 안에서 이에 대한 과감하고 적극적이며 전향적인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세계화의 문제는 오늘날 교회가 당면한 불가피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반드시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긴박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보편교회의 과제는 바로 한국교회가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목적 과제이며, 세상을 주님께 인도하고 복음화하는데 있어 가장 절실한 영역과 부문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1년 7월 24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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