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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과 경제12: 소외없는 세계화 위해 늘 깨어 노력해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30 조회수2,262 추천수0

[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2) ‘소외없는 세계화’ 위해 늘 깨어 노력해야


‘거대 공룡’ 세계화, 그리스도 시각으로 바라보고 가난한 이와 연대하며 신(新) 칠죄종 등 배격해야

 

 

오늘날 교회가 피할 수 없이 만나고 있는 세계화라는 거대한 공룡 같은 존재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신앙인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그리스도적인 시각과 자세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이 겪는 삶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인해서 도저히 헤어나기 힘든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고, 이런 상황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세계화가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으로 말미암아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소외 없는 세계화’의 필요성을 주창하면서, 선의의 모든 이들과의 연대 속에서 세계화가 제기하는 광범위한 도전들에 대해 교회 내적, 외적 대응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많은 교회 전문가들은 교회가 세상으로부터의 도전에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미 극심해져 있고, 점점 더 심화되어가고 있는 빈부 격차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가톨릭 사회교리를 재구성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이른바 비서구 지역교회의 급속한 성장으로 세계화되어버린 가톨릭교회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교회가 세계화의 도전에 적절하게 대처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주교들을 비롯한 지역교회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같은 세계화라는 이름의 공룡이라고 해도 그 공룡이 서식하는 생태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 지역교회와 주교회의는 더 많은 역할을 부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각 지역교회는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시대의 징표를 올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늘 깨어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교회는 이해관계가 다른 수많은 종파와 정치적 노선들 사이에 가교를 건설하고, 경제적 세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동의 전망을 구축해나가야 합니다.

 

거센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변화는 매우 힘겨운 응전이 될 수밖에 없음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세계 발전을 위한 세계 정치지도자들의 의지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십수년 전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선진국들의 지원 목표는 GNP의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갈수록 이 목표는 하향조정되어 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가까이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전체적인 부의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 부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가난한 이들에게는 세계화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난 2008년 교황청 내사원이 발표한 ‘세계화 시대의 신(新) 칠죄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지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세계화 시대의 신 칠죄종’은 환경파괴,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과학실험, DNA 조작과 배아줄기세포 연구, 마약 거래, 소수의 과도한 축재(蓄財), 낙태, 소아성애 등입니다. 기존의 칠죄종이 개인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때, 신 칠죄종은 오늘날 세계화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죄악들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입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경제적 욕구와 이기주의로부터 배태된 것이라는 점은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스스로를 파괴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11년 7월 31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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