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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15: 특별기고 - 총선과 신앙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10 조회수2,147 추천수0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15) 특별기고 - 총선과 신앙

책임 있는 참여, 신앙인의 사명


"교회는 결코 현세적 야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교회는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 곧 성령의 인도로 바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오셨으며, 심판하시기보다는 구원하시고, 섬김을 받으시기보다는 섬기러 오셨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3항).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사회 복음화 사명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다. 절망은 사회가 언제나 발전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퇴보하기도 했다는 역사의 교훈에서 나온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가혹한 억압과 권력의 횡포 앞에서, 또 인권의 실종 앞에서 절망한다.

온갖 장치로 포장해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초(超)국적 기업의 자본 권력은 우리가 숨을 쉬는 것조차 고마워하도록 강요한다. 정치는 국민이 아니라 이제 이 거대기업에 충실하게 봉사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희망은 더디지만 발전을 향하는 역사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그리고 인류에게는 희망의 체험이 있다. 정치적 억압에서 자유를, 경제적 빈곤에서 해방을 이룬 체험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구원역사를 믿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신앙행위와 정치행위를 그럴듯하게 구별함으로써, 교회를 세상 넘어 초월의 세계로 내몰려고 한다. (지역)교회도 때로는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는 대신에 초월의 세계로 포장된 현세적 야심에 취하기도 한다.

교회는 「가톨릭 사회교리」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이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사회 복음화'를 위한 사명이라고 한다. 교회 가르침에는 가정ㆍ문화ㆍ경제ㆍ정치ㆍ생태ㆍ평화와 국제질서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할 사회교리의 항구한 원리들이 있다.


그리스도인의 나침반 「가톨릭 사회교리」

「가톨릭 사회교리」의 기본원리는 유권자인 그리스도인에게 성찰과 분석, 판단과 행동을 위한 지침이다.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길잡이인 셈이다.
 
「가톨릭 사회교리」의 기본원리로 인간 존엄성의 원리(인권), 공동선의 원리(사회정의), 보조성의 원리(시민의 자율성), 연대성의 원리(공동선에의 헌신), 재화 사용의 보편적 목적의 원리(소유권 제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원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보조성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참여'다. 이는 민주주의의 모든 질서를 이루는 주축 가운데 하나다. 교회는 이를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어떤 정부가 어느 정도 민주적 정부인지는 무엇보다도 시민과 관련하여 시민을 위하여 시민의 이름으로 시민이 행사하는 권한과 역할이 어느 정도 시민에게 부여되었는지에 따라 판명된다. 그러므로 모든 민주주의는 참여 민주주의여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간추린 사회교리」 191항)
 
이 자리에서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예로 들어보자. 가톨릭교회는 "국민이 대중매체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참여는 공개적이어야 한다. 대중매체가 돈벌이가 되는 사업일 때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잘못 이용되지 않고 진정 민의를 대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16항)고 가르친다.

동시에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들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현상이다. 이런 현상에 정치활동과 금융과 정보기관들의 유착까지 더해지면 이는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친다"(「간추린 사회교리」 414항)고 밝힌다. 이에 따르면 방송통신 관련법의 제ㆍ개정 관련 논란을 대하고, 수많은 언론인의 파업을 보며, 교회가(그리스도인이) 이를 신앙(교리)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이는 교회의 사회적 사명을 외면하는 태도가 아닌가.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정부가 시장 효율성을 내세워 공공부문의 선진화를 위한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는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가톨릭교회는 자유시장 제도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간추린 사회교리」 347항), 공동재화(공공부문)는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고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백주년」 40항). 그럼에도 이런 경제문제는 그리스도인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 역시 교회의 사회적 사명을 외면하는 태도가 아닌가.


책임 있는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

시민의 책임 있는 참여 여부는 민주주의의 생사를 가른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는 그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 현세적 야심보다는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 곧 진리를 증언하고, 구원하고, 섬기는 그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택은 언제나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다움을 실현하는 신앙행위다. 총선도 마찬가지다. 대의 민주주의 정치제도에서 우리가 선택한 정치인들은 세상에 진리를 증언할 수도, 거짓을 퍼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민을 구원과 해방의 길로 이끌 수도, 억압과 질곡으로 내몰 수도, 시민을 섬길 수도 노예로 내몰 수도 있다.

[평화신문, 2012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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