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66) 종교계 사회적 기업 경향
소외된 이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사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웃종교의 모습에서도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섭리를 찾아낼 수 있을 때 우리는 “깨어 있어라”(마르 13, 37)는 주님의 말씀을 일상의 삶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적 성장에 매달리는 바람에 오히려 퇴조의 길을 걷고 있는 개신교의 현재는 가톨릭교회에도 적잖은 성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멀어짐으로써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화되고 말았다는 반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을 통해 다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개신교회의 인식 전환은 매우 바람직한 본보기입니다.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사회적 기업
개신교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비즈니스 선교(Business As Mission, BAM)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신교의 직접적인 복음 전도 방법을 적대시하고, 선교사에게 비자 발급을 허락하지 않는 지역에서 유용한 선교전략이 되어온 비즈니스 선교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무한경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초래된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선교전략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비즈니스 선교에서 근래 들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공생ㆍ협력의 패러다임입니다. 이기적이고 파편화된 ‘나’가 아니라, 협력하고 참여하며 공존하는 ‘우리’가 힘을 얻으며, 협력적이고 개방적이며 참여적인 사회적 기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개신교에서 사회적 기업은 지역사회의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선교적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선교의 전략적 모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참여적 의사결정 구조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자립적 또는 자치적 일터교회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개척선교의 핵심적인 전략이 됩니다.
눈을 넓혀 그리스도교의 세력이 약한 아시아 등지에서 선교의 거점 역할을 하는 사회적 기업은 선교사 역할을 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업의 이념과 정신을 현지인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장을 확보하게 해줍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기업은 현지인들에게 부담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성경이나 교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성경적 사상이나 교리에 바탕을 둔 정신과 사상을 전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과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를 뛰어넘어 ‘공동체’적 경제 원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가치에 앞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지닌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해법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적 가치관을 세상에 심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 기업은 면면한 역사 속에서 우리와 함께 숨 쉬고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원리를 새롭게 이해하고 실천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우리들 가운데서 당신의 뜻을 펼치고자 하시는 주님의 뜻을 잘 읽어낼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사랑을 나누는 맑은 정신으로 사회를 직시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1월 4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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