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교리상식] 교계제도의 구성 1784년에 이승훈이 북경에서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천주교에 입교하면서 한국교회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어서 이벽, 권일신, 정약용 등이 영세하면서 한국교회는 공동체를 이루어 가기 시작하였지만 신부가 없어 성사를 집전할 수가 없었다. 교계제도에 대하여 자세히 모르던 그들은 이승훈이 북경에서 보고 온 내용을 토대로 독자적인 교계제도를 구성하였다. 권일신이 주교로, 이승훈·이존창·유항검 등이 신부로 선출되었고, 이들은 1786년부터 약 2년 동안 신품성사를 받지 않은 채 미사 및 각종 성사를 집전했다. 그러나 교리서를 깊이 연구한 결과, 이들은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행위들에 의심을 품게 되어, 임의적인 성직수행을 중단하고 베이징에 주재하고 있는 주교에게 이 문제를 문의하는 편지를 보냈다. 당시 문의편지를 접한 북경의 구베아 주교는 선교사 없이 자생한 한국교회를 격려하는 한편, 이들이 행하고 있는 교계제도가 잘못되었다는 회신을 보내게 된다. 초기교회의 지도자들에 의해 시도되었던 소위 ‘가성직제도’는 사제영입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10년 뒤인 1794년에 중국인 주문모 신부가 한국에 입국하였고, 이듬해 부활절에 감격적인 첫 미사를 봉헌하게 된다. 그 뒤 1845년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음으로써 우리나라에도 방인사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2010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주교 31명, 신부 4,490명, 163명의 부제가 있다. 1. 직분상의 구별 교회의 구성원을 하는 일에 따라서 나눈다면 성직자와 비성직자로 구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성직자에 속한 사람은 서품을 통하여 품계를 받은 사람들, 즉 부제, 신부, 주교이다. 수도자 신분은 교회의 교계적 구조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성직자와 평신자의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단계가 아니다. 수도자라 하더라도 서품을 받은 자는 성직자이고 그렇지 않은 평수사나 수녀는 평신자이다. 1) 주교(主敎, episcopus) : 주교는 사도들의 후계자이고 지역교회 곧 교구의 일치의 중심이다. 주교는 교황의 임명을 받아 동료주교들에 의해 서품된다. 주교는 견진성사의 통상적인 집전자이며 성품성사의 수여자이다. 보좌주교 중에서도 부주교로 임명된 자들은 교구장 공석 시에 자동으로 교구장 자리를 승계하게 된다. 주교들 중에서 추기경이 서임된다. 추기경은 추기경단을 이루어 교황을 보필하며 바티칸 시국의 시민권을 가진다. 이들은 로마행정기구의 장관직을 맡기도 하며,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은 교황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 2) 신부(神父, presbyter) : 사제(司祭)로 많이 불리는 신부는 일정 지역이나 일정 분야에서 주교를 돕기 위해 서품된 이들이다. 신부들의 사목권은 성품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께로부터 받은 것이지만, 그 사목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자기 주교에게 종속되어 있다. 신부는 자기가 수행하는 사목분야에서 자기주교를 대리한다. 따라서 신부는 자기직무 수행에 있어서 언제나 주교의 사목방침을 준수해야 한다. 사제 가운데에서 덕망이 높거나 공을 많이 세운 원로들에게는 교황으로부터 몬시뇰이란 칭호가 주어진다. ‘나의 주인님’이란 뜻으로 예전에는 추기경이나 주교가 아닌 교황청의 고위관료 사제들을 부르는 호칭이었지만, 지금은 명예로운 칭호로만 사용한다. 3) 부제(副祭, diaconus) : 교회 역사를 볼 때 신부보다 부제가 먼저 생겨났다.(사도 6,1-7 참조) 부제는 전례거행에서 주교나 신부를 보좌하기 위하여 서품된다. 부제는 또한 세례성사를 집전하고, 성체를 보관하고 분배하며, 혼인식과 장례식을 주관하며, 준성사를 집전할 수 있다. 현행 한국교회의 부제직은 사제로 서품되기 위한 전 단계 서품의 구실을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평신도 중에서 품을 받아 교회에 봉사하는 종신부제직이 있다. 2. 신분상의 구별 교회의 구성원을 구별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신분상의 구별이 있다. 신분상의 구별은 삶의 방식에 따른 구별이다. 이 구별로 본다면 교회의 구성원을 재속인과 수도자로 나눌 수가 있을 것이다. 재속인에 속한 이는 평신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성직자라 하더라도 교구사제는 재속인이고 수도회에 속한 사제는 수도자이다. 수도자는 자기 자신의 소유를 포기하고(청빈), 결혼을 포기하는 정결과,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포기하는 순명의 3대 서원을 통하여 자신을 오로지 하느님께 봉헌하며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수도자는 자신들의 삶을 통하여 교회의 거룩함을 드러내고 천국의 모습을 이 지상에서 삶으로 보여 주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일보다도 수도자로서의 삶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들이 수도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잡다한 일에 짓눌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은 그들의 장상들만의 몫이 아니라 일선 사목자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월간빛, 2011년 8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제5대리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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