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톨릭교리] (22) 고해성사
죄로 멀어진 주님과 화해하는 길
- '카인과 아벨'(티치아노 베첼리오 작, 1542-1544).
고해성사의 개념
고해성사는 세례성사를 받은 이들이 세례 받은 이후에 지은 죄를 고백해 하느님께 용서받고, 하느님과 이웃, 교회 공동체와 화해하는 성사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을지라도 세속과 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범죄함으로써 하느님 은총을 상실하고 하느님과 친교 관계를 단절하게 된다. 이제 인간이 죄로써 잃어버린 하느님 은총의 지위와 하느님과의 친교 관계를 회복시켜 줄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바로 고해성사다. 죄를 범한 인간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을 떠나 살았던 삶에서 다시 하느님께로 되돌아가는 '회개'의 삶, 하느님과의 친교 관계를 회복하는 '화해'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죄를 범한 인간이 하느님 용서와 자비, 사랑과 은총을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는 성사가 바로 고해성사인 것이다.
고해성사의 기원
고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 삶에서 비롯됐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동안 수많은 사람들 죄를 용서하셨고, 이 세상사람들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이루셨다.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키는 직무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사도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위임됐고, 그들이 세운 교회 공동체에 맡겨졌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간과 화해하셨고, '화해의 봉사직'은 하느님에게서 '그리스도의 사절'인 사도들에게 위임됐다. 사도들 후계자인 주교들과 그 협력자인 신부들은 죄를 사해주는 사죄의 권한, 즉 사죄권(赦罪權)을 갖고, 예수 그리스도의 권한을 이어 받은 합당한 대리자로서 고해성사를 집전하고 죄를 사해준다.
고해성사의 효력과 중요성
하느님께서는 죄를 범하며 살아가는 인간을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의 사랑하는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셨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인간과 화해하셨다.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이어가는 교회의 고해성사를 통해 계속적으로 당신과 화해하는 길을 열어 놓으셨다.
하느님께서는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죄인일지라도 그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죄스런 삶에서 벗어나 하느님께로 돌아서기만 하면 언제나 용서해주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에게 그 죄를 묻지 않으시고 용서하심으로써 한없이 용서하시고 받아주시는 하느님 자비와 사랑을 보여주셨고, 더 이상 죄짓지 않도록 격려하고 당부하심으로써 참 삶의 길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원의와 바람을 드러내셨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지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죄를 범한 인간이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 이웃과 친지, 더 나아가 하느님과 화해하지 못한다면 그는 평화롭게 한 세상을 살 수 없을 것이다. 고해성사는 바로 이런 인간에게 하느님과 이웃,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길을 열어준다. 고해성사는 인간을 구속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에게 진정으로 죄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성사이고, 다시금 새롭게 살아가는 힘과 용기를 얻게 하는 성사다. 따라서 성사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기피하거나 아무런 준비 없이 형식적이고 의무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참다운 회개의 마음과 죄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원의를 갖고 솔직히 고백하고 보속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해성사의 요소
고해성사는 성찰ㆍ통회ㆍ정개ㆍ고백ㆍ보속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첫째, 자신이 무슨 잘못을 범했는지를 돌아보고 알아내는 성찰을 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범한 죄를 진정으로 뉘우치는 통회를 해야 한다. 셋째, 잘못을 고쳐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정개를 해야 한다. 넷째, 사제에게 그 잘못한 것을 사실대로 말하는 고백을 해야 한다. 다섯째, 사제가 죄의 용서를 위해 정해준 보속을 해야 한다.
죄인은 자기 자신의 모든 잘못과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면서 다시는 죄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참된 회심과 참회야말로 하느님과 교회, 이웃과의 화해를 가져오는 가장 근본적 행위다. 통회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완전한 통회와 하느님께서 내리실 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불완전한 통회로 구분하기도 한다.
성찰하고 통회하며 정개한 죄인은 고백함으로써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에 화해를 청한다. 고해자는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죄를 고백해야 하는데, 고백한 죄를 다시 고백할 필요는 없다.
고해자는 고백 후 받은 보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고해자는 보속행위를 통해 자기 죄를 보속하고 고해성사를 완수해야 한다. 그러나 보속 행위로 죄를 용서받는 것은 아니다. 죄의 용서는 온전히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에 기인하는 것이다. 고해자는 다만 보속 행위로 하느님 사랑과 자비에 응답할 뿐이다.
[평화신문, 2011년 11월 13일,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