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56) 예수님 닮은 사회적 기업
'현실적 사랑'에 목마른 우리들...
그 어느 때보다 상생과 나눔, 기부 등 사랑의 실천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가시적이고 현실적 사랑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국가는 국가대로, 사회와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선의의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들의 활약은 단연 눈길을 끕니다.
양극화, 실업률 증가, 생태계 교란, 환경파괴, 생명가치 추락 등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높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도록 하는 사회적 기업의 역할은 더욱 절실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형태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모습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99년 보고서에서 ‘기업가 정신 및 기업적인 전략으로 조직되지만, 주요 목적은 이윤 극대화가 아닌 사회적·경제적 목적을 모두 추구하는 단체로 나라마다 그 법적 형태가 다르다’고 설명하고, ‘사회적 배제와 실업(失業)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공익을 위한 모든 민간 활동’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고 ‘사회적 경제’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한 벨기에 리에쥬대학 사회적 경제센터(Centre d‘Economie Sociale) 소장 자크 드푸르니(Jacques Defourny) 교수(경영학)는 사회적 기업을 4가지 경제적 기준과 5가지의 사회적 기준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4가지 경제적 기준은 ▲ 지속적인 수익활동 ▲ 높은 수준의 자율성 ▲ 상당한 정도의 경제적 위험 ▲ 최소한의 유급 근로자 고용이며, 5가지 사회적 기준은 ▲ 지역사회 및 공공이익을 명시적 목표로 삼을 것 ▲ 시민 집단이 설립하는 조직 ▲ 자본소유에 기반을 두지 않는 의사결정구조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 참여 ▲ 이윤의 제한적 배분 등입니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의 정의나 그것이 함의하고 있는 내용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은 사회적 기업이 처한 환경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일상에서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된 사회적 기업이란 표현은 1990년 이탈리아에서 발간된 ‘사회적 기업’(Impresa Sociale)이란 잡지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 힘을 얻게 된 것은 이보다 앞선 1978년 영국의 프리어 스프렉클리(Freer Spreckley)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1981년 비치우드 칼리지에서 발간된 ‘사회적 기업 감사-협업회사의 운영’(Social Audit-A Management Tool for Co-operative Working)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역 사회를 근거로 사회적이고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며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노동이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인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을 말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그 출발부터가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서고자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그대로 닮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8월 19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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