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12)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조종하는 뉴스 미디어 현상 (1)
정보 민주주의 이뤄지고 있는가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특별히 주목하여야 하는 것은 소수 사람이나 집단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현상이다. 이런 현상에 통치행위와 재정, 정보 기관들의 유착까지 더해지면 이는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한 결과를 미친다."(「간추린 사회교리」 414항)
여론형성과 정보 민주주의
최근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던 기존 대중매체와 새로운 형태의 소통양식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재보궐 선거가 끝난 뒤 화제가 됐던 내용 가운데 하나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라는 소통양식이다. 기존의 신문이나 텔레비전 혹은 인터넷 매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통장치가 투표라는 정치 행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판사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개인 의견을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참의 논란을 거친 후 어느 판사는 법복을 벗어야 했는데 이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몇몇 신문사는 종합편성채널의 텔레비전 방송국을 개국했는데, 시민에게는 생소한 '방송통신법'의 개정을 놓고도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기존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시시비비는 새삼스러운 화제라고도 할 수 없는 가운데 방송을 공정하게 제작, 보도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많은 언론인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누리방 디도스 공격 사건도 있었다.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투표행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누리방 대문을 누군가 강제로 닫은 사건이다. 시민이 정보, 특히 변경된 투표소 위치를 알지 못하게 함으로써 아침 출근길 투표하려는 사람들의 참정권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와 영향력이 있는 소셜 네트워크 영역도 심의할 수 있는 뉴미디어 정보 심의팀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안에 설치했다. 한쪽에서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언론환경에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 혹은 새로운 언론 현상의 배경에는 '여론형성'과 '정보 민주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기존 대중매체든 새로운 형태의 소통양식이든 마찬가지다.
정보의 진실성은 누가 판단하나?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에는 텔레비전과 라디오와 신문 잡지 정도의 대중매체밖에 없었다. 이때 시도때도 없이 듣고 보던 용어가 '유언비어'였다. 흑백 종이신문과 잡지에서 대문짝만 하게 크게 박힌 '유언비어',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뉴스 시간에 첫 꼭지에 심심하면 나오는 표현도 바로 유언비어였다.
국어사전에서 유언비어 뜻을 살펴보면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풍설, 뜬소문"이라 나온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유언비어가 사회를 어지럽히고 혼란스럽게 하기에 그 불순세력을 발본색원(폐단의 근원을 아주 뽑아서 없애 버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쪽에서는 유언비어는 곧 근거 없는 풍설이고, 사회를 어지럽히고 혼란스럽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근거 있는 사실이라고 믿었다.
시대가 변해 텔레비전과 신문이 진실을 제대로 알리려 노력했다며 정론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그 당시 언론이 권력의 시녀에 불과했다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강압적 외부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요즘 유언비어란 용어는 '괴담'이라는 용어로 이름을 바꿔 다시 등장했다. 기존의 일부 특정 방송과 신문은 이 괴담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유포됨으로써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그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지금까지 진짜 유언비어와 괴담을 퍼뜨린 이들은 바로 기존의 특정 방송과 신문이라며 소리 높여 비판한다.
방송통폐합이니 해직언론인이니 언론 길들이기니 언론장악이니 하는 용어들이 있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며 과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이들도 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언론은 오래전부터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권력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국가권력과 언론권력이 손을 잡고 상호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도 있다.
국가권력은 비판 대신 우호적 홍보의 이익을,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그 많은 정보는 전부 진실일까?
[평화신문, 2012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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