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51) 한국 경제현실과 사회책임투자운동 (2)
대안경제사회 실현 위한 값진 노력
우리 사회의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뜻을 모아 만든 (사)기업책임시민센터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홍보와 기업들의 불법행위 감시, 사회책임투자운동 등을 펼치며,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의 구체적이며 가시적인 한 자락을 드러낼 수 있는 대안경제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교회적인 차원의 대응은 아직 부족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기업책임시민센터의 전신인 사회책임투자운동은 지난 2003년 12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사회책임투자 상품 ‘사회책임투자-머니마켓펀드(SRI-MMF)’를 발매해 1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그러나 2005년 펀드 자산 규모가 최소 5000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이를 중단하고 삼성ㆍLG전자(2006년), 삼성화재ㆍ신세계(2007년)를 대상으로 한 ‘주주운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회책임투자운동은 사회적 관심을 얻지 못하다가 2006년 장하성펀드 등장 이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로 인해 사회책임투자운동은 실험 모델에서 대안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을 필두로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등 아시아지역 여러 나라에서도 사회책임투자운동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사회책임투자와 관련한 사회교리 실현을 위한 연구 조사와 교회 내 경제문제 전담조직 구성의 필요성 등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마태 9, 17) 담아야 하듯 새롭게 부각되는 사목적 환경과 요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기름이 떨어진 어리석은 처녀들(마태 25, 1-13)처럼 신랑이 왔는데도 우왕좌왕하다 혼인 잔치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사회책임투자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투자시장에 자신의 가치관을 투사하여 관철시키려는 종교는 그리스도교만이 아닙니다. 유다교와 이슬람교 신자들도 자신들의 율법에 기초한 투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서는 유다교 율법을 준수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코셔 펀드(kosher fund)’의 수요가 증가세에 있습니다. 최초의 코셔 펀드는 약 10년 전 출범했는데 지금은 규모가 약 2억6300만 달러에 이릅니다. 또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따르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도 전 세계적인 경제난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경제적으로 선진화된 사회에서 사회책임투자가 그리스도교를 비롯해 유다교, 이슬람교 신자들뿐 아니라, 양심적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각자의 윤리관에 따라 투자를 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면서, 아울러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사회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하여 기업과 사회 환경을 변화시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는 사회책임투자(SRI)는 가톨릭 사회교리의 실천이며 그리스도교 윤리를 기반으로 한 경제정의 실현과 시장의 인간성 회복을 지향하는 일입니다. 이렇듯 SRI는 그리스도인들의 선택과 목적의식적인 행동에 따라 경제적 가치와 신앙의 가치가 상충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7월 8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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