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 이야기22: 우리는 왜 그리스도인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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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11-13 | 조회수3,173 | 추천수0 | |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 (22) 우리는 왜 그리스도인인가? 예수 부활 없었다면 헛된 믿음 한스 큉 신부는 「왜 그리스도인인가」라는 저서에서 '사람이면 그만이지 어째서 또 그리스도인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사랑과 의로움을 원하고 사람다움을 원하고 선행의 삶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비그리스도인들 역시 동일한 삶을 원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예수님 말씀에 의하면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도 하느님 자녀인데, 구태여 우리는 왜 그리스도인이어야 하는가.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리스도인?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
우선 그리스도인이란 무엇하는 사람인가. 그리스도인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다. 도대체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을 죽이면서 타인을 살려야 하는 부담스러운 이 그리스도 신앙은 무엇일까. 무슨 근거로 우리는 예수를 메시아요 그리스도요 하느님 아들로 고백하는 것일까.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랐던 이유는 예수님이 대권을 잡으면 높은 자리 하나쯤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손익계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렇게 믿었던 스승님이 덜컥 체포돼 대사제와 총독 앞에 끌려가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그런 판국에 출세는 무슨 출세란 말인가. 나도 잡히면 저 꼴로 죽지 않을까 두려워 모두 도망치고 만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선포하기에 이르렀을까. 죽음으로 끝났던 예수님 사업이 어떻게 제자들에 의해 다시 시작됐고, 오늘에 이르게 됐을까. 해답이 교회와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거를 알려준다.
스승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으로 베드로와 제자들은 실망했을 것이다. 그래서 버렸던 배와 그물을 수선해 들고 다시 고기잡이를 나섰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선생님 생각으로 마음도 뒤숭숭해 고기잡는 일도 잘될 리 없다. 그런데 웬 사람이 배 오른편으로 그물을 치라고 가르쳐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했더니 의외로 고기가 가득 잡혔다.
그 순간 베드로의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3년 전 어느 날,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고기를 잡던 날,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허탕쳤던 기억이다. 그날 아침 허탈해서 그물을 씻고 있는데 웬 젊은이가 자신의 배에 올라타더니 고기잡이를 나가자는 것이었다. 우물쭈물거리며 고기잡이를 나섰는데 그 때도 엄청난 양의 고기가 잡혔다.
놀란 베드로는 "선생님, 저는 죄인입니다"하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목수 출신인 사람이 고기잡이 전문가인 자신보다 한 수 위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신통력 있는 이 분을 쫓아다니면 뭔가 한자리를 할 수 있겠다 판단했고,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 다녔다. 그런데 지금 바로 이 순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저 분은 주님이야" 하고 생각한 베드로는 물 속으로 뛰어든다. 워낙 성격이 급한 그는 잡은 고기를 다른 동료에게 맡겨두고 호숫가 선생님께로 급히 가야 했다. 잡은 고기를 구워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제자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선생님을 적지에 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두고 도망친 주제에 무엇을 물을 수 있었을까. 왜 도망쳤느냐고 따지지 않는 것만도 고마웠을 것이다.
예수 부활 체험 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제자들
이제 제자들은 자신의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되새겨봐야 했다. 그분은 살아 생전에 하셨던 말씀들 모두 어김없이 지키는 분이셨다. 출세에만 신경 쓰는 바람에 귀담아 듣지 못했던 그분 말씀을 뒤늦게 곰곰이 되새기게 됐다. 사람의 아들이 조금 있다가 지도층의 손에 넘겨져 죽을 것이고 며칠 있다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하는 말씀이 허풍치는 게 아니냐고 귀 흘려버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제자들은 다시 한번 배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갔다. 예루살렘에 가니 엠마오로 갔던 두 동료들, 의심쟁이 토마스, 데모꾼 시몬도 모두 돌아왔다. 그리고 살아 계신 선생님을 만났다. 이렇게 해서 교회가 시작됐다. 그리하여 예수님이 메시아,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확신하고, 그 소식을 전하기에 이르게 됐다.
부활에 의한 확신, 목숨 각오한 복음 선포로
한마디로 요약하면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제자들이 체험한 예수 부활에 근거한다. 분명히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셨는데 살아계신 분으로 예수님을 만난 이상 우리 구원자, 구세주로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자들은 그때부터 목숨을 각오하고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선포하기 시작했다. 이 진리를 전하는 일 때문에 그들은 미친 자로 오해받거나,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심지어 죽음을 당하기까지 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죽음 앞에 도망치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깊은 물 속으로 나아가 그물을 던질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베드로도 체포됐고 바오로도 감옥에 갇혔으며, 야고보는 돌에 맞아 죽었다. 그래서 사도들의 제자들은 사도들이 전해준 예수님 이야기를 글로 전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도들의 죽음으로 예수님 이야기는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예수 부활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선포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고, 우리 신앙의 핵심이 됐다. 바오로 사도는 고백하고 있다. "예수님이 부활하시지 않았다면, 우리의 믿음은 헛된 것이고, 우리는 가장 가련한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이 하신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는 진리요, 길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자는 생명을 얻을 것이다. 나를 믿는 자는 죽어서도 살 것이다"(요한 14,2; 11,25).
[평화신문, 2011년 11월 13일, 정리=박정연 기자]
※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는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에서 매 주일 오후 6시 5분에 방송되며, 평화방송TV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 8시(본방송), 수요일 새벽 4시와 저녁 9시, 금요일 오후 4시, 주일 오후 6시에 재방송된다. 인터넷 다시 보기 www.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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