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톨릭교리] (27)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느님과 소통하고 일치하는 길
- 예수님께서는 전 생애 동안 하느님께 의탁하며 끊임없이 기도하셨다. 그림은 코라도 자퀸토가 그린 '겟세마니의 번민'(1759년).
우리는 기도로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향하고, 그분을 흠숭하며, 그분께서 베풀어주신 사랑과 은총에 감사드리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용서를 간구하며, 자신이 바라는 소망을 청원한다.
흔히 기도를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 '하느님과 인간의 통교',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라고 표현한다. 기도는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과 그 말씀에 응답하고자 하는 인간 사이의 대화로 이뤄지고, 이를 통해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통교와 친교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구원 업적을 돌아보고 이에 감사드리면서 그들이 지금 겪는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하느님께 말씀드리고 도우심을 간청했다.
이스라엘의 성조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은 인생의 고비마다 하느님께 기도드렸고, 모세는 이집트 탈출, 시나이 계약, 광야 생활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중재자로 늘 기도했다.
예수님의 기도
예수님께서도 지상생활을 하시는 동안 항상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마르 14,36)라고 부르면서 기도드렸고, 하느님과 깊고 친밀한 일치와 친교 속에서 살아가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친히 기도의 모범을 보이셨고, 직접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기도할 때는 반감을 품은 사람일지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셨고, 위선자들처럼 남에게 보이려 기도하지도 말고 다른 사람들처럼 빈 말로 기도하지도 말라고 당부하셨으며,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고 당부하셨다. 예수님은 이렇게 올바른 기도에 대해 가르쳐주시면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전 생애 동안 아버지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셨고 죽기까지 당신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셨으며 죽음의 순간에도 기도를 잊지 않으셨다.
기도의 형태와 종류
1) 전례 기도와 비전례 기도
전례 기도는 교회의 공식적 기도이며 예수님과 그분 지체인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다 함께 드리는 기도로 성사, 준성사, 성무일도를 할 때 드리는 기도를 말한다. 비전례 기도는 전례 중에 이뤄지는 기도가 아닌 다른 모든 기도를 가리킨다.
2) 개인 기도와 공동 기도
개인 기도는 개인이 혼자 사적으로 드리는 기도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개인 기도라 할지라도 자기 자신만을 위한 기도가 아닌 모든 이를 위한 기도에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이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위대하신 구원 계획과 원의에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 기도는 여러 명이 다 함께 드리는 기도로, 대부분 전례 기도에 속한다. 대표적으로 미사나 성무일도 중에 드리는 기도를 들 수 있고, 그중에서도 '보편지향기도'를 떠올릴 수 있다.
3) 소리 기도와 마음 기도
소리 기도는 기도서에 제시된 기도나 마음 속으로 생각한 기도를 소리 내어 바치는 기도를 말한다. 개인이 혼자 바칠 수도, 공동체와 함께 바칠 수도 있다. 마음 기도는 하느님 말씀과 뜻을 자신의 삶에 비춰 생각ㆍ침묵하는 가운데 마음으로 하는 기도이다.
4) 묵상 기도와 관상 기도
하느님과 일치돼 가는 정도에 따라 묵상 기도와 관상 기도로 나누기도 한다. 묵상 기도는 의지적으로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그분과 대화하며 일치를 이루는 기도로, 인간의 감성과 이성, 지성과 의지, 상상력 등을 이용하고, 성경, 성화상 등을 묵상 자료로 활용한다.
관상 기도는 인간의 감성과 이성 등과 같은 자연적 능력이나 의지적 노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하느님을 느끼고 인식하며 사랑하는 기도를 말한다. 관상 기도 체험은 하느님 은총으로 주어지며, 인간은 침묵 중에 자신을 하느님께 완전히 맡기고 바라보며, 그분 말씀을 경청하고 그분 사랑을 충만히 느끼는 가운데 이뤄진다.
5) 감사ㆍ찬양ㆍ통회ㆍ청원 기도
기도는 하느님께서 생명을 주시고 날마다 보호해주시며 무수한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데 대한 감사, 하느님을 흠숭하면서 그분 위대하심과 거룩하심을 노래하는 찬양,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통회, 자신과 다른 사람, 더 나아가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간구하는 청원으로 이뤄진다.
기도의 방법과 자세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초대교회 공동체 모범을 따라 끊임없이 하느님께 기도해야 한다. 기쁜 마음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바를 하느님께 말씀드려야 한다.
기도는 우리의 몸과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로 향하고, 그분을 느끼고 뵈오며, 그분 말씀을 듣고 그분에게 말씀을 건네는 것이다. 어떠한 처지에서도 기도할 수 있지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올바른 기도 방법을 가르쳐 주셨듯이, 더 바른 마음과 자세로 기도할 필요가 있다.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사람은 먼저 하느님 구원 업적과 사랑을 믿고 고백하며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와 사랑으로 기도해야 한다. 또 자신의 소망과 필요와 청원을 말씀드리면서도, 자신의 뜻이 아니라 온전히 하느님 뜻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드려야 한다. 나아가 기도하면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그분 말씀을 알아듣고자 온 마음을 열어야 하고, 그분 말씀을 행하고자 전 삶의 방향을 그분께 돌려야 한다.
[평화신문, 2011년 12월 18일,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