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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2: 사람 나고 돈 났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01 조회수2,338 추천수0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2) 사람 나고 돈 났다

비정규직 양산, 인간 존엄성 훼손 위험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로 11월 21일 IMF(국제통화기금-단기국제금융기구)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그해 12월 5일 1차로 55.6억 달러를 차입한 이후 99년 5월 20일까지 모두 10차에 걸쳐 195억 달러를 차입했다.
 
IMF관리체제는 '고금리'와 '재정긴축'을 특징으로 한다. IMF가 우리나라에 요구한 개혁정책 또한 고금리와 긴축, 부실한 금융기관 및 기업 퇴출, 시장의 완전 개방 등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에서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리해고가 자유로워지자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8월 기준으로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599만 5000명으로 34.2%이다. 실제 비율은 더 높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3월에 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831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1706만 명)의 48.7%에 이른다.

비정규직이면 어떠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삶의 질이 현저하게 악화되며 노동(사람)이 자본(돈)의 노예가 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임금, 노동조건, 고용환경, 복지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모든 현상의 자본주의를 절대 가치로 세우려는 혹은 받아들이게 하려는 힘이 도사리고 있다. 과연 옳은 일일까? 답은 아니다. 경제활동은 인간의 전인적 삶의 한 부분이며, 자본주의는 이 경제활동을 위해 사람이 만든 여러 모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비정규직노동자는 임금과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차별 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사진은 비정규직 철폐 관련 집회 장면.
 

비정규직과 무제한 자유 자본주의

비정규직 양산은 무제한 자유를 꾀하는 자본주의 결과다. 교회는 자본주의에 대해 이중적 판단을 내린다. 경제활동에서 개인의 책임과 자유로운 창의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그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자본주의 경제활동의 자유는 결코 무제한이 아니며 언제나 인간 자유에 기여해야 한다는 조건에 붙는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당한 정치구조(국제공동체, 국가, 지방정부) 안에서 규칙(법률)과 도덕으로 제한해야 한다.

한마디로 자본주의는 인간과 사회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도구는 유용할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과 노동(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교회는 언제나 본질적으로 노동이 자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분명히 밝힌다.
 
생산수단의 총합인 자본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지만, 노동은 생산 과정에서 한순간도 없어서는 안 될 주요 동인(動因)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노동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노동을 자본에 예속시키려는 것으로, 인간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간추린 사회교리」 277항, 335항 참조)


비정규직과 기업이윤의 독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비정규직 양산은 인간을 자본확충 도구로 삼아 기업 이윤을 독점하려는 태도의 결과다. 기업의 이윤은 자본과 노동의 협력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 당연히 어느 한 편이 그 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물론 기업 이윤은 기업 운영 목표가 된다. 그리고 기업이 이윤을 냈다는 것은 생산수단과 방법을 적합하게 사용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이 이윤을 남기면서도 그 이윤을 공정하게 분배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연말에 대기업이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고 발표하면서 그 이윤을 내기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은 노동자를 해고한다든지, 생산설비를 이전함으로써 노동자 삶을 벼랑으로 내몬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혹은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거나 고용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고용함으로써 전체 사회 발전을 외면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일은 기업이 사회정의 의무를 회피하고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면서 사람들을 착취하는 사회문화체제에서 일어난다.(「간추린 사회교리」 340항) 교회는 기업의 이윤추구가 정당하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적 유용성이라는 더 큰 목표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수단(기업의 경제활동)과 목적(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 증진)이 전도되면 시장경제는 비인간적이며 소외를 낳는 제도로 타락해 걷잡을 수 없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48항)


비정규직과 국가의 임무

비인간적 삶으로 내몰 위험이 높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 협력이 필요하다. 자율에 따른 노동계약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공평해야 한다. 노사 사이의 심각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때 이를 조정하고 균형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국가 역할이다.
 
하지만 노사 자율성을 내세워 국가 가 임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교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경제문제에서 국가의 근본 의무는 경제문제를 조절하기 위한 적절한 법적 틀(규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어느 한 쪽(사용자ㆍ경영자ㆍ자본가)이 다른 한쪽(노동자)을 실질적 종속 상태로 내몰지 못하게 하고, 쌍방 간의 일정한 평등을 갖춤으로써 경제자유의 기본조건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자유시장 환경에서 경제활동은 제도와 법, 정치공백 상태에서는 수행될 수 없다. 경제활동은 언제나 올바른 사회와 정치질서의 통제(규제)를 받아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51항 참조)

[평화신문, 2012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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