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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과 경제60: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15 조회수2,145 추천수0
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60)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 관리하는 ‘컨설팅 기업’


그리스도교 전통이 강한 유럽 여러 나라들은 사회적으로도 유용성이 확인된 사회적 기업을 북돋워주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또 다른 형태의 발전과정을 걸어가고 있는 북미지역의 경우에는 유럽과는 조금 다른 방향과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적 배려가 전제된 유럽형 사회적 기업과는 달리 미국과 캐나다 등 ‘미국형 모델’은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의 자발적 기부 문화에서 시작되고 있기에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명문화된 제도적 지원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럽에 비해 사회적 기업의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영리와 비영리 사업 사이의 구별이 모호하고 기술이나 경영혁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 실현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벤처기업들까지도 사회적 기업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자금 조달도 유가증권을 발행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공익적 미션 아래 영리적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도 모두 사회적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는 미국에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컨설팅 업체가 따로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사회적 기업인 셈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자선 봉사 단체와 달리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공익을 위한 활동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영리만 추구하는 일반 기업보다 더 많은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기업 컨설팅 업체들이 나서서 사회적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사회적 기업들에 투자를 해서 이익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착한 컨설팅’을 하는 컨설팅 업체의 등장은 사회적 기업을 영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창업 못지않게 중요한 활동으로 꼽힙니다.

미국 사회적 기업의 메카인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해 있는 로버츠 기업개발기금(the Roberts Enterprise Development Fund, REDF)이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을 위한 컨설팅 업체로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뉴욕 월가에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명성이 자자한 사모펀드 KKR의 설립자로 월가식 금융자본주의의 대표주자였던 조지 로버츠가 1985년 설립한 REDF는 사회적 기업을 단순히 육성하는 게 아니라, 자본 투자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성장하면 이윤을 회수해 다른 사회적 활동에 투자합니다.

실리콘밸리 일대 ‘착한 기업(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중심에 서있는 REDF는 현재 3000만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며 청소년에게 아이스크림 등을 팔게 해 대학 진학을 돕는 주마벤처스, 재활 카페를 통해 소외계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버클루 등 연간 12개 안팎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며 새로운 기업모델을 창출해나가고 있습니다.

REDF는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적절한 컨설팅을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과학적 방법으로 사회적 기업을 평가합니다. 특히 사회적 기업을 평가할 때 사회적 약자들에게 얼마나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인지를 따져 봅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도 ‘효율성’과 ‘경쟁력’을 접목시켜 착한 기업들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신 복음 속 주님의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9월 16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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