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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리상식: 성모 마리아 - 공경하올 어머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21 조회수5,015 추천수0
[알기 쉬운 교리상식] 성모 마리아 (2) 공경하올 어머니


예비신자 교리를 하던 교리교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찾아 왔다. 교리반에서 수강하던 예비신자 한 명이 중도포기를 하겠다고 해서 당황한 눈치다. 그 수강자는 교리과정을 아주 잘 따라 왔었는데 성모 마리아에 관한 내용에 와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더라는 것이다. 그 수강자는 개신교에 한동안 몸담고 있던 사람이었기에 다른 내용들에 관해서는 동료들보다 더 이해가 빨랐다고 한다. 그런데 성모 마리아가 그에게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개신교 신자들이 가톨릭을 비방하면서 쉽게 내세우는 말이 “가톨릭은 마리아교이며, 마리아상을 만들어 놓고 그 앞에서 절하고 기도하는 것은 우상숭배”라는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성경구절은 탈출기 20장 4절과 5절이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되며 그 앞에서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는 이 성경말씀은 당연히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도 유효하다. 하지만 성모상의 경우는 다르다.

첫째, 성모상은 신상(神像)이 아니다. 말 그대로 지상에 사셨던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의 상이다. 교회 안에서 성상이나 성화는 초대교회부터 등장했다. 한때 성화상 논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었지만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았다. 성당의 장식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교리교육시에 교보재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신앙의 상징물로도 이용되었다. 우리가 성모상이나 예수 성심상 앞에서 기도하는 것은 그 상들이 기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고, 궁극적으로는 보이는 상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그분께 기도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만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이는 상으로 만들었다거나, 성모상 자체가 힘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러한 행위는 우상숭배일 것이다.

둘째,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와 성모마리아께 드리는 기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할 때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께 직접 기도한다거나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기도하지 않는다. 자비를 청하는 기도에서도 “주님(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라고만 하지 “성모 마리아님,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하지 않는다. 예로부터 교회는 흠숭지례(欽崇之禮)와 공경지례(恭敬之禮)를 구별해 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마리아께 대한 공경은 “성자께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받으시는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며 그 흠숭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선언하였다.(교회헌장 66항 참조)


마리아 공경의 이유들

1. 구세주의 어머니

지난달에 천주의 어머니라는 호칭을 다루면서 설명했듯이 성모 마리아께서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신 분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공경한다. 성모 마리아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고, 마리아의 순명 덕분에 그분의 아들 나자렛 예수를 우리의 구세주 그리스도로 모시게 되었다.

2. 우리 신앙의 모범

마리아께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신 것은 성령의 힘이지만, 하느님의 뜻에 순명한 마리아의 응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성모마리아는 우리 신앙생활의 모범이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신앙과 사랑과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일치에 있어서” 교회의 뛰어난 모범(Exemplar)이라고 발표하였다.(교회헌장 63항) 그분의 믿음은 그분의 한마디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fiat)”에 다 드러난다. 이 한마디야말로 신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의 뜻 앞에서 다른 구차한 이유를 달지 않으셨다.

3. 우리 기도의 전구자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보여 주셨듯이(요한 2,1-11) 성모 마리아께서는 우리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아시고 예수님께 잘 전해 주신다. 마리아께서는 뛰어난 전구자(轉求者)시다. 성모님께 바치는 대표적 기도인 성모송 후반부에 우리는 이렇게 기도를 마무리한다.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인호칭기도에서도 하느님께 관한 부분에서는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후렴을 하고, <성 마리아>부터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라고 바꾸어서 후렴을 한다. 우리가 성모 마리아께 청하는 것은 우리의 사정을 하느님께 전해 주고, 우리를 위하여 기도를 부탁하는 것이다. 아버지께 청하기 어려운 것도 어머니를 통해서 청하면 더 수월한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는 것 같다.

4. 우리의 희망

우리의 신앙생활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의 구원이다.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지지만, 그 구원을 성취하신 분의 첫 표본은 성모 마리아시다. 성모 승천 교리가 이것을 잘 설명해 준다. 성모님께서 승천하셨다는 것은 성모님께서 단순히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뜻이 아니라, 마리아께서 죽음을 극복하신 예수님의 부활의 영광에 온전히 참여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마리아처럼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산다면 그리 되리라는 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월간빛, 2011년 11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매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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