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톨릭교리] (31ㆍ끝) 영원한 삶
죽음 이후 영원한 삶 위해 오늘도 아름답게
- 심판은 죽음을 맞이한 후 하느님 앞에서 잘못을 판결받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격적이고 실제적인 만남을 통해 삶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사진은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미켈란젤로 작, 1535~1541년).
죽음을 넘어선 희망
인간은 죽음을 통해 살아온 삶을 마무리하면서 자기 완성의 정점에 다다른다. 죽음에 직면하는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고통이나 두려움만큼 죽음을 극복하려는 희망도 갖는다. 교회는 인간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생명이신 하느님 안에서 죽음을 넘어 희망할 수 있는 최종적 근거를 갖게 된다고 가르친다. "하느님께서는 영원불멸하는 신적 생명의 친교 안에서 전 존재로 당신을 따르도록 인간을 부르셨고 또 부르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 승리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죽음을 통해 인간을 죽음에서 해방시키시고 생명으로 부활하시어 거두신 것이다. 따라서 확고한 논증에 바탕을 둔 신앙은 깊이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미래의 운명에 대한 그의 불안에 해답을 준다."(「사목헌장」 18항)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영원한 삶
죽음을 단순히 죄의 결과로 이해하기보다 '죄'와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 구원을 위한 죽음'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죄로 말미암아 죽음을 겪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구원의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이제 죽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맏물이시고, 그분으로 말미암아 그분 안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이 가능하며, 그분께서 모든 이들을 구원의 삶으로 초대하시기 때문이다.
영원한 삶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가능해진 인간 구원의 결정적이고 최종적 상황을 말한다. 이 영원한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다.
죽음 이후의 실재
1) 심판
교회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죽음 이후에 인간이 세상에서 살아온 모든 삶에 대해 심판하신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심판이란 하느님과 천사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지고 하느님 판결을 받는 그런 심판이 아니라, 하느님 현존을 뵈옵고 하느님과 인격적이고 실제적으로 만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측면에서의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심판이란 이생의 삶을 살면서 고대했던 하느님과 인간과의 인격적 만남인 것이다.
2) 천국ㆍ연옥ㆍ지옥
교회는 인간이 죽은 다음에 하느님께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심판을 받고, 그 심판 결과에 따라 천국ㆍ연옥ㆍ지옥 판결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천국은 죄벌이 없는 영혼이 누리고, 연옥은 소죄를 지었거나 보속할 죄벌이 남아 있는 영혼이 겪으며, 지옥은 대죄 중에 있는 영혼이 겪는다.
천국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 이들이 누리는 하느님과 완전한 합일 상태를 가리킨다. 언제나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은총과 완전하고 충만한 사랑을 영원히 누리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천국의 삶을 누리기 위해서 다른 무엇보다도 하느님 은총이 필요하지만 이 은총에 응답하는 인간 자세 또한 필요하다.
연옥은 하느님 은총 속에 죽었으나 천국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지는 못한 영혼들이 천국을 누리기 위해 정화 과정을 거치는 것을 가리킨다. 연옥은 어떤 장소라기보다는 깨끗하지 못한 인간이 죽음 후 거룩한 하느님을 뵙는 것, 그 자체가 부끄럽고 죄스러워 정화될 수밖에 없는 그분과의 만남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지옥은 죽을 죄를 뉘우치지 않고 스스로 자유로이 하느님과 영원히 결별하겠다고 선택한 이들이 겪는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사랑한 이들이 하느님을 뵈올 수 없고 사랑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랑의 결핍, 증오와 절망만을 겪는 것이다.
3) 영혼 불멸과 육신 부활
영혼과 육신은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이는 죽음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죽음으로 영혼과 육체가 서로 완전하게 분리되지 않으며, 육체와는 관계없이 영혼만이 불멸해 하느님과 함께하지도 않는다. 성경은 죽은 이들이 썩지 않는 몸으로 되살아나고, 썩는 몸이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죽는 몸이 죽지 않는 것을 입는 그런 날, 영혼이 불멸하고 육체가 부활하는 날이 오리라고 전한다.
현재에 내재된 천국과 지옥
영원한 삶은 죽음 이후에 이뤄질 뿐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도 계속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가능해진 영원한 삶은 미래에 충만히 완성되고 성취되는 삶이면서 동시에 현재에서도 이미 구현되고 실현되는 삶인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것은 죽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죽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도 알게 된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고 신앙인들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 이후 영원한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매일의 삶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으로 성화시켜가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22일,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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